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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8 일본 자전거 여행-간사이(完)

약초산에 오르다 3

by 깜쌤 2018. 11. 15.


길은 서서히 아래로 이어지고 있었다. 설혹 오르막길이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산 자체가 높지 않으니 부담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서 중대한 실수를 하고 말았다. 원래 올라왔던 곳 부근으로 내려가는 길을 놓치고 말았던 것이다.


 

샛길로 올라오는 사람을 보았으면서도 바르게 판단을 하지 못했으니 전적으로 내 잘못이다.



그릇된 판단을 하긴 했지만 덕분에 새로운 것을 볼 수 있었다.



길가에 세워진 표지판 내용이 놀랍지 아니한가? 천연기념물 춘일산 원시림! 일본에도 천연기념물 제도가 있는 모양이다. 하기사 이런 제도는 우리가 일본에게 가르쳐주었다기보다는 오히려 일본에서 배워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한다.



길이 한없이 이어지길래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150 미터 앞에 공사를 하는가보다.



우리나라같으면 먼저 선()자를 쓰지 않고 앞 전()자를 쓸 것이다.



확실히 일본인답게 치밀한 구석이 있다. 50 미터 단위로 공사현장이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공사중이니 천천히 움직이라는 표시가 나타났다.



드디어 공사현장이 나타났다. 숲이 정말 진하고 어두웠다.



대낮임에도 어두컴컴하게 느껴질 정도다.



춘일산 원시림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이다. 도시 바로 옆에 붙은 자그마한 동산같은 산이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공사현장에 이동식 화장실까지 대기시켜놓고 작업을 하고 있었다. 몇달 전에 새로 조성한 경주화랑마을에서 겪었던 일을 생각하면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을 지경이다. 화랑마을 입구 경비실에 마련된 화장실을 직원이 사용하는 것을 보고 볼일이 급해서 그러는데 잠시 사용하면 안되겠느냐고 부탁드렸더니 돌아온 대답이 어이를 상실하게 만들었다.



내가 화장실이 있음을 똑똑히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화장실이 없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사방이 다 화장실인데 - 아무 곳에나 가서 볼 일을 보라는 뜻이다 - 뭘 염려하느냐는 식으로 대답하는 나이든 경비원의 응답을 듣고는 대경실색했던 일이 떠올랐다.



우리는 언제쯤 왜인들 수준이 되는 것일까?



공기가 한없이 맑고 깨끗해서 기분까지 다 상쾌해졌다.



산책로 가에 세워놓은 춘일산 안내도를 보니 우리가 뭘 실수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는 초록색 지점에서 1번 길로 내려가야할 것을 실수로 길을 놓쳐버리고 2번, 3번길을 걸어서 내려가는 중이다. 사슴이 그려진 곳이 처음 출발지점이었다.



산책로 가에서 자그마한 신사를 만났다.



쉼터를 만났지만 그냥 걷기로 했다.



질러가는 길을 택했더니 아주 오래된 길인 동해도를 만났다.


 

표지판 옆으로 물이 흐르고 있었다. 돌로 포장한 바닥이 제법 미끄러웠다.



까딱 실수하여 넘어지기라도 하면 크게 다칠게 뻔하다.



산에서 내려왔더니 멋진 집들이 이어지는 골목이 나타났다.



정말 조용한 곳이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삶은 이런 것이다. 일단은 오염없고 깔끔하며 깨끗한 곳에 터를 잡은 뒤, 조용한 곳에 살면서 책보고 글쓰고 음악듣고......



하지만 그런 꿈은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쓰레기하나 보이지 않는 깔끔한 골목이었다.



일본적인 냄새가 가득하다.



마침내 길이 넓어지며 도로가 나타났다.



가만 있어보자, 우리가 점심으로 뭘 먹었더라?



시가 나오야(志賀直哉)의 옛집이라..... 



그가 누구인지 너무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았더니 일본의 저명한 소설가라고 한다. 그런 인물이 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나도 참 되게 무식한 인물이다.



마침내 가스사 신사로 들어가는 입구부근까지 내려왔다. 다 내려온 셈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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