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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8 베트남-월남의 달밤 2(完)

자정에 출발하다

by 깜쌤 2018. 2. 8.


자정에 출발하는 심야버스를 타기 위해 집에서는 11시 30분에는 출발해야했다. 겨울 추위를 유난히 싫어하는 나는 추위를 피해 도망가고 싶은 생각이 마음 밑바닥에 잔뜩 깔려있었다. 지난 연말에는 할일이 쌓여있었기에 해가 바뀌기만을 기다렸다. 연초에 해결해야할 일이 어느 정도 처리되자마자 출국날짜를 기다렸다. 


경주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포항 형님이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계셨다. 1번 승강강에서 8일 자정에 출발하는 인천공항행 버스를 탔다. 공항행 버스 요금은 43,100원이다. 직행버스에 빈자리가 많아 버스타기조차 미안해했던 날들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2018년 연초여서 그런지 승객이 18명이나 되어 리무진 버스가 거의 찼다는 느낌이 들었다. 



 버스는 영천을 지나 상주행 고속도로로 옮겨갔다. 작년 하반기에 개통된 새 고속도로로 인해 서울 나들이에 걸리는 시간이  참으로 고맙게도 30분이나 단축되었다. 자리에 앉자말자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쉽게 잠들리가 만무했지만 눈이라도 감고 있어야했다. 맞은 편에서 오는 자동차들의 전조등 불빛에 한번씩은 눈앞이 환해졌지만 중간에 두번이나 휴게소에 들렀어도 내리지 않고 눈을 붙이려고 애썼다.



인천 공항에 도착하자 새벽 4시 20분 정도가 되었다. 이번에 우리팀 멤버는 모두 다섯명이다. 이번에도 내가 팀장을 맡았다. 동향출신에다가 교직계의 선배이면서 내가 개인적으로 신세를 많이졌기에 형님으로 부르면서 가까이 모시는 선생님 한분과, 같은 믿음의 식구인 동행자 한분, 그리고 다른 교회에서 하나님을 잘 섬기는 장로님 부자, 이렇게 다섯명으로 여행팀을 꾸렸다.


이번 여행에서는 기내식조차 주지 않는 저가 항공사를 사용해야하니 무엇이라도 조금 먹고 비행기를 타야했다. 체크인 카운터 부근에 있는 작은 편의점에 들어가서 김밥 한줄을 사와서는 등받이도 없는 의자에 앉아 마른 침을 삼켜가며 입으로 꾸역꾸역 밀어넣고 아침으로 떼웠다. 벌써부터 신세가 고단해지면서 처량해진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고 하는데 그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저가항공사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Check in은 자기 스스로 해야한다. 이제 셀프 체크인은 대세인 모양이다. 그러니 전자기기 다루기에 서투른 나같은 구닥다리 노털들은 갈수록 설자리가 좁아진다. 모니터 화면을 쳐다보며 시키는대로 하면 되지만 어딘가 어색하고 서투르다. 어찌어찌해서 셀프 체크인을 끝냈다. 마지막 순서가 되자 항공기 좌석권이 출력되어 나오면서 종이 쪼가리 한장이 고개를 쏘옥 내밀었다. 



나에게는 이번이 서른번째 출국이다. 남들은 나를 두고 생각하기를 팔자가 한없이 좋아서 여행이나 다니며 소일하는 사람으로 오해하기도 하는데 천만의 말씀이고 만만의 콩떡이다. 철저하게 아끼고 절약하며 짠돌이 정신으로 무장하고 살다가 큰마음 먹고 두손 바들바들, 심장 달달 떨어가며 저가 항공사가 약간 덜 비싸게 제공하는 항공권을 사이버 공간 여기저기를 뒤져가며 고생고생 한끝에 어찌어찌하여 간신히 손에 넣고 출국하는 것이다. 



나는 남들이 다 가지고 다니는 여행트렁크조차 하나 장만하지 못해서 주구장창 헐렁한 배낭하나 달랑 매고 길을 떠나는 사람이다. 보조 배낭조차 없어서 평소 나들이할 때 어깨에 걸치고 다니는 낡은 작은 가방 하나 들고 다닌다. 어찌보면 엄살같지만 사실이 그렇다. 지금껏 이 나이되도록 살면서도 자동차 한대 굴려보지 못했고 헬스클럽이나 수영장에는 얼굴조차 내밀어 본 적이 없으며 매일 줄기차게 걷고 자전거만 타고 다녔다. 



여행경비 지원은 아내에게 단 한번 받아보았을 뿐이다. 지금까지 들어간 여행경비는 강의료나 연말 정산을 통한 세금 환급금으로 충당했다. 최근에는 기간제 교사를 하며 모은 돈으로 여행을 다녔다. 처음 십여년간은 용돈 절약해서 여행 경비를 모으기도 했지만 이제는 용돈을 절약해서 간다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가 되었다. 변명이 길었다. 어쨌거나간에 여행을 떠나는 것은 사실이니 팔자가 나쁘지 않은 것은 맞다.



인천공항에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우리가 탈 비행기는 아침 햇살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기수를 남쪽으로 돌리자 눈에 덮힌 우리 산하가 날개 밑으로 펼쳐졌다. 이제 우리가 자리잡고 사는 이 그리운 삶의 터전도 한동안은 보기 힘들 것이다.



고도를 서서히 올리자 구름만 밑에 가득했다.



저가 항공사답게 물한잔 달랑 갖다주는 것으로 서빙이 끝났다.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기내식이 제공되는 비행기를 타는게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여행에 가져가는 책은 모두 세가지다.



나는 론리플래닛베트남 100배즐기기라는 책을 준비했다. 모두들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으니 공항에서 미리 예약해둔 와이파이 도시락을 받아갔다. 예전에는 로밍서비스를 이용했으나 로밍 서비스보다는 와이파이 도시락이 훨씬 더 유용하고 경비도 저렴했다.  



다섯시간의 지루한 비행끝에 눈에 익은 경치가 나타났다.



척 봐도 저긴 베트남 중부 아래쪽에 있는 고적도시 호이안이다. 어떻게 아느냐고? 그건 구글에서 제공하는 위성지도를 오랫동안 세밀하게 살펴두었기에 알 수 있었다. 딱 일년전에 한번 가본 곳이기도 하고...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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