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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8 베트남-월남의 달밤 2(完)

달랏 3

by 깜쌤 2018. 5. 25.


나는 무엇에 이끌리듯이 골목을 걸었다. 도랑을 끼고 있는 공원가 골목에서 홈스테이 하우스를 발견했다.  



응우엔 홈스테이라고 읽어야하나? 한번 들어가보기로 했다.



민박집이니까 한번 묵어보는 것도 괜찮으리라.



아침은 주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런대로 깔끔했다.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의 절반 수준인 약 40만동 정도만 주면 묵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주인이 영어도 조금 할 수 있으니 그런대로 의사소통은 되는 셈이다. 인사를 하고 돌아나왔다. 마당에 놀고 있는 꼬맹이의 눈망울이 선했다.



달랏 관광의 일번지는 아무래도 도시 한가운데 들어앉은 호수가 아닐까싶다.



호수 이름은 쑤언흐엉호다.



나는 호수가 보이는 도로가에 서서 작은 공원을 살펴보았다. 녹색이 가득한 공간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둑위에 만들어진 도로를 건너야했지만 신호등이 없으니 목숨걸고 건너야만 한다. 차들이 보행자들에게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는 식으로 질주했다.



손으로 의사표시 신호를 해가며 간신히 건넜다. 참 이상한게 인간은 낯선 환경에 쉽사리 적응하게 되는 묘한 재주와 감각이 있는게 확실하다.



어설픈 재주를 부려가며 도로를 건너고나자 호수가 바로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쯤에서 퀴즈하나를 내어보자.



이 호수 이름 쑤언흐엉에서 우리나라의 유명한 고전소설 속의 미인 이름을 유추해보시라. 정답을 맞추는 분들은 언어학자로 나가면 대성할 것이라고 본다.



도로를 따라 걸으며 야시장의 위치를 확인해두었다.



야시장 입구 부근에 롯데리아가 보인다. 이상하게도 나는 롯데리아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 물론 평소에도 출입을 하지 않는 편이다. 기업 이미지가 그리 좋게 비쳐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달랏의 명소 쑤언흐엉 호수에서 유추할 수 있는 미인 이름은 과연 누구였을까?



정답은 '월매 어메'의 딸이다. 월매의 어메가 아니고 월매라는 이름을 가진 어메(어머니)의 딸이라는 말이다.



그녀의 사위가 이몽룡이다.




그렇다. 이 호수의 이름은 춘향호다. 한자로 써도 똑 같다.



호수가에는 춘향이 닮은 베트남 아가씨들이 수두룩했다.



그녀들의 행동을 보고 있으니 모델학과 학생들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30년만 젊었어도 이몽룡 역할을 해보는건데.....



세월의 흐름이 놀라울 정도로 빠르기만 하다.



배낭 싸서 어깨에 메고 다른 나라들을 싸돌아다닌게 벌써 25년이 다 되어가니 말이다.



슬슬 걸었는데도 색감좋고 분위기 죽이는 레스토랑 겸 카페가 너무 빨리 가까워졌다.


 

이런 곳에서는 반드시 들어가서 커피 한잔정도는 마셔주어야한다.



청수 레스토랑, 푸른 물 레스토랑, 파란 물 레스토랑도 좋은데 블루 레스토랑도 어감이 그런대로 괜찮다. 


 

일단 호수가에 자리잡고 앉았다. 사진 속에 등장하는 한분이 그날 우릴 대접해주셨다.



나는 베트남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5만5천동이다. 우리돈으로 치면 거금 2천7백하고도 5십원이다.



분위기에 약한 나에게는 어설픈 부르조아지 취향이 있음에 틀림없다.



주머니에 돈만 조금 넉넉하게 들어있으면 제법 심각할 정도로 문제성이 상당히 높은 인간임을 내 스스로도 솔직히 인정한다.



해가 지고나자 노을이 물들기 시작했다.


 

내 생애 최고의 저녁노을은 처음으로 배낭여행을 갔던 필리핀의 해변에서 맞이했다.



바탕가스 부근의 로보(Lobo)라는 이름을 가진 해변이었는데 해가 지고도 두시간 정도는 하늘을 빨갛게 물들였다.



하늘이 붉게 물든 정도가 아니라 그냥 새빨갰다.



그리스 산토리니섬의 끝마을 이아에서 보는 노을이 아름답다고 유럽인들은 말하는 모양인데 내 기준으로 평가하자면 천만의 말씀이고 만만의 콩떡이다.



그러면 나보고 산토리니의 이아 마을에서 해넘어가는 모습을 보았느냐고 누가 되물을 수 있겠는데 당연히 가서 확인해두었다.



단언컨데 열대지방 바닷가의 해넘이는 정말 아름답다.



커피도 마셨으니 이젠 호텔로 돌아갈 시간이다.



여행을 가서는 밤문화를 제대로 즐겨야하지만 이젠 나도 한때는 젊어보았던 사람이니 그런 것과는 거리가 조금 멀다.


 

밤문화라는게 그렇지 않은가? 근사한 저녁과 술, 그리고 이성과의 살떨리는 데이트....  뭐 그런 것 정도를 상상하는게 일반적이지 않은가?



나는 그런것보다 내일 해야할 일을 점검하고 정보를 검색하고 일기를 쓰는데 더 가치를 둔다.



내가 이런 여행기나마 어설프게 끄적일 수 있는 것은 엄청나게 찍어둔 사진과 꼼꼼하게 기록해둔 일기장, 그리고 현지에서 모아온 정보 덕분이다.



그런 것이 없었다면 이런 어설픈 글나부랭이도 어찌 감히 써낼 수가 있으랴?



저녁은 론리플래닛에서 극찬해둔 '환경보전에 충실한 햄버거'를 먹으러 갔다.



위에서 살짝 언급한 것처럼 어설픈 부르조아 냄새를 폴폴 풍기는 나는 이런 수제 햄버거를 먹음으로 인해 콩알 반쪽만한 지적 우월감과 자존감을 찾아 가슴 한켠에 채워두는 것이다.


 

오즈 버거!



먹긴 먹었는데 배가 덜 찼다. 그게 문제다.



호텔 입구에 들어서며보니 누가 길거리에 근사한 저녁식사를 차려두었다.


 

인간을 위한 상차림이 아니고 귀신을 위한 식사다. 베트남인들의 전형적인 믿음이니 탓할 것은 없다. 사장 부인의 어머니가 지극정성으로 매일 저녁마다 차리신다고 한다.



그리고 호텔 안쪽 로비 한구석에는 또 다른 소규모 사당이 있는데 거기에는 때깔 좋은 사과가 놓여져 있었다.



우리는 방에 들어와서 베트남 믹스트(Mixed) 커피를 한잔 끓여마셨다. 카페인이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일기를 쓰는데 벌써부터 몸이 나른해지고 노곤해지면서 눈꺼풀까지 한없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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