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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내가 만났던 하나님 Confess (간증)

(간증) 성화(聖化) 4

by 깜쌤 2018. 2. 6.



경주에는 남산이라는 멋진 산이 있습니다. 경주역사유적지구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지정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되어 있을 정도이니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명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주역사유적지구는 경주시 안에 소재하는 5개의 지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경주남산도 그 가운데 하나라는 말입니다. 어지간한 골골마다 부처가 새겨진 바위들이 있고 제법 괜찮다 싶은 곳마다 절터의 흔적이 있으니 불교유적의 보물창고 같은 구실을 하는 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살짝 붉은 빛을 내는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산인데 그리 높지는 않지만 등반하기에는 제법 힘이 드는 묘한 매력을 지닌 산이기도 합니다. 신라초기에는 화백회의가 남산자락에서 열리기도 했고 신라의 왕들과 고관대작들이 자주 행차를 하기도 했기에 골골마다 전설이며 신화가 수두룩하게 박혀있는데다가 절터가 약 100여군데요 부처상이 80여구 정도가 남아있고 석탑이 60여기 정도 있었던 곳으로 알려진 곳이니 영적인 기운이 상당히 강하게 작용한 곳이라고 봐도 될 것입니다. 


경주남산은 크게 두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산 자체가 남북으로 길게 누워있는데 북쪽구역은 우리가 잘아는 금오봉(해발 468미터)이 정상이고 남쪽 구역은 고위봉(해발494미터)이 정상입니다. 남산에 처음가는 분들은 금오봉 정도를 올라가보는 것으로 만족합니다만 나름대로 경주에 대해 조금 안다고 하는 분들은 고위봉까지도 올라가보는 것 같더군요.



저도 한때는 남산에 줄기차게 올랐습니다. 경주에 터를 잡고 살게 되었으니 관심을 가졌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던 것입니다. 젊었던 날 여름방학 때는 제법 남산을 많이 오르내렸습니다. 예수님을 모를때 남산에 그렇게 자주 다니면서도 제가 가보지 않은 곳이 딱 한군데 있었습니다. 그곳이 바로 천룡사입니다.


천룡사(天龍寺)! 이름 자체부터가 범상하지 않습니까? 단순하게 글자로만 풀이한다면 '하늘의 용'이 있다는 곳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제가 악령에게 사로잡혀 있을때의 일인데 거기에만 가면 내가 꼭 죽을 것만 같다는 느낌을 아주 강하게 받았습니다. 크리스찬이 아닌 분들에게는 제법 황당하게 들릴 수 있는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용이라고 하는 존재는 극동 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는 상당히 신령스런 동물로 숭앙을 받습니다.


그러길래 임금의 얼굴을 용안(龍顔)이라고 했고 임금이 입는 옷을 곤룡포라고 하기도 했으며 임금이나 황제가 앉는 의자를 용상(龍床)이라는 식으로 표현할 정도로 용을 신성시했습니다. 우리 동양인들에게는 용에 관한 이미지가 상당히 좋게 비쳐져있으니 사람 이름에도 그 글자가 엄청나게 많이 쓰이고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크리스찬 국가 사람들에게는 용이 그런 존재로 비쳐지는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죠. 이는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차이이긴 하지만 성경에는 뱀이나 용이 사단)사탄)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쓰이고 있는데가 제법 많습니다. 



그런 문화적인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두어도 크게 나쁠 것은 없지 싶습니다. 하여튼 나는 천룡사에 가면 꼭 내가 죽을 것이라는 느낌이 엄청 강했기에 가급적이면 그쪽으로는 안가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기적을 체험하기 한해 전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느날 나는 강한 영적인 어떤 힘에 이끌리어 남산 고위봉쪽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동남산 통일전에서 출발하여 남산마을을 지난 뒤 칠불암에 올랐다가 1987년 여름에 제가 자살을 하려고 마음먹었던 칠불암 뒤 봉우리를 거쳐 백운암쪽으로 산행을 계속해나갔습니다. 




천룡사는 고위봉 아래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고위봉 바로 아래에는 제법 너른 평지가 있는데 논도 있고 밭도 있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는 민가가 한두채 정도 있어서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팔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십몇년전만해도 민가에서는 막걸리 같은 것을 팔기도 했습니다. 그집 막걸리와 음식이 제법 맛있다고 소문이 나서 고위봉을 오르는 사람들은 거의 예외없이 그 집에 들러 먹걸리와 안주를 즐기기도 했습니다. 


백운암을 거친 나는 그 민가 옆을 지나 틈수골로 내려가고 싶었습니다. 뜨거운 여름날 한낮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날따라 산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워낙 뜨거웠던 날이니 그런 염천에 등산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산행에 나서서 부지런히 산길을 걸었고 이내 천룡사터와 틈수골로 내려가는 갈림길에까지 도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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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한데, 땀을 비오듯 흘려가며 걷다가 갈림길에 선 나는 이상하게도 천룡사터로 향하는 길을 선택하여 자연스럽게 걸어나갔습니다. 그쪽으로 가면 내가 죽는 것이 뻔한데도 발걸음이 저절로 옮겨졌던 것이죠. 오솔길 가로는 숲이 울창했고 매미들이 줄기차게 울어댔습니다. 벌레소리들도 가득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길은 저만치 앞에서 왼쪽으로 살짝 굽어져 있었습니다. 


나는 이상한 힘에 이끌려서 계속 걸어나갔습니다. 저 모퉁이를 돌아서면 천룡사터가 눈앞에 나타날 것이고 그런 뒤에는 곧 어떤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알수 없는 힘에 이끌리어 앞으로 걸어나갔던 것입니다. 벌레소리와 매미소리가 끊어지면 귓고막이 쨍해질 정도로 순간적인 고요함이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내가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보고 난 뒤 앞을 보았더니 길이 휘어지는 곳 부근에 머리카락이 하얀 할머니 한분이 앉아있는 것이었습니다. 분명히 아까는 없던 분이었는데 홀연히 등장한 것이죠. 그 할머니의 머리카락은 서리를 맞은 듯 하얗기만 한데 흰옷을 입고 손에는 키(곡식을 까부는 연장, 오줌을 싼 아이가 키를 덮어쓰고 옆집에 소금을 얻으러 다닐 때 쓰는 생활도구)를 길 바닥에 놓아두고 무엇인가를 골라내고 있었습니다. 


인가가 거의 없는 곳에 새하얀 머리카락을 하고 하얀 옷을 입은 할머니가 길가에 앉아 키에서 무엇인가를 골라내는 장면을 여러분들은 상상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순간적으로 섬뜩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더 이상 걸어가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공포감을 느꼈습니다. 나는 돌아섰습니다. 무서움을 느꼈지만 천천히 돌아서서 왔던 길을 걸었습니다. 그렇게 몇걸음을 걷다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뒤를 돌아다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참으로 놀랍게도 할머니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몇발자국을 걷다가 돌아다 본 것뿐인데 말입니다. 할머니는 어디로 간 것일까요? 그날 내가 만났던 하얀 머리카락의 할머니는 도대체 누구였으며 왜 그시간에 거기 앉아있었던 것일까요? 나는 부지런히 발걸음을 재촉해서 산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그 이후로 나는 그쪽으로는 발길을 철저하게 끊었습니다. 


그 이듬해 나는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기적을 체험하며 병이 나았고 귀신이 떨어져나가는 체험을 한 것이죠. 어둠의 세력에서 해방되었기에 용기와 자신감을 얻은 나는 천룡사터를 다시 가보았습니다. 물론 나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며 지금까지 잘 살아오고 있습니다. 나는 그때의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그 할머니의 실체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고 있습니다. 과연 그 할머니는 누구였을까요?


예수님을 만나기 이전에는 제가 생각하는대로 다 이루어지던 시절이었기에 그날 제가 천룡사터에 갔더라면 틀림없이 어찌 되었을 것입니다. 그 일을 생각할 때마다 등에서 식은 땀이 흐르고 아찔해질 때가 많습니다. 이제는 어둠의 세력에서 해방되어 있기에 그런 걱정과 염려는 하지 않고 삽니다만 저는 대신 다른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게 어떤 힘일까요?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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