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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예천 라이딩 : 생사의 기로에 서다

by 깜쌤 2018. 10. 22.

2018년 8월 10일의 아침이 밝았어. 여름이니까 날이 일찍 새는 것도 있고 늦잠자기를 싫어하는 습관때문에라도 일찍 일어났어. 밤에는 비가 마구 내리길래 야영 안한 것이 다행이었다고 여겼어. 



어제 저녁과 아침에 문경 점촌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오늘 낮에 친구 사무실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해두었어. 자전거를 타고 가야할 거리를 보니 아침 일찍 출발해야만 시간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았어.



내가 묵었던 모텔이야. 아리아 모텔! 이름이 예쁘잖아? 아리아라잖아. 나는 선율이 아름다운 오페라 아리아나 가사 좋고 아름다운 아리아를 정말 좋아하거든.



아침식사를 해야했어. 어제 저녁을 먹었던 집에 다시 갈 수 없었기에 시장을 찾아나섰어. 시장엘 가면 국밥이나 해장국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



일단 용궁, 점촌으로 이어지는 길을 조금 달려보았어. 아침부터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어. 용궁을 가면 회룡포로 쉽게 갈 수 있지. 회룡포가 어떤 곳인지 알지? 회룡포는 내성천이 만들어둔 절경 가운데 하나야. 배용준씨가 나왔던 예전 드라마 가을동화 앞부분에도 거기가 나온다고 그러던데.... 



마침내 상설시장을 찾아냈어.



안으로 들어가보았지만 아침 일찍 문을 여는 곳은 드물었어. 



콩나물국밥을 하는 집을 발견하고 들어갔어



가격도 적당하고 음식점 안으로 들어섰을때 풍겨나오는 냄새도 좋았어. 친절하고 깔끔했기에 은근히 기대를 했어.



아침을 먹고나자 속이 든든해졌어.



가게를 나와서 조금 달리다가 편의점에 가서 일회용 비닐 우의를 하나샀어. 아무래도 비가 많이 올 것같은 느낌이 들었거든.



비오는 날이길래 조심하며 천천히 달렸어. 까딱 실수해서 미끄러지면 대형사고가 날 수 있거든.



왕복 4차선 도로가 이어지고 있었지. 가능하면 갓길로 달렸고 자전거 도로가 있는 곳에는 자전거길로 다니도록 노력했어.



예천 기차역을 지났어.



예천군청 앞을 지나갔지. 분명히 기억하는데 아침 8시가 안되었어. 그리고나서 유천면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를 본 것같은데 그 다음엔 기억이 없는거야. 눈을 떴더니 내가 병원 침대에 누워있지 않겠어? 긴잠에 의식없이 빠져있다가 일어난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내가 죽음이라는 거대한 어둠 앞에 끌려갈뻔했던거야. 다음 일이 궁금하다고? 저번에 써둔 글 가운데에서 일부를 가져와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싶어. 아래 글 상자속에 그 내용이 들어있어. 일부는 읽기 쉽도록 편집했어. 




지도에서 확인해둔대로 예천에서 문경으로 이어지는 34번 도로를 따라 달렸습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갓길이 선명하게 잘 그어져있었고 주행선의 너비와 갓길의 폭도 그런대로 괜찮았기에 안심하고 달렸습니다. 


예천기차역을 지났습니다. 경북선 철로가 예천으로 이어지고 있었기에 기차역이 있다는 것은 미리 알고 있었습니다. 문경까지 가서 친구를 만나본 뒤에는 기차를 타고 김천을 거쳐 동대구로 갈 생각이었습니다.  



예천군청 앞에서 교통신호등에 걸려 사진을 찍고 다시 달렸습니다. 그리고 유천면이라는 이정표를 보며 달린 것은 확실한데 그다음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습니다. 나는 뒤에서 달려오는 자동차 소리도, 경적소리도, 엔진소리도 브레이크 밟는 소리도 듣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큰 충격을 받고 정신을 잃어버린 것이죠.


어제 8월 23일 낮에 다시 한번 교통사고 조사관님과 나눈 대화를 종합해서 판단해보면 사고경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갓길을 따라 정상적으로 달리고 있었는데 1톤 트럭이 오른쪽 사이드미러로 나를 가격해버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해자의 트럭 오른쪽 사이드미러가 다 부서져있다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가해자는 약간의 장애를 가진 장애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말이 조금 어눌하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약간의 지체와 정신장애를 지닌 분이 아닐까하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사고발생이후 지금 이순간까지 나는 가해자에 대한 어떤 악감정이나 미워하는 마음이 없었습니다.   


 

사고 발생 시각이 아침 7시 55분 경이라고 경찰에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보아 제가 예천 권병원에서 정신을 차린 시각을 가지고 대강 계산해보면 저는 거의 30분정도 의식을 잃고 있었던 것이죠. 119구급대원들이 나를 병원으로 옮겨주신 모양인데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설단체에서 운영하는 앰불런스를 타고 생활근거지인 경주로 이송되어 왔습니다. 권병원에서는 엑스레이 사진을 찍고 자료를 모두 CD에 담아주었습니다. 병원관계자분들과 구급대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이쪽에서 머리 부분을 MRI 촬영을 해본 결과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서 조영제를 넣고 다시 한번 더 찍어야했습니다.


약간의 뇌출혈과 타박상 흔적이 있고 갈비뼈 두개가 부러지면서 피가 나와 늑막사이에 고여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전치 6주의 진단서가 공식적으로 발급되었습니다. 8월 21일 저녁에 외출허가를 얻어 집에 가서 다시 한번 더 자전거를 살펴본 결과 놀랍게도 자전거는 말짱했습니다.



하지만 헬멧을 세밀하게 살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헬멜의 옆부분과 앞부분에 심하게 긁힌 흔적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왼쪽 등어리의 갈비뼈가 부러지고 왼쪽 고관절부근과 허벅다리에 피멍이 가득한 것으로 보아 그쪽으로 나가떨어진것 같습니다. 온몸과 얼굴에도 수많은 상처가 발생했습니다. 끼고 있던 안경은 알맹이 하나만 남기고 사라져버렸습니다.


가만히 판단해보건데 헬멧을 쓰지 않았더라면 현장에서 머리가 터져서 즉사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트럭의 사이드미러로 제 머리부분을 쳐버린 것 같은데 자세한 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이번 사고를 통해 안전장비의 효용성을 깊이 깨달았습니다만 결과적으로는 순간적으로 죽음 일보직전까지 끌려갔다가 기적처럼 살아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직도 몸이 아파. 온몸이 골고루 다 아픈것 같아. 지난 10월 18일 월요일, 병원에 가서 머리와 가슴을 새로 사진 찍었어. 뇌에는 다행히 후속 출혈이 없고 갈비뼈는 부러진채로 어긋나서 붙고있는 중이라는거야. 이젠 먹는 약을 끊었어.


한번씩은 어지럽고 몸이 아파. 글을 쓰는 오늘도 날이 흐린데 가슴 위로 어깨까지 너무 아픈거야. 그래도 이렇게 살아있는게 어디야? 실제로 이 글을 써두었던 날이 이틀 전인 20일 토요일인데 그날 하루 종일 어떤 행사를 진행하고 왔어. 몸이 너무 피곤하니 더 아픈것 같아. 내가 정말 많이 쇠약해졌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 하지만 이만큼 회복한 것만해도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야.


일의 전말이 그렇게 된거야. 이젠 이해할 수 있지? 나는 아직도 예천을 사랑해. 한번 더 가야하는데 그날이 언제일지는 몰라. 가을날의 회룡포도 한번 더 봐두어야하는데말야.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