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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예천 라이딩 : 이럴려고 막았소? 2

by 깜쌤 2018. 10. 15.


수몰현장을 다시 본다는 것은 비극이야.



나는 다리가 걸려있던 현장에 가보았어. 송리원 휴게소가 있던 곳 바로 맞은편이지.



작년만해도 여기엔 물이 가득 고여있었는데..... 자전거 뒤로  멀리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도로밑에 초등학교가 있었어.


 

다리 상판은 걷어내버렸고 남은 다릿발만 몇개 서있었어.



아름다운 모래와 맑은 물, 그리고 늘어진 왕버드나무 가지와 굽이쳐 흐르던 물줄기로 만들어졌던 절경이 폐허로 변해버렸어. 어떤 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내성천 상류 부근의 모래 깊이가 자그마치 7미터에서 22미터에 이른다고 했다는 거야.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모래가 가득했다는 사실만은 틀림없어.



댐을 건설하면서 그런 모래를 한없이 퍼내갔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잖아.



나는 조금 더 다가가보았어. 이렇게 맑은 물이 가만히 흐르도록 놓아두면 안될 이유가 있어?



생활용수, 발전용수, 농업용수,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변명을 듣는 것도 이젠 지쳤어. 정책입안자들이 그 문제 해결을 위해 정말 얼마나 고민하고 토론하고 환경평가를 하고 심사숙고해서 결정하는지 모르겠어.



개발과 발전 논리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밀어붙이기가 능사라고 생각하지 않겠어? 그게 그들의 덕목이고 자기가 가진 진정한 애국심의 발로라고 생각하겠지. 먼 훗날을 대비하고 좀 더 큰 그림을 그리면서 높은 곳 위에서 볼 수 있는 안목과 식견, 혜안을 가질 수는 없을까? 살면서 절절이 느낀 것인데 나는 이제 그런 인물의 출현은 기다리지 않기로 했어.



초등학교가 있던 도로 앞에서 송리원 휴게소가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어. 흙먼지를 날리며 낡은 트럭 한대가 달려올 것만 같았어. 고물 자동차가 일으키는 먼지속으로 뛰어들어 아우성치며 좋아라고 따라가던 그 시절 시골 아이들의 순수함이 그리워졌어.



학교 운동장은  폐허로 변해있었어. 원래 인기척이 끊어지면 황폐해지는 법이지만 자연이라도 아름답게 남아있으면 좋겠어. 



학교 운동장엔 달맞이꽃이 점령해나가고 있었어. 그래! 바로 달맞이꽃!



이 동네 사는 친구집에 찾아가서 소주를 얼마나 마시고는 취해서 모래밭에 나가 떠오르는 달을 보며 한없이 눈물 흘렸던 날이 어제일 같아. 그 시절의 나는 참으로 문제많은 대책없는 청춘이었어.



나는 여기를 한시바삐 벗어나고 싶었어. 오래 있을수록 마음이 아파올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야.



도로로 내려왔어. 다시 물을 채우면 이 모습도 영원히 못볼 것이기에 눈에 오래오래 담아두고 싶었지만 그로인해 생길 마음 아림을 생각하면 그것도 싫어졌어.



나는 다시 허겁지겁 고개를 넘었어. 무섬마을로 향해 달리고 싶었어.



그렇지만 자꾸 뒤에서 누가 잡아당기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기차역이 서있던 자리도 말갛게 사라졌는데 하물며 그 전에 없어진 구만이 동네 흔적이야 말해서 무얼하겠어? 나는 도망치듯이 그 곳을 벗어났어.



영주댐을 지나고 미림마을 앞을 지나서 납닥고개마을을 향해 나아갔어. 새로 생긴 중앙선 철로가 눈앞에서 허공을 가로지르고 있었어.



진월사로 올라가는 도로도 생겼더라.



무섬마을로 들어가는 진입로를 달렸어. 천천히....



무섬마을로 들어가 둑 밑 작은 쉼터를 겸한 가게를 찾아갔어. 자판기에서 콜라 한 깡통을 뽑았어. 요즘 사람들은 영어식 표현에 익숙해서 그런지 콜라 캔을 뽑았다고 하는 것 같더라.



어느 정도 쉬면서 힘을 비축한 뒤 다시 안장에 올랐어. 무섬마을로 들어가는 다리를 지나가는 중이야. 원래 내성천은 이런 모습이었어. 이것도 많이 훼손된 모습이지. 내성천을 가로지르는 외나무 다리는 어렸을 때 참 많이 건너보았어.



반학정이라.... 학과 짝한다는 뜻이니 주인의 품격이 느껴지는 이름이야.



저기 보이는 정자에서 무섬마을을 건너다보면 운치가 가득할 것 같아.



잠시 길을 잘못들어서 엉뚱한 곳으로 가게 되었는데 그게 더 좋은 결과를 가져왔어.



무섬마을을 내성천 건너편에서 마주 볼 수 있었으니까 말이지. 이런 풍경이 가장 한국적인 시골 경치가 아니었을까?



그런 뒤 작은 고개를 넘어 달리다가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을 깨달은거야.



멀리 학가산이 보이기도 했어. 사실 오늘 내가 여기 온 것은 예천부근에 났다는 땅을 보기 위해서야.


 

형편이 된다면 조용한 곳을 찾아가서 책보고 글쓰고 음악듣고 텃밭농사를 지으며 살다가 죽고싶어. 세상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관을 내다버린지 오래야.



이런 경치가 펼쳐지는 곳이라면 조그마한 농막하나 설치해두고 텃밭 농사를 지으며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다가 죽었으면 해.



그런 작은 소망조차도 이루어내기가 힘든 세상이라는 것도 잘 알아. 나도 그렇게 터무니없는 바보는 아니잖아?



내성천가로 이어지는 한적한 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정말 마음에 드는 풍경을 하나 찾아냈어.




바로 여기야. 어딘지 궁금하지?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