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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안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나라안 여기저기 in Korea

안동 2

by 깜쌤 2018. 5. 25.


담장밖에 붙어서서 흘려보낸 시간을 조금 반추해보았어.



정말 씁쓸한 마음으로 그곳을 떠났어.



나는 담장을 반바퀴나 빙 돌아서 교문에 가보았어.



워낙 오래전 일이니 어지간한 일은 이제 기억나지도 않아.



본관 건물이 달라진 것은 확실한데 강당은 잘 모르겠어,



3학년만 480명이었는데 우리반은 전교 1등에서 60등까지를 모아놓은 반이었어.


 

서재에 보관해둔 졸업앨범을 꺼내 확인해보았더니 60명 가운데 시내에 거주한 친구가 33명이었어.



27명은 타지에서 왔거나 군지역에 거주하던 친구들이었어. 우리반 친구들 가운데 행정고시와 사법고시에 합격한 친구들, SKY대학에 간 친구들이 수두룩했어.



교육대학에 간 친구는 단 둘뿐이었어.......


 

졸업할때 우등상을 받은 친구들이 48명이었는데 나도 그 안에 끼어 있었어.



다른 반에서는 단 한명도 없었고 우리반에서만 다 나왔었지.



나는 씁쓸한 추억을 안고 신시장으로 갔어.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는게 너무 편했어.



빵으로 점심을 대신하려다가 시장에서 밥 한그릇 정도는 사먹고 싶어졌어.


 

그런 뒤 안동교회에 가보았어.



몇년 전에 이교회 장로님들과 환담을 나누어 본적이 있었어.



나는 요즘 후회를 많이 해.



경주보다는 안동에 터를 잡고 살것을 하고 말이지.



엄마와 사이가 극도로 안좋았던 나는 집에서 제일 멀리 떨어진 곳을 찾아 떠나갔어.



그곳이 경주였지.



나는 예배당 여기저기를 살펴보았어.



여기에 터를 잡고 살았더라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변해있을지 그런 것도 궁금했어.



나는 안동이 가진 분위기가 좋아.



정치적인 의미의 보수는 정말 싫어. 그런 의미 말고.....



어쩌다가 인생길이 이렇게 꼬여버렸던 것인지.....



돌이켜볼수록 깊은 회한이 가슴 한구석을 마구 후벼팠어.



나는 안동교회를 벗어나서 시청쪽으로 올라갔어. 예전에 대학이 있던 명륜동 이쪽은 너무 싫어. 나는 마음에 없는 대학에 너무 적응을 하지 못해서 수없이 사고를 치고 학점을 날려버렸어. F학점이 워낙 많아서 나중에는 졸업불가 판정을 받았어.  



나는 도로를 따라 위로 올라갔어.



하회마을 가기를 포기한 대신 이하에 가서 철도관사를 보고 싶어졌어.


 

이 고개를 넘어가면 와룡면을 거쳐 도산서원으로 가게 되지.



나는 도신문을 지나갔어.



고개마루에 올라서니 내리막길이 이어졌어.



중앙선 철길밑을 지나 이하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달렸어.



실개울을 만났어.



모래 가득한 실개천가에 기대어 자라는 버드나무를 보았어.



나무든 사람이든 사는 장소를 잘 택해야하고 주위 사람을 잘 만나야한다는 것을 살면서 깨달았어.


 

바위가 나타난 곳이 있길래 쉬어가기로 했어.



부모와 선생님과 친구와 배우자를 잘 만나야한다는 진리를 왜 그리도 늦게 깨달았던 것일까?



내가 잘 만났다고 생각한 것은 딱 한가지뿐이야.



그게 뭐겠어?



곳집이 뭔지 알지?



곳집은 마을에서 공동으로 쓰는 상여를 보관해두는 집이야. 왜 요즘은 곳집같은 것이 눈에 자주 들어올까? 아마 나이를 먹었기 때문일거야. 이젠 하나씩 정리해야하는데도 자꾸 일을 벌이려는 나는, 아직도 어리석음으로 가득한 부족한 인간이야.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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