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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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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8 베트남-월남의 달밤 2(完)

푸꾸옥섬의 일몰

by 깜쌤 2018. 9. 15.


해가 수평선을 향해 슬금슬금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일몰이 가까워지자 갯바위 위에 올라갔던 사람들도 모두 철수하기 시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해는 빠른 속도로 기울어가기 시작했다.



물에 젖어도 춥지않고 챙피스럽지 않는 그런 나이가 부러워졌다.



나에게 그런 시절은 너무 오래된 과거사 이야기여서 들추어내려면 추억의 껍질을 벗기는데만도 한참이나 걸릴 지경이다. 나이 탓이리라. 가만히 되짚어보면 나는 그 황금같은 시기를 어이없이 보내버렸다.



서양인 관광객들은 바위에 걸터앉은채 해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 시간에도 먹는 것에 탐닉하는 사람 있었고.....



뭘 하든지 개인의 자유니까 간섭할 일이 아니다.



노을이 확산되어가면서 서쪽하늘이 점점 붉어져갔다.


 

바다도 물들어간다.



해가 수평선으로 다가가는 속도가 바로 지구 자전속도임을 알겠다.



그런 걸 보면 지구가 크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에서의 동과 서의 거리도 막연하나마 짐작해볼 수 있겠고....



열대지방 섬여행에서 해넘이를 보지않는것은 숨겨진 보석을 찾아내지도 못하고 발로 차서 날려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수평선에 짙은 구름이 묻어있었다.  



안녕~~  그렇게 또 하루가 사라져갔다.



일몰을 구경한 수많은 사람들의 표정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열대지방의 즐거움은 어떤 면에서 지금부터라고도 할 수 있다.


 

기온이 선선해지는 저녁부터 한밤까지는 사람이 활동하기에 알맞기 때문에 갖가지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나는 먼저 부두 산책부터 끝내기로 했다.



강과 바다가 마주치는 곳 바다쪽으로 쑥 내민 부두위에 길이 마련되어 있었다.


 

많은 이들이 그 길을 따라 거닐고 있었다.



부두 밑쪽으로는 테트라포드 대신 시멘트 블록을 깔아두었다.



방금 내가 일몰을 구경했던 딘꺼우 절을 밑에서 위로 올려다본 모습이다.



이제 해는 구름 속에 완전히 숨어버렸다.



어둠이 바다에서부터 슬슬 몰려오는듯 했다.



나는 되돌아서서 걸었다.



즈엉동 시내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걸었다.



가다가 아쉬운 마음에 한번은 고개를 돌려 되살펴보았다.



베트남인들은 참으로 선량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중국인에게 묻어나는 거만함과 오만함이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처음 보는 중국인들은 매력적일 때도 있지만 이내 드러나는 그들의 그 잘난체하는 거만함에는 쉽게 질려버린다. 



야시장구역으로 들어섰다. 부두에서 그리 멀지 않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 야시장 풍광은 화려해서 좋다.


 

야시장 한가운데 강변쪽에 자리잡은 공중 화장실의 위치를 확인해둔 뒤 각자 흩어져서 먹고싶은 것을 먹고 7시 15분에 다시 모이기로 했다.



나는 시장구경에 나섰다. 혼자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돌아다녔다.



처음에 봐둔 음식점에 찾아가서 게살볶음밥과 다이어트 콜라한병을 주문했다. 합해서 약 11.5만동이다. 종업원 아가씨와 영어가 통하니 정말 편하다.



내 앞 좌석에 한국인 중년 한쌍이 자리를 잡고 앉아서 낭만을 즐기고 있었다. 부부인지 연인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푸짐하게 많이 시켜서 먹는 것이었다. 맥주까지 곁들여서 마시는데 두사람의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조금 지나칠 정도로 거하게 먹고 마신다는게 솔직한 내 느낌이었지만..... 



일은 그 다음에 터졌다. 종업원이 계산서를 그 커플에게 들이밀었는데 얼굴 표정이 싹 변하면서 수긍하지 못하겠다는 식으로 나왔다. 우리말로 불평을 해대니까 내가 알아듣는 것이지 안그런 다음에야 남의 자리에서 벌어지는 대화 내용을 어찌 알겠는가 말이다. 두 사람이 먹은 음식값은 자그마치 140만동이었다. 우리돈으로 쳐도 7만원이다.


 

남자는 우리말로 종업원에게 따지는데 베트남 아가씨가 알아들을 리가 없다. 아무리 베트남 물가가 싸다고해도 해산물 요리는 어느 나라나 비싼 법이다. 내가 봐도 그 정도는 나올법하다. 내가 보았을때도 음식물을 너무 많이 남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가 제법 비싼 요리였다. 나도 가격표를 보았으니 종업원 잘못은 아닌 것이 확실하다. 나서서 도와주려다가 참았다. 그 정도는 계산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영어가 안된다는게 문제였다. 그들의 처지가 안타까웠지만 좋은 경험이 되었으리라. 다른데서 식사를 마친 ㄱ장로 부자가 가게 앞을 지나다가 이 상황을 보고는 끼어들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화장실 앞에서 일행을 모두 만나서 리조트까지 걸어왔다.



혼자 묵는 방이 이렇게 좋아도 되는가싶다.



제법 그윽한 분위기가 묻어난다.



인도네시아의 롬복섬 승기기 해변에서 이런 분위기를 맛보고는 처음이지 싶다.


 

모기장을 치고 침대에 누워보았다.



왕자가 된듯한 기분이다.



이내 단잠에 빠져들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