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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예천 라이딩 : 이럴려고 막았소? 1

by 깜쌤 2018. 10. 12.


8월 9일이라면 교통사고를 당하기 바로 하루 전 날이야. 잘 알다시피 내가 쓰는 글이 그냥 시시껄렁하기만 하잖아? 이번 글은 시고를 당하기까지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처음부터 경위를 써내려가는 것이라고 보면 되. 무더위가 맹위를 마구 떨쳐대던 지난 여름 그렇고 그런 날, 기차에 자전거를 싣고 영주로 향했어. 기차에서 차창으로 밖을 보니 미림마을 앞을 지나고 있었어.



영주역에서 내렸어. 오전 11시 50분경이 되었어. 영주에서 출발해서 예천을 거쳐 문경시 점촌까지 가보기로 마음먹었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야영할걸 각오하고 일인용 텐트까지 준비했었지.



영주역 광장에서 자전거를 조립하고 출발 준비를 했어.



가만히 생각해보니 점심때가 된거야. 그래서 김밥을 두줄 샀어. 달리기에 좀 편해보려고 등에 멘 배낭도 벗어서 자전거에 실었지. 



이제 문수역을 향해 달려야해.



영주농협 파머스마켓 앞을 지났어. 이 길을 달려나가면 영주댐으로 연결된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알고 있어.



나는 중앙선 선로를 따라 달렸어. 평은으로 이어진 길로 가지 않고 문수로 이어지는 길을 택했어.



문수 역마을이 보이는 곳에서 잠시 쉬었어. 이 부근 풍경은 눈에 익숙해.



문수 기차역에 들어가보았어. 이제 여객업무는 중단한 것으로 알고 있어.



옛날 구조가 그대로 남아있는 역이지. 역무원에게 양해를 얻고 구경을 했어.



승강장에는 인기척이 끊어졌어. 여객업무를 중단했으니 이용하는 손님이 있을리가 없지.



한쪽에는 보선사무소로 쓰이던 건물이 남아있었어. 사실 이런 양식의 건물은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것이 틀림없을거야.



나는 이 건물이 보고싶었던거야. 사진으로라도 남겨두어야겠다 싶어서 일부러 들른 것이지. 어딘가 구식건물이지 않아?



그리고 대합실에도 가보았어.



옛날엔 나무 의자를 모두 갈색으로만 칠해서 단조로웠는데 요즘은 세련되게 해두었더라고.



문수역을 보고나서는 다시 달렸어.



이 길을 달려가면 무섬마을과 용혈리로 연결될거야.



멀리 학가산 정상이 보여.



나는 영주에서 흘러내려오는 서천줄기를 따라 달렸어. 이 물은 무섬마을 부근에서 내성천과 합류하는거지.



도로가에 펼쳐진 수박밭에는 수박들이 뜨거운 햇살에 견디질 못하고 마구 익어서 내려앉고 있었어. 올해같은 혹독한 더위에 남아나는게 있을 수 있겠어? 


 

폐허가 되다시피한 수박밭은 뒤로 남겨두고 달리다가, 조금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지치기 시작했던거야.



강건너 마을에 가서 노인회관 앞 쉼터에 올라갔어.



더위에 김밥이 상하기전에 빨리 먹어치워야겠다 싶었지. 그렇게라도 입속으로 뭘 우겨넣고나니 조금 살것 같았어. 음식점을 찾아가서 사먹어도 되지만 나는 절약정신으로 무장한 사람이기에, 또 돈없이 정말 비참하게 살아본 뼈저린 경험이 있기에 한푼이라도 아끼려고 노력해. 



마을 쉼터를 벗어나서 다시 달렸어. 지도를 가지고 확인해보니 그 마을이 월호3리였던것 같아.



조금 더 갔더니 마침내 내성천과 서천이 마주치는 합류점에 다다랐어. 합류지점에서 멱을 감던 청소년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나를 보고 환호성을 질러주었어. 산도둑놈 같은 내 모습이 수상하게 보였던 것일까?


 

이렇게 완전무장해도 사정없이 내리쬐는 햇살에 피부가 까맣게 타는데는 정말 속수무책이야.




1 : 문수역                          2 : 무섬마을

3 : 납닥고개마을                4 : 미림마을

5 : 금강마을(=금광마을)     6 : 평은역 터

7 : 기프실 마을 옛터           8 : 강성마을 옛터

9 : 귀골 마을 옛터


그런 마을 이름들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한번씩은 신기하게 여겨질 때가 있어.



나는 질러가는 길이 있을 것으로 착각하고 강변으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갔다가 중간에 더 이상 길이 없음을 알고 돌아나오기도 했어.


 

무섬마을은 나중에 들어가기로 하고 냅다 달려서 납닥고개 마을을 지나 미림 앞으로 갔어.



놋점마을과 미림 마을 사이에 있는 강변 산을 깎아서 인공폭포를 만들었어. 이런 것을 보면 잘해두었다고 감탄이 나와야하는데 그게 아니었어. 내 마음이 병든 것일까?



오르막길을 걸어올라 댐이 보이는 곳에 올랐어. 댐을 보는 순간 울화가 치밀어 올랐어.



왜냐고? 그동안 가두어 둔 물에 녹조현상이 너무 심해서 언론의 비판이 극심해지자 물을 거의 다 빼두었던거야.



내성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무슨 불만이 그리 많으냐고 말할 지도 모르지만 내막을 아는 사람 입장에서는 기가 차서 말이 안나오는 것은 물론이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게 정상이라고봐. 



국가입장에서는 농업용수와 공업용수, 그리고 생활용수 확보를 위해 댐을 만들어야하는게 당연한 일이야. 그걸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


 

뭐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나는 배낭을 메고 서른번 이상 세계를 떠돌아다녀보았어도 내성천같이 아름다운 모래강은 지구위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었어. 강바닥에 모래가 곱게 깔린 강이 그리 흔한것도 아닐뿐더러, 사실 이 부근은 물이 알파벳의 S자 모양으로 감돌아흐르면서 절경을 만들었던 곳이야.


  

댐을 만들지말고 차라리 평은에서 시작하여 무섬마을에 이르는 내성천을 따라 강변과 산길에 산책로를 만들었으면 두고두고 우려먹을 수 있는 세계적인 관광자원이 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해. 아래 지도는 2008년 당시의 위성지도야. 사진 속에는 댐공사가 시작되기 전의 내성천 상류 모습이 잘 드러나 있어




2008년 당시의 위성 지도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절경의 연속이었다니까. 지도 왼쪽의 점이 무섬마을 위치고 오른쪽의 빨간점은 이제는 수몰된 평은초등학교 위치를 의미해. 낙동강 전체에서도 이 정도로 멋진 굴곡이 연속되는 곳은 드물어. (지도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어


 

은모래금모래가 하얗게 깔린 그런 비경을 물속에 넣어버렸다는게 너무 아쉬운 거야. 그런데 막상 공사를 끝내고나서 물을 담아보았더니 오염이 심해 물도 못가두어두는 실정이라면 도대체 그런 댐은 왜 만들었던거야?

 


"그럴려고 막은거야?" 하고 외치고 싶었어. 모래가 깊게 깔린 강모래들은 자정력이 있어서 어느 정도까지는 정화시킬 수가 있었던거야. 댐을 만들면서 모래를 거의 걷어내다시피하고나니 자정력이 사라져버린것이 아닐까? 내성천 상류에 있는 가축사육 시설때문에 녹조현상이 발생한다고 판단하여 사육장에 분뇨처리장치를 한 뒤 물을 담는다는 식으로 언론매체에 보도가 되던데.....  


 

이왕지사 여기까지 온것이니 꼭 성공하길 바라지만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뭐라고 변명할지 모르겠어.



멀리 보이는 댐이 내눈에는 그렇게 흉물스럽게 여겨져.



역마을이 있던 곳을 말갛게 걷어내버렸어. 마을 이름이 구만이였는지 구마이였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어.



고개를 넘어갔더니 더 기막힌 광경이 펼쳐졌어. 읍사무소와 지서, 학교가 있던 마을도 모두 사라지고 폐허가 되어 있었어. 왜 이렇게 처량하게 느껴지지?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