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숨을 헐떡이며 올랐을까? 이제 거의 정상부근에 도달한 것 같았다.
높은 곳에 오를수록 멀리 볼 수 있다는 것은 진리이다.
인생길도 그런 것 같았다. 오래 살아보니 인생의 깊은 의미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되었다.
정상부에는 앉아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데크가 만들어져 있었다.
일출봉 밑의 풍경이 환하게 드러났다.
일출봉 정상 표시가 된 곳까지 가서 서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가가보았다.
섭지코지쪽의 모습도 그 전모를 드러냈다.
나중에 나는 멀리 보이는 오름쪽으로 탐색여행을 떠나가볼 생각이다.
내일이면 나는 중문에서 성산부근까지 자전거로 이동해야한다.
말은 쉽지만 실제로 실행에 옮겨보고나서 나같은 늙은이들에겐 그게 무리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미리 지형을 살펴둔다는 것은 큰 도움이 되리라.
어느 정도 살펴보았으니 이젠 내려갈 일만 남았다.
나는 분화구를 살펴보았다. 성산 일출봉이라고 이름을 붙여두었지만 한눈에 봐도 분화구가 틀림없다. 옴팍하게 파인 화채그릇처럼 이쁘게도 생겼다.
내려가는 길도 계단의 연속이었다.
계단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힘이 든다는 이야기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중국 산동성에 있는 태산을 계단길로 올라갔다가 계단길로 내려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만난 어떤 중늙은이는 하산길에 날아다니는 것 같이 날렵하게 몸을 움직이며 내려갔다.
평생 살아오면서 몸이 그렇게 가벼운 사람은 처음 만나보았다.
양산을 펴고 내려가는 여성들을 만났다.
햇살로부터 피부를 보호받고 싶다는 여성들의 열망을 충분히 이해한다.
피부보호에 제법 무관심한 나는 자주 얼굴을 태워먹는다.
그러니 여름 한철을 지내고나면 금방 까매지고만다.
깜쌤이라는 별명이 아무렇게나 만들어진게 아니다.
아이들이 지어준 그 별명을 현직에서 물러난 지금도 나는 애용한다.
얼마높지 않은 봉우리 하나를 올랐을 뿐인데도 다리가 약간 후들거렸다.
타고난 약골은 어쩔 수가 없는가보다. 밑에 보이는 바닷물이 한없이 맑아 보였다.
그럭저럭하는 사이에 거의 다 내려왔다.
우리 일행의 다음 행선지는 우도라고 했다.
우도는 성산포 건너편에 있는 작은 섬이다.
성산 일출봉 밑에는 해녀들이 잡아온 신선한 해산물을 파는 횟집이 있는가보다.
그쪽으로 한번 가보기로 했다.
똑바로 내려가버리면 너무 아쉬울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절벽가까이 다가가보니 숨겨진 해수욕장이 보였다.
이탈리아의 나폴리와 소렌토 앞바다에 카프리 섬이 떠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양아들 겸 후계자가 우리가 잘 아는 옥타비아누스다. 그는 존엄자라는 의미로 아우구스투스라고도 불렸다. 아우구스투스의 뒤를 이어 로마황제가 된 사람이 티베리우스인데 티베리우스는 나중에 카프리 섬에 은거하며 로마제국을 통치했었다.
이는 카프리가 그만큼 아름다웠다는 말이 된다. 카프리섬에 유람선이 도착하는 항구 근처에는 자갈로 덮인 해수욕장이 있는데 거기에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거기 자갈밭 해수욕장에 비하면 이런 해수욕장은 천국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멋진 해수욕장이 제주도에는 수두룩하지만 사람들을 끌어모으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워서 해보는 소리다.
더구나 성산 일출봉 밑에 자리잡은 검은 모래 해수욕장이 아니던가?
아무곳에서나 훌렁훌렁 옷벗기를 좋아하는 백인들과 동양인들 사이에는 인종적인 가치관과 특질의 차이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함부로 관계당국의 능력을 이야기할 수는 없는 일이긴해도 안타깝긴 마찬가지다.
상상력 부족은 그 무엇보다 큰 죄악이리라.
매표소부근 휴게실에 일행들이 모여있었다.
총무가 아이스크림 한개씩을 돌린다.
렌트카를 타고 성산포 항구로 달렸다.
주차장 옥상에다가 자동차를 세워두고 우도로 향하는 페리를 타러 갔다.
드디어 난생 처음으로 우도를 향해 가는 것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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