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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8 베트남-월남의 달밤 2(完)

국경도시 쩌우독 가기

by 깜쌤 2018. 10. 23.


우리도 마침내 하띠엔에 발을 내디뎠다. 배는 강 한쪽에 마련된 부두에 정박했다. 누가 봐도 배를 댄 곳은 바다가 아니고 강이다.



우리가 가진 문제는 하띠엔에 관한 정보가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이 도시를 스쳐지나가듯 지나간 여행자 몇명이 인터넷에 글을 남기긴 했었지만 세밀한 정보를 남긴 이는 거의 없었다.



여기서 머물 것이 아니기에 버스 터미널을 찾아 이동하는 것이 이 도시를 벗어나는 제일 빠른 방법이다.



 

지도를 클릭하면 크게 뜬다. 지금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호치민이다. 여행객의 입장에서 하띠엔을 출발하여 호치민으로 가는 방법중 가장 이상적이라고 여긴 것은 쩌우독을 보고 껀떠미토를 거쳐 가는 것이라고 판단했기에 쩌우독으로 이동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오토바이로 손님을 실어나르는 쎄움기사들이 말을 걸어왔지만 거절했다. 우리처럼 일행이 다섯명이나 된다면 각자 오토바이를 타면 안된다. 만에 하나 실수로라도 헤어지면 찾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부두에 달랑 한대뿐인 택시 운전기사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버스터미널까지 10만동을 불렀다. 우리 돈으로도 5천원이나 되는 거금이다. 나는 타지 않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5천원이면 제법 멀리 갈 수 있다. 구글 위성 지도를 가지고 검색해본 결과 선착장에서 거리가 1.4킬로미터 밖에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가 싶었다.


 

미터기를 사용해서 가면 되는데 가격을 부른다는 것도 싫었다. 후진국일수록 택시비가 다른 물가에 비해 비싸다는 것은 상식이지만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광객을 봉으로 아는 심리는 세계적으로 비슷한 것 같다.



그렇지 않은듯이 느껴지는 나라가 하나 있긴 있는데 우리 눈에는 그들이 하는 짓마다 밉상이고 가시 정도로 여겨지는 바로 그 나라가 아닐까 싶다. 택시 운전기사가 우리를 다시 한번 더 불러세웠지만 눈길도 안주고 배낭을 메고 걸었다. 처음부터 양심적으로  나왔으면 사용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팁도 제법 주었을 것이다.



1.4킬로미터 정도의 거리라면 20분만 걸으면 된다. 다리를 건넜다. 터미널 위치는 구글 위성지도로 확인해두었으니 직진만 하면 된다. 결과론이지만 그게 우리들의 패착이었다. 잘못된 정보에 의지해서 길을 찾아갔으니 문제가 생겼던 것이다.



다리에서 내려다본 선착장 경치는 예뻤다. 강폭은 넓었고 강안에 마련된 부두 옆으로 노란색꽃이 가득 피어있었다. 물이 맑지 못한 것이 흠이었다.




열대지방에서 우리나라 산골에서처럼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이나 강을 만난다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다.



하띠엔은 강변과 바닷가에 자리잡은 평야도시였다. 새로운 기운이 넘실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흐린 날이라고해도 덥다. 배낭을 메고 걸으니 땀이 마구 쏟아지는게 정상이다. 강변에는 대형 레스토랑이 자리잡았다. 이 작은 도시에 이렇게 큰 레스토랑이 다 있는가 싶었다. 어쩌면 내가 오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작은 도시라고해도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우리도 예전엔 그랬다. 시골 동네마다 아이들이 바글거리고 사람들로 넘쳐났었다.



그렇게해서 찾아간 곳에는 터미널이 없었다. 분명히 맞는 장소에 도착했지만 터미널이 사라지고 없었던 것이다. 이리저리 묻고 수소문해 보았지만 말이 통하지 않았다. 영화 <스타워즈>의 한장면이 떠올랐다. 우주공간에 떠있는 멋진 행성을 찾아 오랜 공간여행끝에 도착했지만 행성 자체가 사라지고 없는 그런 황당함이 우리에게 일어난 것이다.


 

터미널이 이사를 갔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다시 시내로 돌아와서 아까 보무도 당당하게 우리가 건넜던 다리 부근에서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지만 말이 통하는 이가 없었다. 우리는 구글 위성 지도의 보완작업이 늦은 것에서 생긴 비극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최후의 수단은 택시를 타는 수밖에 없다. 몇푼 아끼려다가 더 큰 돈을 쓰게 생겼다.



부근에는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결국 궁여지책으로 ㄱ장로와 내가 따로 떨어져서 택시를 잡기로 했는데 마침내  빅 택시를 잡았다는 연락이 왔다. 운전기사에게 메모지를 보여주고 확인을 해보았는데 그도 영어를 잘 모르는듯 했다. 기사가 어디론가 전화를 해보더니 다리 부근의 식당에서 일하는 청년 앞으로 우리를 데려갔다.  


 

청년이 말하기를 여기에서 쩌우독까지는 약 90킬로미터가 되는데 택시를 타고 가려면 150만동 정도는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청년이 말하는 폼이 터무니없이 바가지를 씌우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팀멤버들의 의견을 물어보았다. 모두들 택시를 타고 이동하기로 의견 일치를 보았으므로 택시를 타기로 했다.




청년의 말이 사실이었다. 쩌우독까지는 90킬로미터 이상이다. 그렇다면 그 정도 요금이 평소요금일 것이다. 딴 말  못하도록 종이에 기사의 서명을 받고 출발했다. 택시를 타고 이동하면서 살펴보니 시외버스가 하띠엔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짐작건데 선착장 부근 어디인듯 싶었다. 귀국해서 구글 위성 지도를 재확인해본 결과 최근에야 새로 이사간 터미널 위치가 선착장 부근에 뜨는 것이었다.   



내가 팀장이라고 멤버들은 나를 앞자리에 앉도록 배려해주었다. 항상 좋은 자리만 앉게되니 정말 미안하다.



우리는 지금 북동쪽으로 가는 중이다. 멀리 보이는 곳이 캄보디아 영토일 것이다.



위성지도로 검색을 해보니 어떨 땐 자동차가 캄보디아와의 국경을 따라 움직이기도 했다.



베트남과 캄보디아 사이에는 분명히 악감정이 존재할 것이다. 지금은 베트남이 강자고 캄보디아가 약자인 그런 관계다.  


 

2차선 도로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수로가 도로 옆으로 바짝 붙어서 이어지기도했다.



한없이 이어지는 평지 가운데 작은 산봉우리가 하나씩 나타나기도 했다. 이런 경치를 본다는 것은 정말 지루하다.



유럽처럼 깔끔한 전원이 이어지면 눈이라도 즐겁겠는데 여긴 그렇지 못하다. 이 나라 사람들을 업신여겨서 하는 표현이 아니고 사실이 그렇다.



산봉우리가 나타나면 당연히 절이 등장했다.



쩌우독 가는 길에는 절들이 가득한 산봉우리가 있다고 들었다. 봉우리들을 만날 때마다 그 곳인가 싶어 살짝 긴장이 되기도 했다.



들이 정말 넓다. 이런 광활한 벌판에서 쌀이 생산되는 것이니 베트남이 세계 쌀 시장을 주름잡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마침내 우리가 그렇게 기다리던 봉우리를 만났다. 누이썸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봉우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위 지도를 보면 그 위치를 짐작할 수 있다. 산봉우리 바로 위쪽의 도시가 쩌우독(Chau Doc)이다. 캄보디아와 베트남을 구분하는 국경이 바로 곁을 지남을 알 수 있다.  



택시는 산봉우리를 돌아서 지나갔다. 호텔을 구한 뒤 시간이 남으면 구경을 위해 다시 돌아올 수도 있겠다.  



여기가 입구를 나타내는 문인가보다.



누이썸 봉우리에서 시내까지는 4차선 도로가 단정하게 뚫려있었다.



마침내 쩌우독 시내를 흐르는 강변부근까지 이르렀다. 우리를 태워준 기사와 기념촬영을 했다.



그런뒤 그는 기분좋게 돌아갔다. 오늘 그가 회사에 납부해야할 일당은 우리를 태워준 그 한탕으로 쉽게 충당했으리라. 덕분에 우리도 쉽게 목표지점에 도착했다. 이젠 호텔만 잘 구하면 된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