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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다시 출근길에서 2

by 깜쌤 2018. 10. 9.


저수지 제방 너머 하얗게 보이는 곳이 경주시내지.



결혼하기전 이 동네에서 2년을 살았어.



학교가 건너편으로 성큼 다가왔어.




오늘 내가 돌아다녔던 길이야. 자세히 알고 싶다면 

지도를 클릭하면 되.



직업인으로 첫출근을 했던 학교는 폐교된지 오래고 마지막 남아있던

교실도 이젠 뜯겨서 사라졌어.



나는 들어가보기가 두려워졌어.



허전함과 허무함 때문이었을거야.



나는 교문 언저리에서만 맴을 돌았어.



건너편 산비탈엔 대형 부화장이 터잡고 있었는데

이젠 병아리 소리조차 나질 않아. 


 

산하는 비슷하게나마 남아있는데 말이지.



시내에서 여기까지 오면 오십분은 족히 걸렸지. 젊어서 그랬을까?

 그때는 피곤하지도 않았어.



요즘은 학교부근까지 멧돼지가 내려온다고 들었어.



나는 윗저수지로 가보았어.



학교부근에 저수지가 두개 있다고 말한게 기억나?



이 못을 품고 동네가 하나, 산자락에

조용하게 숨어있지.



내가 은근히 좋아하는 동네지만 터잡고 살기엔 조금 그래.



빈집이 있긴 있어도 가격이 만만치 않아.



나는 작은 재를 하나 넘어가보았어. 거기도

아이들이 제법 많았어.



골짝안에 또 다른 골짜기가 하나 숨어있었어.

여긴 처음 와보는 것 같아.



그렇게 두서너개 동네를 한바퀴 돌아본 뒤에 다시

시내가 보이는 논벌로 나왔어.



조잘거리던 아이들은 간곳을 모르겠고 학교는 문을 닫았는데,

나는 하릴없이 나이까지 먹었어.


그게 너무 안타까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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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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