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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8 베트남-월남의 달밤 2(完)

무이네-화이트 샌드 듄 1

by 깜쌤 2018. 7. 30.


2018년 1월 24일 아침이 밝았다.



베트남 여행 16일째다.



잘알다시피 베트남은 한국인들에게 15일동안만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이번 베트남 여행기간을 보름 이상으로 계획했기에 우리들은 처음부터 관광비자를 받아서 왔다.



오늘은 화이트 샌드 듄을 가볼 생각이었다. 무이네는 해변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그런 곳은 아니기에 멀리 떨어진 화이트 샌드 듄까지 자전거여행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호텔 리셉션에서 푸꾸옥 섬으로 가는 항공권을 예매해보기로 했지만 컴퓨터 속도가 너무 느려서 문제가 많았다. 한번은 입력시간이 초과했다는 이유로, 또 한번은 신용카드 유효기간이 지났다는 터무니없는 이유로 결재가 되지 않았다. 결국 무이네에서 비행기표 사는 것을 포기하고 호치민에 가서 시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나와 ㅂ형님은 자전거로 가기로 하고 나머지 세분은 지프차 투어를 하기로 했다. 원래는 오토바이를 빌려서 가보기로 했지만 북쪽으로 가는 화이트 샌드 듄 오토바이 여행은 베트남 경찰의 운전면허증 단속이 심하다고 하기에 지프 투어로 방향을 틀었던 것이다.  



달려 본 결과 그게 사실임이 증명되었다.  베트남 경찰이 군데군데 포진해있다가 국제면허증 소지 여부를 엄격하게 체크하고 있었던 것이다. 


 

옐로우 샌드 듄을 지나 어제 와본 곳보다 더 북쪽으로 나아갔다.



도로 양쪽으로는 열대의 상징인 뷰겐빌리아 꽃이 흐드러지게 만발했다.



투어를 신청한 우리 일행 세사람이 탄 지프가 곁을 스쳐 지나갔다.


 

날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땀이 마구 흐르기 시작했다.



오늘은 대강 계산해도 왕복 70킬로미터 이상은 타야할 것 같았다.



이 뜨거운 땡볕 아래에서 그 정도를 탄다는 것은 고생을 각오해야만 한다.



체력배분을 잘 해야했지만 그래도 자전거 성능이 좋아서 천만다행이었다.



도로가에서 발견한 버려진 고운 분홍 신발이 나그네의 마음을 아리게 했다. 어떤 여자 아이가 잃어버린 것일까?



도로가로 나타나는 모래 색깔이 점점 희게 변하기 시작했다.



물을 마셔야했다. 다행히 바닷가에서 작은 오막살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오막살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양철 몇조각으로 지붕을 덮은데다가 언뜻 보이는 세간살이가 너무 단출했기 때문이다. 양철 지붕이니 실내의 열기가 장난이 아닐 것이다.



정말이지 오막살이였다. 이 집 식구들은 자잘한 과자 몇봉지와 음료수를 팔아서 사는 것 같았다. 부모와 사춘기에 접어드는 여학생, 아직 젖이 덜 떨어진 아장아장 걷는 남동생 한명, 그리고 개 한마리로 이루어진 가족이었다.



이제 막 가슴이 부풀어오르기 시작하는 어린 여학생을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아파왔다. 엄마가 하루빨리 브래지어를 사입혀야할텐데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 아이가 행복한 미래를 가졌으면 정말 좋겠다.



물을 사마신 뒤 다시 출발했다.



오르막길이 나타났다.



사구가 이어지기 시작한다. 길은 사구를 뚫고 내륙으로 이어져 있었다. 이틀전에 우리가 이 길을 통해 무이네로 왔었다.



ㅂ형님은 기아를 교묘하게 변속해가며 언덕을 올라갔지만 나는 그런 수준이 되지 못했다. 결국은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올라갔다.



힘으로만 자전거를 타려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힘이 부친 나는 자전거를 세우고 뒤돌아보았다. 언덕 경사도가 낮은 것은 결코 아니었다.



정상을 넘어서자 묘지가 나타났다.



햇살이 묘지 위에서 마구 이글거렸다.



방향을 틀었더니 붉은 모래가 나타났다.



아무리가도 끝이 나타나지 않는것 같다.



땀은 비오듯이 쏟아지고 갈증이 났다. 그리고 서서히 지쳐가기 시작했다.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붉은 모래 사이로 기초가 잡혀가기 시작하는 얕은 계곡이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길가에서 게스트하우스를 발견했다. 게스트하우스 한쪽에 작은 식당이 보였다. 너무 지친데다가 지극히 더웠기에 무조건 들어가야만 했다.



게스트하우스 한쪽 건물에서는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우리는 카페에 들어가앉았다.



커피한잔을 주문했다. 어린 아이가 커피를 타왔다. 조금 살것 같았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뜨거운 태양이 사정없이 내리쬐는 아스팔트로 나왔다.



멀리 보이는 풍경이 눈에 조금 익은듯하다. 이틀전에 무이네로 올때 버스 안에서 보았던 호수가 틀림없는것 같다.



길가에서 음식점을 발견하고 들어갔다. 허기가 심하게 졌으므로 무엇이라도 먹어두어야했다.



3만동짜리 식사였는데 너무나 훌륭했다. 배가 든든해졌다.



식당을 나와 조금 달려나갔더니 화이트 샌드 듄이 나타났다.



흰 모래 한쪽에 푸른 물을 가득담은 호수가 나타났다.



참으로 신기한 곳이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 이해가 된다.



조금 더 내려가자 마침내 입구가 나타났다. 갑자기 기운이 솟았다. 이제는 다 왔다는 생각때문이었으리라.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