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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안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나라안 여기저기 in Korea

안동 1

by 깜쌤 2018. 5. 24.


안동에 가보기로 했어.



이번 나들이의 주제는 '어설픈 시골뜨기의 과거 되살리기'야.



5월 1일 화요일 아침이었지. 안동까지 가는 기차표를 샀어.



경주역에서 교대하는 승무원이 자전거는 카페열차에 실어달라고 하더라고. 그분의 친절함이 너무 좋았어. 부전역을 이른 아침에 출발해서 청량리까지 가는 기차에는 카페열차칸이 연결되어있어. 



영천에서부터는 밭마다 마늘 아니면 양파를 기르지.



나는 마늘밭에서 제법 일을 많이 해보았어.



화본역에 잠시 멈추어섰어. 아가씨들이 역무원 모자를 쓰고 사진을 찍더라.



화본마을은 아름답기로 소문이 나서 1박2일 멤버들이 다녀가기도 했지.



내눈에 익은 산들이 지나갔어.



이제 와서 돌이켜 생각해봐도 나는 잘한 것이 거의 없는 사람이었어.



이제 한 십분뒤면 안동역에 도착할거야.



원래는 자전거를 타고 하회를 가보려고 했었어.



자전거를 가지고 나와서 조립했어.



접는 것이 가능한 자전거니까 펴서 몇군데만 고정시키면 끝이야. 내가 몸치며 기계치라는 사실을 나중에 살면서 깨달았어.



안동역 광장앞에 섰어. 기차통학을 할 땐 여기에서 참 많은 시간을 보냈어.


 

어떤 가수가 노래불렀다는 '안동역에서'라는 노랫말이 새겨져 있더라.



가난때문에 정기승차권(그때는 패스 혹은 파스라고 불렀어)없이 기차를 타야만 했던 아이들은 개찰구나 집찰구로 나오지 않고 다른 곳으로 도망을 다녔어. 그런 학생들을 전문적으로 잡아서 혼을 냈던 김누구누구씨라는 분이 계셨지. 한눈에 봐도 우락부락하고 체구가 건장하셨던 분이었는데 지금은 아마 고인이 되셨을것 같아.



하회마을로 가는 자전거길을 지도에서 미리 검색해왔기에 그쪽으로 가려다가 점심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어.


 

나는 시내로 방향을 돌려 전국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맘모스 제과(=맘모스 빵집)로 갔어.



군산의 이성당, 대전의 성심당, 안동의 맘모스라고하면 전국 3대 빵집으로 치는 사람들이 많아. 그만큼 제과제빵 솜씨가 좋은 집이라고 소문이 나있어.



시장부근 골목에 있는데 부근 정비를 아주 잘 해두어서 사람들이 들끓는 곳이야.



학창 시절, 이 도시에서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냈어도 한번 들어가서 빵하나 사먹어 본적도 없는 것 같아. 사실 그럴 돈이 없었어. 주머니에 돈 1원 없이 다닌 날이 대부분이었는걸. 빵 네 가지를 골라서 배낭에 넣었어.



그리고는 강변으로 나갔어.



안동에서 강이라면 낙동강밖에 더 있겠어? 달맞이꽃이 많았던 강변 둑길은 자동차들이 속도를 올려달리는 도로로 변해버렸어.



나는 도로변 쉼터에 앉아서 점심을 겸해 빵을 베어물었어.



갑자기 아련함과 서글픔이 밀려왔어.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리석음과 무지몽매함으로 가득한 청춘시절이었어.



항상 떠올리는 생각인데 나는 잘하는게 없었어.


 

책을 잡으면 정신없이 빠져든다는 것 외에는 잘하는게 없었던 거야.



지금 생각해보니 두뇌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어.



지능지수가 적어도 150정도는 되어야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어. 고등학교 시절 측정결과 내가 우리반에서 제일 좋은 숫자를 기록했지만 150 이란 숫자와는 거리가 있었어. 140에서 조금 떨어진 부근이었어.



나는 하회마을 가는 것을 포기하고 동생이 다녔던 중학교로 방향을 틀었어.



밑에 남동생이 셋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어.



어제 아내가 지나간 날 이야기를 조금 꺼냈어. 신혼초부터 돈벌어서 동생들 뒷바라지 했던 이야기말야.



다 헛것이지.



없는 집에서 태어난 형이었고 누나였고 언니였기에, 동생을 위해 오빠를 위해 형을 위해 뒷바라지 했던 사람들의 노고를 누가 알아주기나 할까?



나는 동생들을 위해 내가 가고 싶었던 대학교 가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택했지만, 내 바로 위의 누님은 나때문에 중학교 진학을 포기한걸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파.



작은 누님의 희생이 있었기에 나처럼 어설픈 인간이 그나마 대학이라도 나와서 선생을 하고 살았어.



언덕배기에 서자 가슴이 뚫려버린듯한 느낌이 밀어닥쳤어.


 

태화사 절 옆에 있는 관우사당에 가보았어.



여긴 처음 와보는것 같아.



나는 학창시절,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는 사람들은 정치가와 장군들 밖에 없는 줄 알았어.



학자들이 존경받고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왜 까마득하게 몰랐는지 몰라. 



학문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정말 몰랐어.



어떻게해야 대학교수가 될 수 있는지 그런 것도 몰랐어.



그럴 정도로 어리석고 바보였으니 몰라도 너무 몰랐던거야. 어설픈 시골뜨기의 전형적인 모습이었지.


 

안동 시내를 조금 내려다보았어.



관우사당의 문은 잠겨있었어.



내려가야지.



자전거를 타고는.....



내가 다녔던 중학교를 향해 갔어.



이 골목도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있어.



나는 골목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운동장 안을 살폈어.



벌써 반세기, 50여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갔어.



점심시간마다 내가 찾아갔던 돌계단은 그모습 그대로 있는것 같았어. 너와 나,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그동안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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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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