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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8 베트남-월남의 달밤 2(完)

박항서 감독 바람이 뜨거웠다

by 깜쌤 2018. 10. 5.


갈때 보았던 항구를 반대방향에서 살펴보게 되었다.



어선들의 색깔은 거의 통일되어 있었다. 바다에 나가면 캄보디아 어선들과 섞일 경우 구별하기 쉽게 하도록 함이었을까? 여기 푸꾸옥 섬과 캄보디아와는 아주 가깝다. 양철집들이 강가에 가득했다.



붉게 녹슨 함석판 지붕이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내가 어렸을때만 해도 저런 집들이 참 많았었다.



군부대 시설인가보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에서는 군사강국이다.



왔던 도로를 다시 달려간다.



저 앞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튼 뒤 아침에 처음 타고왔던 도로쪽으로 나가야만 한다.



돌아가는 길을 찾는 것은 쉬웠다. 왔던 길을 그대로 밟아가기 때문이다.  


  

알고 있는 길이니 편한 대신 지겹다. 그나마 교통량이 적으니까 견딜만했다.


 

그런데 어찌 거리가 너무 조용하다.



이렇게 거리가 조용하다는 것은 어디선가 무슨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시각에 베트남인들 모두의 이목을 끄는 엄청 큰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건이란 바로 그것이었다.


 

베트남판 우리나라 2002년 월드컵 응원사건이 재현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현지인 카페마다 사람들이 모여서 텔레비전으로 중계되는 축구경기를 보고 있었다.



오전에 그 많던 시장 사람들 모두가 철시한것처럼 여겨질 정도로 시장의 가게도 조용했다. 조용했다기보다는 인적이 끊어져 적막했다는 표현이 옳으리라. 판매대나 매장에 주인 아줌마나 아저씨가 없는 곳도 수두룩했다.



가게주인들이나 손님들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서 축구경기를 보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우리도 자전거를 세워두고 슬며시 끼어들었다.



처음 들렀던 집보다는 덜 복잡했지만 열기는 뜨거웠다.



아시아 축구연맹에서 주최하는 중국 창저우 23세 이하 축구대회의 결승전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상대는 우리나라를 격파하고 결승까지 올라간 우즈베키스탄이다. 베트남팀의 감독은 박항서감독이니 우리에게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1대 0으로 끌려가다가 한골 넣었을땐 온천지가 난리였다. 아줌마들조차 그 자리에서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었고 돈푼깨나 있는 사람은 맥주를 한잔씩 돌렸다. 우리가 한국사람임을 알아본 현지인들은 우리에게도 한잔하기를 권해올 정도였다.



전반전이 끝난 뒤 출발해서 리조트에서 후반전과 연장전을 보았다. 베트남사람들에게는 평생토록 경험해보기 어려운 눈밭에서의 시합이라 낯설었을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의 교체 멤버 선수에게 일격을 당해 결국 2대1로 패배했지만 그 열기는 리조트 지붕을 뚫고 하늘로 오를 정도였다. 리조트 안의 분위기가 마구 후끈거렸다.



우리 여행팀의 오토바이 그룹은 오후 6시가 되어서야 리조트에 돌아왔다. 나는 오토바이팀 멤버들에게 베트남 본토로 돌아가는 페리보트가 어디에서 출발하는지 항구 위치를 확인하고 와달라고 부탁을 드렸었다. 미리 확인해둔 그 사실이 결국 우리를 곤경에서 건져내게 된다.  



리조트 입구 맞은편 젊은이들이 모이는 호스텔도 난리였다. 함성과 탄식소리가 천장을 뚫고 하늘로 마구 솟아오를 정도였으니까.....



축구시합덕에 저녁이 늦어지고 말았다. 결국 간단히 먹기로 했다. 컵라면을 사오기 위해 도로로 나갔다.



골목을 천천히 걸어 도로로 나갔는데.....



푸꾸옥 섬에서 제일 큰 마을인 즈엉동의 메인 도로는 광란의 도가니로 변해있었다.



승용차와 오토바이에 올라탄 젊은이들은 경적을 울리고 깃발을 흔들어가며 시내를 누볐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스포츠의 위력에 가슴이 짠해졌다. 2002년 월드컵 당시가 그리워졌다.



돌아오는 길에 하늘을 보았더니 보름달이 떠 있었다.



열대지방의 보름달은 여행객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백인들이 몰려드는 동남아시아의 어지간한 열대의 섬에서는 풀 문 파티가 열릴 것이다. 푸꾸옥 최고의 명소 샤오비치에서도 그런 행사가 열릴까?



하지만 너무 낭만적인 시각으로 풀문파티를 바라보지는 말기 바란다.



더럽고 추악한 면도 많으니까..... 컵 라면으로 저녁을 때우고 잠이 들었다. 오른쪽 위 어금니가 조금 아팠다.



2018년 1월 28일, 일요일이다. 새날이 밝았다. 베트남 배낭여행 20일째다.



식당으로 올라가며 보았더니 바우히니아꽃이 색색으로 피어있었다. 어제 저녁 축구 열기가 이제 조금 사그라든것 같다.



이것저것 담아서 푸짐하게 먹었다. 어제 저녁을 컵라면으로 조촐하게 먹었으니까 오늘 아침은 푸짐하게 먹어두어 영양을 보충해두어야한다. 어제 저녁의 축구경기 여파였을까? 종업원들이 한국인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듯 하다. 아무것도 한 일 없는 우리까지 괜히 우쭐해졌다.


 

개별 방갈로로 연결되는 통로에서 만난 바우히니아 꽃이 상큼하기만하다.



수영장을 바라보는 자리에 앉아 즐기는 아침식사는 낭만적이었다.



9시에 내방에서 예배를 드리기로 했다.



주일이니까 예배가 끝난 뒤 오전은 푹 쉬도록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내방에 모이기로 했으므로 손님맞이 준비를 했다.



차를 끓이고 과일껍질을 벗겨 조각을 낸뒤 쟁반위에 깔았다.


 

창밖은 조용하기만 하다.



우리팀 멤버는 다섯명인데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간단하나마 주일 예배를 드렸다.



차를 마시며 느긋하게 아침시간을 즐겼다.



청소를 위해 메이드 세명이 내방을 방문했다. 청소를 하는 동안 ㄱ장로 부자가 묵는 방으로 옮겨가서 잠시 쉬었다.



청소가 끝났을 즈음에 뒤 다시 돌아왔다.



그새 방청소를 하고 침대를 단정하게 정리해두었다.



이번에는 혼자서 차를 끓여 마신다.


 

그런 뒤 아침 샤워를 했다.



샤워공간은 바깥에 있다.



외부인들 시선이 완벽하게 차단되어 있으니 너무 편하고 좋다. 그러는 동안 오전 시간이 꿈같이 흘러갔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