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18일 목요일 아침이 밝았다. 어제 오후에는 신나는 군가풍의 음악소리가 우리가 묵고있는 호텔 부근에서 계속 들려왔었다. 어쩌면 인근에 군부대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침을 일찍 먹고 나가기로 했다. 베트남여행 10일째인 오늘, 우리들은 달랏으로 이동해야한다.
7층 식당에 올라갔더니 그동안 가려두었던 산쪽 방향의 비닐 커튼을 걷어놓았다. 해변 반대쪽 시내경치가 선명하게 보인다.
오늘은 어묵 국수를 먹기로 했다.
거기다가 오렌지 주스를 한잔 곁들였다.
체크아웃을 하고는 대기중인 대형택시를 타고 프엉짱(Phuong Trang)회사의 버스 터미널로 갔다.
베트남 여행에서 기차를 타지 않을 경우장거리 이동을 할 때는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오픈버스를 타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다. 상당히 유용하므로 경험삼아 꼭 한번만이라도 타볼 필요가 있다. 대형화된 버스회사로는 프엉짱 버스회사가 가장 유명한듯 하다. 이 회사는 시내 한가운데 자기들이 운영하는 버스터미널을 겸한 사무실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버스회사이므로 모든 회사의 버스들이 다같이 운영하는 공용버스터미널을 이용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자체 터미널을 가지고 있다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나짱의 정식 터미널인 벤쩨 피아남은 시내에서 외곽으로 6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으니 접근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그런데 프엉짱 버스 회사에서는 해변 가까운 곳에 자기들만 사용하는 터미널을 가지고 있어서 손님들이 거기로 오도록 안내한 뒤, 모인 손님을 미니버스같은 탈것에 싣고 정식 터미널까지 데려다주는 픽업서비스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시내 다운타운에 있는 자체 터미널에서는 매표소도 갖추고 있어서 표도 판다.
오늘 우리는 나짱에서 달랏으로 가려고 한 다. 위 지도를 클릭하면 크게 뜬다. 두 도시의 위치를 확인해두는 것이 이해하기 편할 것이다. 가깝게 보여도 꼬불꼬불한 산길을 달려야하므로 제법 시간이 걸린다.
시내에 있는 프엉짱 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버스표를 구했다. 9시에 출발하는 표는 다 나가고 10시에 출발하는 버스표만 남아있다는 설명을 들었기에 10시출발 차표를 구해서 대합실 의자에 앉아 쉬고 있었다. 화면을 두들겨보던 창구의 아가씨는 웬일인지 9시표로 교환해주겠다고 했다.
일찍 출발할 수 있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일반인들이 흔히 프엉짱버스라고 부르는 버스회사의 정식 명칭은 푸타 버스(Futa Bus Lines)회사인 모양이다. 버스 차체에 그렇게 표시를 해두었기 때문이다.
프엉짱을 어떤 이들은 풍짱이라고 발음하기도 했다. 베트남어 속에 한자가 상당히 많이 들어있으므로 발음에 어떤 연관성이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한자표기를 모르니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는 없다.
시간이 되자 대형 침대버스가 승강장에 들어왔다. 배낭을 짐칸에 넣고 간단한 번호표를 받았다. 분실될 경우 클레임 택처럼 쓸 수 있으니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는 보관해두는게 유리할 것이다.
버스에 오를 때는 나누어주는(혹은 미리 준비해둔) 비닐 봉지속에서 신발을 넣어서 가지고 타야한다. 발을 놓는 곳에 신발을 넣을 공간이 있으므로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자리는 2층이었다. 평지를 달릴 때는 별문제가 없으나 꼬불꼬불한 산길을 달릴 때는 아래층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2층이어서 그랬는지는 모르나 세시간 정도가 흐르자 어지간하면 멀미를 하지 않는 나도 이번에는 멀미를 했었다. 이런 스타일의 버스는 중국여행에서 몇번 타보았지만 베트남에서는 처음이다. 현지에서 사용하는 영어로는 슬리핑 버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구글 지도를 가공해서 올려보았다. 지도를 클릭하면 크게 확대해서 새 창으로 열리게 될 것이다. 나짱에서 달랏으로 가는 길은 굽이굽이 감돌아오르내리는 산길이다. 멀미를 하는 분들은 멀미약을 먹고 타는게 좋겠다.
버스는 9시 12분에 출발했다. 나는 누워서 창밖을 살펴보았다. 어떤 이는 차만 타면 자기도 하는데 나는 잠자는 스타일이 아니니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구경만하며 가도 너무 재미있다.
처음에는 평지였으나 조금씩 고도를 높이면서 산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나짱 부근은 보기보다 건조한 것 같았다. 풍경에서 우러나는 느낌이 그랬다.
한시간 정도 달리더니 휴게실에 들어갔다.
한이십여분 정도 쉬면서 기사와 승객들이 음식을 사먹는다. 베트남어를 모르니 우리는 승객들의 행동을 보고 눈치껏 때려잡았다. 휴게실에 들어갈 때마다 어지간하면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이 여러모로 현명하다.
나는 휴게실 부근의 경치를 살펴두었다. 뭐 별다른게 없었다. 단순히 쉰다는 것 밖에는....
버스는 다시 출발했고 본격적으로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고개밑에 집단 이주민 시설 비슷한 마을이 보인다.
이제 사방은 산으로 둘러싸이기 시작했다.
나는 침대를 조금 높여서 창밖을 부지런히 살폈다.
드디어 열대밀림으로 뒤덮인 산악지대가 나타났고 버스는 산길을 감아오르기 시작했다. 이런 곳을 배경으로 게릴라전을 벌인다면 누구든지 쉽지않은 전투를 치러야 할 것이다.
나는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의 걸작 영화 <지옥의 묵시록>을 떠올렸다.
정글 위를 누비는 헬리콥터와 야간전투의 참상과 공포, 정보장교의 활약과 자신의 왕국을 가꾸어놓은 타락한 미군 고급장교.....
현실에서는 베트남전쟁 당시 무자비한 고엽제 살포가 다반사였다.
그로 인해 병들어가는 산하와 불구자가 속출하는 사람들..... 베트남은 20세기에 너무나 큰 비극을 겪었다. 전쟁의 원흉은 제국주의 세력의 침입과 그로 인한 동족간의 갈등이었다.
산비탈을 누비며 이어지는 도로를 곧게 펴겠다는 뜻일까? 곳곳에 공사가 한창이었다.
고개 정상을 다 오른듯 했는데 그 다음부터도 하강한다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 여기는 고원지대였던 것이다.
낮은 언덕같은 대지 위를 버스는 이리저리 구비치듯 누비며 달려나갔다.
고원지대라면 기후가 선선하다는 말이 된다.
사실이 그랬다. 달랏이 있는 고원지대의 연평균기온은 22도 내외인 모양이다.
열대지방에서 기온이 선선하고 온화하다는 말은 사람살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을 지녔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비닐하우스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열대에서 비닐하우스라니.... 나는 슬슬 놀라기 시작한다. 정작 더 놀랐던 것은 아래 사진과 같은 경치때문이었다.
벚꽃 비슷하게 보이는 분홍색 꽃나무들이 도로가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 세상에 이런 곳이 다 있다는 말인가? 그 아름다움과 화사함에 감탄사가 저절로 쏟아졌다.
산비탈에 심어놓은 커피나무와 함께 소나무도 등장했다.
고원! 고원이라면 나에게도 작은 꿈이 있었다.
학창시절, 지리시간에 북한의 개마고원에 관해 배웠다.
여행을 다니며 고원지대가 가지는 매력에 대해 알게 되었다.
고원지대가 가지는 매력을 알게 되면서부터 어떤 일이 있어도 여름에 개마고원을 한번 여행해보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고원지대는 어떤 모습인지 그게 궁금했기 때문이다.
언제 그 꿈이 이루어질지는 모르기에 달랏이 자리잡은 고원지대를 보고있으려니 마음이 아려왔다.
하품이 계속 이어지는 것으로 보아 내가 멀미를 하는게 확실했다. 나는 자꾸만 목적지가 언제 나타날까하는 생각만 떠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스는 하염없이 달리기만 했고 나는 슬슬 고통을 느끼기 시작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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