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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8 베트남-월남의 달밤 2(完)

무이네를 향하여

by 깜쌤 2018. 7. 4.

2018년 1월 22일 월요일 아침이 밝았다. 베트남여행 14일째다. 뒷창문을 열고 창밖 모습을 잠시 살폈다. 5시 50분경에 기상했다. 머리를 감고 짐을 챙겼다. 6시 45분경에 아래층으로 내려갔더니 눈다친 강아지가 유리문밖에 앉아있고 대문은 안에서 잠겨있었다.  



주인을 불러 문을 열어달라고 부탁했다. 큰도로에 나가서 빅택시를 잡아타고 터미널로 향했다. 도착하니 7시 5분이 되었다. 어제 7시까지 와달라고 이야기를 들었던터라 은근히 불안했다. ㅈ집사님이 만두를 사와서 돌렸다. 반만 먹고는 멀미약을 먹어두었다.



나짱에서 달랏으로 올때 멀미를 조금했던 터라 이번에는 처음부터 멀미약을 먹어두었다.  



그런데 7시 반이 가까워져도 버스가 보이지 않았다. 대합실에서 표를 샀으니 버스가 대합실 앞 승강장에서 출발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버스가 보이지 않으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7시 25분경이 되어 버스를 타러 승강장으로 나가려고 했더니 우리 표를 확인한 키 큰 아가씨가 영어로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한다. 그녀는 프엉짱 버스회사 직원이었는데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 7시 반경에 땀한 여행사에서 당신들을 픽업하러 갈테니 기다리라는 답이 왔다며 알려주었다. 그녀의 성의가 너무 고마웠다.


 

그런데 7시 55분이 되어도 누가 우리를 픽업하러 오지 않았다. 무엇인가 잘못된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 대합실에서 버스표를 팔았는데 왜 버스가 오지 않는가 말이다. 마음이 급해진 나는 다시 한번 더 버스회사 직원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그들은 프엉짱 회사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이라는 대답만해준다.


 

슬슬 성질이 나기 시작했다. 대합실 출입문에서 손님들을 안내하는 직원에게 다시 한번 더 도움을 요청했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해본 뒤 기다려달라고 했다. 오전 8시가 훨씬 넘은 시간에 어떤 사람이 오더니 우리보고 나오라고 했다. 터미널 바깥 비탈진 길에서 기다리란다.


 

마침내 버스가 오긴 왔다. 땀한 트래블의 미니버스였다. 우리에게 원래 배정된 좌석번호가 8, 9, 10, 11, 12였는데 차안에는 백인여행객들이 가득했다. 그러고보니 이제 이해가 됐다. 이건 여행사에서 운행하는 버스다. 정규노선 버스가 아닌 것이다. 예약한 손님을 싣기 위해 손님들이 묵고 있는 모든 호텔마다 돌아다녔을테고 제일 늦게 우리가 기다리는 터미널에 온 것이다.



운전석 옆 제일 앞좌석이 비어있어서 거기에 앉았다. 우리 팀 멤버들 좌석도 있긴 다 있었다. 모두들 배낭여행객들이니 차안에 배낭이 가득해서 우리 배낭을 놓을 자리조차 없었다. 일단 우리 멤버가 먼저 타고나자 배낭은 차장과 기사가 창문을 통해 안으로 넣더니 출입문 앞 계단에 쌓아두기 시작했다. 불이 나거나 사고가 나면 탈출이 불가능한 셈이다. 버스표는 운전기사가 받아서 챙기더니 돌려주지도 않았다.   



버스는 꼬불꼬불한 산길을 달려내려가기 시작했다. 고원지대에서 평지로 내려가는 길이 엄청 굽이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미리 멀미약을 먹어두었었다. 덕분에 멀미를 하지 않고 잘 견뎌낼 수 있었다. 


 

어떤 구간은 아주 깔끔하게 잘 가꾸어져 있었다. 베트남에도 이런 도로가 만들어지고 있다니 축하할 일이었다.



톨게이트가 나오는 것을 보면 정식 고속도로임에 틀림없다.



얼마동안은 신나게 잘 달려나갔다. 아래 지도를 보자.




달랏에서 무이네까지의 대략적인 거리는 약 150킬로미터 정도다. 무이네까지는 3시간 반이면 도착할 수 있는 것으로 구글 지도에서는 안내해주고 있었다. 우리나라같으면 한시간 남짓하여 도착할 수 있는 거리지만 여긴 베트남이다.



무이네까지 이렇게 되어있다면 얼마나 좋으랴만....... 도로가 좋았던 부분은 아마도 리엔꾸옹 비행장이 있는 곳까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도로가로 커피열매를 말리는 농가가 자주 나타났다.



베트남에 웬 커피열매(?)라는 식으로 생각한다면 큰 오해다. 베트남은 세계적인 커피 생산대국이다. 


 

커다란 저수지가 나타났다. 제법 컸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부근에 수력발전소까지 있었다.



사방이 커피농장이다. 차는 열악한 환경으로 둘러싸인 언덕길을 슬금슬금 올라가기 시작했다. 커다란 고개를 넘을 모양이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커피나무의 품종은 크게 두가지로 분류한다. 하나는 학명으로 코페아 아라비카(Coffea Arabica)라 부르는 종류인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아라비카다. 원산지는 이디오피아다.



또 다른 하나는 코페아 카네포라(Coffea Canephora)인데 우리가 흔히 로부스타라고 말하는 바로 그 녀석이다. 원산지는 아프리카 한가운데 적도 부근의 콩고다.  



베트남은 로부스타 커피를 많이 생산하는 커피 대국이다.  그러니 사방에 커피열매를 말리는 농가들이 가득했던 것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브라질에 이어 커피생산 2, 3위를 다투는 나라가 베트남이다.



굉장한 산을 내려가는 중이었다. 달랏이 고원지대에 있는 도시니 이제 바닷가 동네인 무이네를 향해서는 내려가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 지도에서 무이네라고 검색해도 되지만 판티엣이라고 검색하는게 빠를 것이다.



무이네는 판티엣이라는 큰 도시 옆에 있는 바닷가 작은 마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판티엣보다 무이네가 더 유명한 것은 그만한 이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탄 미니버스는 산비탈을 요리조리 감돌아가며 신나게 내려갔다. 운전기사가 한번만 실수하면 떼죽음이다. 



마침내 산을 거의 다 내려온듯 했다. 호수가에 휴게소가 나타났다.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를 상상하면 절대 안된다. 시멘트 바닥에 목욕탕용 플라스틱 의자가 수두룩하게 놓인 그런 썰렁한 휴게소다.



우리가 타고온 탐한 여행사 버스다. 여행객들 배낭이 출입문 부근에 쌓여있었다. 내 배낭도 보인다.


 

다른 버스가 한대 들어오더니 일본인 여행객들을 가득 부려놓았다. 요즘 들어 일본인들 만나기가 그리 쉽지 않았는데 여기서 만났다.



한 십여분 정도 쉬고 나서 다시 출발했다. 웬 소떼들이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달리던 버스가 한번은 구멍가게 비슷한 수리점에 들어가서 간단한 수리도 받고 타이어에 바람을 넣기도 했다.



산골짝 도로에서는 중앙선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드디어 중앙선이 희미하게나마 표시된 도로를 만났다. 도로 양쪽으로 펼쳐진 풍경들이 예사롭지 않았다. 사막냄새가 난다. 모래가 붉었다.




지도를 보면 바닷가에 모래 언덕이 존재함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무이네 부근은 베트남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에 들어간단다. 그래서일까? 열대지방인 베트남에서 정말 귀한 사막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되어버렸다.


 

관광객들은 그것때문에 무이네를 찾는다. 바람이 세고 지형이 특이하니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 바람이 세다는 말은 바람과 관련된 스포츠가 발달했다는 사실과 일맥상통한다.



특이한 것은 사막가운데 호수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두개의 큰 호수가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붉은 모래 언덕밑으로 바다가 나타났다. 드디어 목적지가 가까워졌다.



버스는 해변도로를 달려나갔다. 우리가 목적지로 찍어둔 곳은 쑤오이 띠엔, 즉 '요정의 샘물'이라는 개울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 근처였다. 스마트폰으로 미리 불러내어둔 구글 지도에서 그 위치가 가까워졌을때 과감하게 내렸다.



호텔을 구하기로 했다. 멀리 갈것도 없었다. 바로 부근에 참하고 멋진 호텔 하나가 존재했으니까 말이다.



리셉션으로 들어갔다. 잘 생긴 젊은이가 가게를 겸한 곳에 만들어진 리셉션 카운터를 보고 있었다. 영어가 유창했다.



40만동짜리 방 3개를 구했다. 이번에도 나는 혼자 묵게 되었다.  



방은 크고 넓었다. 무엇보다 깨끗했다.



호텔도 구했으니 이제 나가서 점심을 먹어야한다.



거리로 나가보았다. 무이네는 아주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해변을 따라 도로 하나가 그냥 쭉 뻗어있는 아주 단순한 짜임새다.



우리가 거처로 정한 호텔이다. 헝뿌억 무이네 호텔이라고 읽어야하지 않을까싶다. 혹시 한자로 표기할 경우 흥복(興福)호텔이 아닐까? 베트남 낱말도 한자의 영향을 짙게 받았으므로 나름대로 그렇게 유추해보았다. 호텔 홈페이지는 아래와 같다.




우리는 호텔 바로 옆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건물 어디나 사방 공간이 탁 터져 있는 것으로 보아 여긴 일년내내 더운 기후를 가졌다는 말이 된다.



나는 국수를 주문했다. 각자 자기 취향에 맞게 음식을 시켰다.



이제 모두들 베트남 음식에 적응해가는 모양이다.



프라이드 에그와 빵의 조합도 괜찮아 보인다.



난 국수 매니아다. 삼시세끼 국수로만 주어도 마다할 사람이 아니다. 국물이 담백했다.



호텔로 돌아와서 짐을 정리해두었다. 며칠 전부터 이가 심하게 아팠다. 오른쪽 어금니가 심하게 흔들렸다. 



조금 쉬다가 오후 3시경에 외출을 하기 위해 방을 나섰다. ㅈ집사님은 몸이 불편하다며 나오지 않으셨다. 은근히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오후 첫 일정은 요정의 샘물 계곡을 탐방하는 일이다. 거리에는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이 넘실거렸다. 모두들 헬멧을 착용하고 있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