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품이 나고 속이 점점 메스꺼워지기 시작하는데 버스는 하염없이 달리기만 하니 짜증이 나려고 했다. 에어컨 바람이 머리를 계속 때리자 골치도 함께 아파왔다. 그러기에 나는 에어컨 바람을 극도로 싫어한다.
굽이굽이 산등성이를 넘어 달리는 도로가로 낡은 작은 집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어떤 곳에서는 솔밭에 연기가 오르기도 했다. 요즘 세상에 화전민이 있는 것도 아닐텐데.....
도로공사를 위해 파헤쳐 놓은 곳은 덜 아문 흉터처럼 보기 흉했다.
흙 색깔이 붉었다.
내가 가본 대부분의 열대지방 표토는 붉은 색이었다.
그런 곳은 한번 훼손되고나면 복구되는데 시간이 엄청 걸린다고 들었다.
맑은 개울이 흘러가는 한편에는 흙이 메꾸어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만난 호수도 흙탕물이었다.
열대지방일수록 맑은 물을 만나기가 어려웠다. 많은 물을 만날 수는 있지만 맑은 물은 정말 드물었다.
슬슬 집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구글 지도를 스마트폰으로 불러내어 위치 점검을 해보니 거의 다온듯 하다.
이윽고 도시가 나타났다. 아파트가 늘어선 그런 도시가 아니라 구릉 위로 낮은 집들이 소복소복 모인 예쁜 도시였다. 달랏 기차역을 지나쳐 달렸다.
마침내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벌써 오후 한시가 다 되어간다. 시간 계산을 해보니 3시간 40분만에 도착했다.
택시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미리 예약해둔 호텔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호텔이 많이 밀집된 지역에 찾아가서 아무 곳에나 들어가서 빈방 유무를 알아볼 생각이었다. 아래 지도를 보기로 하자.
지도 왼쪽 하단에 축척이 표시되어 있으므로 참고하시기 바란다. 지도를 클릭해서 크게 띄워두고 보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초록색으로 둘러쳐진 부분은 언덕이다. 달랏 전체가 언덕으로 되어 있다고 보면 되는데 그 쪽이 조금 더 높다.
초록색으로 둘러쳐진 부분에 호텔들이 특별히 더 많이 모여있는 것 같았다. 달랏을 처음 여행하는 분들이라면 그쪽에 가서 호텔을 알아보는게 유리할듯 하다.
우리 일행이 다섯명이므로 빅택시를 탔다. 호텔 밀집지역의 아무 호텔이나 한군데를 찍어서 데려달라고 했다. 기사는 우리를 내가 말한 드림즈 호텔 앞에 데려주었지만 시설을 보니 조금 후진 것 같았다. 일행 세분을 남겨두고 두사람만 나서서 다른 호텔을 알아보기로 했다.
론리플래닛에도 소개되어 있고 우리나라 배낭여행 안내서에도 나와있는 튤립호텔에 찾아가서 물어보았더니 빈방이 없다고 했다. 바로 인근에 있는 하나호텔이라는 간판을 보고 들어갔더니 카운터의 종업원이 90만동을 부르기에 다른 호텔을 알아봐야겠다싶어 언덕길을 걸어내려오는데 우리말로 이야기를 붙여오는 사람을 만났다.
"혹시 방금 저기 보이는 호텔에서 걸어나오지 않으셨나요? 무슨 문제가 있던가요?"
알고보니 그는 하나호텔의 주인이었다. 물론 한국인이다. 자기 호텔에서 걸어나오는 사람들을 보고 자기 호텔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싶어 말을 붙여온 것이었다. 다른 곳에서 도미토리를 운영하다가 호텔을 운영하게 되었다고 자기 소개를 해왔다.
우리들은 모두 다섯명이고 빈방 세개가 필요한데 배낭여행자여서 조금 더 헐한 가격을 지닌 호텔을 원한다고 했더니 사십대 초반으로 되어 보이는 사장님은 70만동에 모든 조건을 갖춘 베드룸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결국 우리는 70만동짜리 트윈베드룸 두개와 45만동짜리 킹사이즈 베드가 있는 방 하나를 구했다. 물론 특별가격이다. 이번에도 나는 혼자서 사용하게 되었다.
내방은 창밖 경치가 없는 대신 가격이 싸다. 깨끗하고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딱 맞는 방이어서 불평이 나올리가 없었다.
하여튼 우린 하는 일마다 너무 잘 되는 팀이다.
그정도 가격에 이런 시설이면 반드시 묵어주어야한다.
알고보니 신축한지 한달 정도밖에 안되는 새 호텔이었다. 어쩌면 프로모션 기간에 해당되는지도 모른다.
방을 구경하고 난 뒤 다시 로비로 내려갔다. 다시 아래 지도를 보자.
1번 : 달랏 인근 항무아 산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
2번 : 시장. 부근에 맛집들도 있고 야시장과 바로 연결되어 있어서 여러모로 편한 곳이다
3번 : 하나호텔, 부근에 튤립호텔1,2호가 있다
4번 : 나중에 우리가 묵게되는 민박집
5번 : 보라색으로 통일된 멋진 찻집
그 부근이 달랏 여행의 중심지였다. 호수를 둘러싼 곳이 달랏 관광의 핵심이라고 생각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는다.
로비에서 한국인 주인사장은 우리들에게 멋진 차를 대접해주셨다.
누가 봐도 잘 지은 새호텔이다. 두명의 카운터 직원들도 아주 친절했다.
영어가 되니 엄청 편리하다. 한명은 오늘부터 취업을 했다고하는데 대학생이라고 했다.
어느 가게에나 다 있는 미니 사당이 로비 부근에 모셔져 있었다. 사장의 장모님이 특별히 신경을 쓰는 곳이라고 했다.
로비에서 차를 마시며 밖을 내다보니 날이 흐려지고 있었다. 아무렴 어떠랴? 벌써 두시 가까이 되어가니 점심을 먹으러 가야했다.
호텔을 나와 언덕길을 살살 걸어내려오니 삼각지 지점에 채식전문식당이 보였다.
들어가보기로 했다.
영어간판을 보니 채식전문식당이라는 표시가 되어있었다.
만들어둔 요리가 유리상자 안에 진열되어 있기에 손으로 가리키면 종업원이 접시에 담아준다. 그런 뒤 계산을 하면 되는 시스템이었다.
국과 음식 모두가 다 맛있다. 베트남에서는 드물게 상당히 맛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채식주의자들에게는 제법 유명한 식당이었다. 밥을 먹고 방에 들어와 조금 쉬었다가 외출하기로 했다.
달랏 시내구경에 나서기로 했다.
언덕위에 만들어진 도시여서 그런지 반듯반듯한 시가지로 만들어진 그런 도시는 아니었다.
나는 노란색을 칠해진 저 건물을 랜드마크로 삼고 다녔다.
프랑스인들이 설계한 도시답게 유럽적인 냄새가 많이 묻어났다.
나짱의 바닷가에서 만났던 알렉산드르 예르생과 우리들이 잘 아는 파스퇴르같은 분들이 여기에 다녀갔다고 한다.
그들은 달랏이 지닌 가치를 꿰뚫어보고 프랑스 정부에 이곳을 개발하도록 청원을 넣었다는 것이다.
도시가 참했다.
오토바이들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소음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호수쪽으로 걸어가다가 약간은 엉성한듯한 공원을 만났다.
천사의 트럼펫이라는 이름을 가진 꽃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결국은 공원으로 들어가 그 향기를 맡았다.
공원 건너편에 멋진 집들이 늘어서있었다.
호기심이 일었다. 그렇다면 가봐야한다. 에펠탑을 닮은 저 탑은 또 뭔가싶은 생각이 들었다.
동양적인 느낌과 유럽적인 분위기가 묘하게 뒤섞인 이런 도시를 산중에서 만나다니.....
공원을 가로지른 나는 도랑 건너편 참한 집들이 늘어선 거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무지개 다리에 올라섰다.
호수로 흘러드는 도랑이 보인다.
도랑물이 그리 깨끗하지 않았다. 이런 시설들을 보면 환경에 대한 당국의 기본인식을 알 수 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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