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갈아놓은 밭이 너무 탐스러워.
이하역 부근까지 다 왔어. 그런데 이하역을 기억하는지 궁금해.
철도관사가 보여. 내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동네의 철도관사 사진이 한장도 없다는게 너무 아쉬워.
2012년에 왔을 때와는 조금 달라져 있는것 같아.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옛날에 쓴 글을 찾아보았더니 그때 모습은 이랬었어.
나는 도로가에 서서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어.
아주머니 한분이 멀리서 밭일을 하고 계셨지.
뭐 그리 아쉬울 것도 없는데 마음이 허전했어.
나는 도로를 따라 더 달려보았어.
영산홍이 곱게 핀 마을앞에 오롯이 버티고 선 버스정류장이 불쑥 나타났어.
여기까지만 가보기로 했어.
더 이상은 나아가기가 싫었던거야.
마을에는 오래된 정미소가 남아있었어.
돌아내려오는 길에는 이하마을 교회를 멀리서 살펴보았어.
내가 처음 나갔던 교회는 사라져 버렸다는 것 정도는 알지?
혹시 그 교회가 궁금해? 이렇게 생겼어.
2006년 5월 5일에 찍어둔 사진이야.
다 옛날 일이지.
나는 안동댐쪽으로 내려가기로 했어.
오후 5시 반경에 경주로 내려가는 기차시간에 맞추어야했거든.
난 참 이상한 사람이지?
왜 이렇게 지나간 흔적에 집착(?)하는지 몰라.
안동시내로 돌아가지 않고 안동댐으로 넘어가는 길로 들어섰어. 와룡면으로 이어지는 길이 보이네. 멀리 철길이 지나가고 있어.
깔끔하게 갈아둔 밭이 너무 탐스러워서 마을 쉼터에서 조금이나마 쉬어가기로 했어.
저런 밭을 가지고 싶었는데..... 나는 배낭을 뒤져 남은 빵을 꺼냈어.
내가 전문 농사꾼이 절대로 못될 사람이라는 것 정도는 잘 알지?
적당히 쉬었으니 또 일어나야지.
요즘은 시골에도 멋진 집들이 참 많아졌어.
이제 안동댐 부근까지 다 내려온 것 같아. 천막 밑에 사람들이 모여서 떠들고 먹고 마시며 놀고 있었어.
나는 그런 것을 잘하지 못해.
마구 떠드는 건 너무 싫어.
그럴 시간있으면 조용히 글쓰고 책을 읽고 싶은 사람이야.
나는 월영교가 바라보이는 물가에 섰어.
월영교에 얽힌 눈물겨운 사연은 잘 알지?
원이 아버지께.
- 병술년 유월 초하루 아내가 -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죽자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 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가시는 건가요.
당신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 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 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주세요.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써서 넣어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 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시는 건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갓 그 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 쓰고 대강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 주고 또 말해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 주세요.
하고 싶은 말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글의 출처 : http://andong.pe.kr/
문단은 내가 임의로 만들어 보았어.
딱 20년전인 1998년 4월, 안동시 정상동 택지개발을 할 때 개발구역 안에 있는 묘를 이장하게 되었어. 묘 안에서 나온 유물 가운데 이 편지도 함께 나온거야. 더 알고 싶으면 아래 홈페이지를 가보기 바래.
관속에 누워있는 분은 이응태(1555~1586)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였고 이름조차 남아있지 않은 부인(원이엄마)이 쓴 글이었어.
31살 너무나 젊은 나이로 숨진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편지로 적어서 넣어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편지를 쓴 날이 1586년 7월 16일같아.
더 가슴아픈 것은 관속에 부인이 자신의 머리카락과 삼으로 만든 미투리가 들어 있었다는 거야. 한번 '신어보지도 못하고' 갔다는 글이 들어 있어서 사람들의 마음을 저미게 만들었어. 아래 주소를 한번 눌러봐.
월영교 위로는 자전거 통행이 금지되어 있기에 나는 댐으로 이어지는 다리를 건너갔어.
하류쪽으로 월영교가 걸쳐져 있어. 오늘은 여기까지만......
어리
버리
'우리나라 안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 나라안 여기저기 in Korea'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동강 달성보 라이딩 1 (0) | 2018.05.30 |
---|---|
안동 4 (0) | 2018.05.28 |
안동 2 (0) | 2018.05.25 |
안동 1 (0) | 2018.05.24 |
천당 밑 분당 3 (0) | 2018.0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