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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내가 만났던 하나님 Confess (간증)

(간증) 성화 (聖化) 2

by 깜쌤 2018. 1. 3.

1987년 11월 22일 일요일, 처음으로 자진해서 교회에 나갔습니다. 아내와 함께 교회 나갔던 날이지만 아내는 그 날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 겁니다. 사실 그 한 십여년 전에 남의 집에서 셋방살이를 할 때 집주인 아주머니의 권유를 받아 시내 어떤 교회에 딱 한번 따라가본 적이 있었지만 크게 마음에 와닿지를 않았기에 발걸음을 딱 끊고 살았습니다. 그로부터 거의 십여년의 세월이 흐른 뒤 이번에는 자진해서 교회를 찾아가게 되었던 것이죠.


그해 여름에 처음으로 우리가 살 작은 집을 하나 구했었습니다. 3년동안 저금을 해서 간신히 1천만을 모으고 그걸 종자돈으로 삼아 2,350만원짜리 작은 집을 하나 구했던 것인데 부근에 작은 교회도 하나 있었습니다. 도로가에 있는 작은 교회였는데 처음에는 그 교회에 가볼 생각을 했었습니다. 제가 한참 괴로워하고 있을 때 한번은 그 교회를 찾아가서 기도를 드리고 싶다고 부탁을 했었는데 수상한 눈으로 바라보던 아주머니의 눈동자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 아주머니가 목사부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당시 제 삶이 너무 괴로워서 죽음을 생각하고 있던 처지였기에 마음의 위안을 얻고자 찾아갔던 예배당이었지만 선뜻 반겨주지 않았던 것이죠. 하기사 젊은 남자가 평일 낮에 불쑥 작은 예배당을 찾아갔으니 아주머니 입장에서는 그럴 만도 했으리라고 이해합니다.  



버스정류장에서 시내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나는 고민했습니다. 경주에서 제일 크다고 소문난 교회를 찾아갈 것인지 아니면 집 부근에 있는 그 교회에 들어갈 것인지를 놓고 나는 망설였던 것입니다. 결국 마음을 정하지 못했던 나는 하나님께 여쭤보기로 했습니다. 내가 정한 시간 안에 시내버스가 오지않으면 시내로 가는 것을 포기하고 동네에 있는 작은 교회에 들어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마음먹고 난 얼마 뒤에 시내 버스가 와서 멈추어 섰습니다. 나는 아내와 함께 버스에 올랐습니다. 본당 2층 로비에 들어섰다가 몇년 전에 가르쳐서 졸업시킨 남학생의 아버지가 되시는 학부모님을 만났는데 알고보니 그 교회의 장로님이셨습니다. 그분이 저를 알아보고 반갑게 맞아주시며 새로운 신자로 등록을 시켜주었습니다.


한참 세월이 흐른 뒤 그 분이 선임장로님이 되셔서 신참 장로가 된 저를 참으로 잘 지도해주셨습니다. 가만히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미리부터 세밀하게 잘 짜여져 있었던 각본 속에 제가 어리바리하기 그지없는 단역 배우로서 그냥 멋도 모르고 출연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책이라면 병적일 정도로 좋아했던 저였기에 바닷가 교회의 전도사님이 선물해주신 <죄.행,참>, <영에 속한 사람>, <혼의 잠재력>같은 책을 읽었지만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함께 선물 받은 책 가운데서 단 하나, <내가 가본 천국>같은 책은 정말 마음에 와닿더군요.       



바닷가 학교에서 겪은 놀라운 경험을 남겨두고 나는 그 이듬해 전근을 신청했습니다. 생활 터전인 경주로 근무지를 옮기고 싶어 전근을 신청했지만 다른 선생님들과의 경쟁에서 밀린 나는 포항에서는 비교적 오지에 속하는 시골의 작은 학교로 옮겨갔습니다. 커다란 산 밑에 자리잡은 작은 학교였던지라 교통이 제법 불편했기에 집에서 통근하기에는 힘이 들어 학교 사택에 짐을 가져다 놓고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교장 사택은 반듯하게 지어져 따로 있었고 직원용 사택도 학교 안에 마련되어 있었지만 시설은 상당히 열악했습니다. 그래도 숙직실에 머물지 않게 되었으니 그것만 해도 다행이라 여기며 살았습니다. 크리스찬이 되었기에 최대한 정직하게 바르게 살아보려고 참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해 학교에서는 경리업무를 맡았습니다. 지금이야 학교마다 행정실이 있어서 학교운영 경비 지출을 맡아서 처리하지만 그땐 교사 가운데 한사람이 경리업무를 맡아 공금 관리와 봉급업무를 책임져야 했습니다.


퇴근을 해도 집에 갈 수 없던 형편이었기에 저녁을 지어 먹고는 밤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냥 보내기에는 너무 무료했기에 나는 저녁마다 기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학교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으므로 지붕에 올라가면 탁 트인 경치 속에서 많은 별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무릎을 꿇으면 기도가 저절로 되는 기막한 곳이었습니다.


새로 전입한 교사가 생기면 전직원들이 나서서 마을 유지어른께 인사를 하러 갔습니다. 이 동자 #자 함자를 쓰시는 어른이 학교부근 마을에 계셨는데 체격이 아주 좋고 정정하셨습니다. 당시로서는 아주 드물게 팔순을 넘긴 고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학 연구를 많이해서 그런지 조선시대 역사에 아주 밝으셨습니다.



새벽에는 새벽기도를 나갔습니다. 자주 갈 수는 없었지만 한번씩은 꼭꼭 나갔습니다. 예배당에 갈 때마다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모릅니다. 나는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제일 먼저 변화가 온 것은 마음이었습니다. 조금씩 너그러워지기 시작하면서 남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학교장은 대구에 생활근거지를 둔 분이셨는데 낮에는 사택에 머무르고 있다가 퇴근시간이 되면 교장실이나 교무실에 나와서 일을 시작하는 아주 고약한 버릇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부하직원들이 정시에 퇴근하는 꼴을 못본다는 것이었지요. 지금 시대같으면 갑질로 단번에 문제가 될 분이었지만 당시는 그런 횡포가 용납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분은 은근히 나를 차별대우하기 시작했습니다. 같이 자취를 했던 동료교사 어떤 분은 의도적으로 봐준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조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참기로 했습니다.  


텔레비전이 숙직실에 있던 시절이었으므로 나는 심심하면 숙직실에 나갔습니다. 숙직을 책임지던 소사 한분이 계셨는데 젊은 분이어서 그런지 자주 인근 동네나 포항시내에 나가서 한잔씩 술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어느날 학교 숙직실에 학교부근 동네에 사는 젊은 청년이 놀러왔습니다. 내가 숙직을 안하는 날에는 다른 선생들과 한반씩 어울리는 것 같았는데 술을 과하게 마시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숙직근무를 어느날 그 청년이 숙직실에 왔는데 술이 많이 취해있었습니다. 그는 내가 크리스찬이라는 사실을 알고나서 갑자기 하나님을 저주하며 욕하기 시작했습니다. 술김에 함부로 내뱉는 소리라고는 해도 제가 듣기에도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하나님을 들먹이며 온갖 욕을 다 퍼붓는 것이었습니다. 저런 식으로 함부로 말하면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싫컷 욕설을 퍼붓고 나서는 학교 소사 아저씨와 한잔 더마시러 나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소사 아저씨도 참았으면 좋았을 것을 학교는 나에게 맡겨두고 기어이 오토바이를 타고 출발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느낌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떠난 뒤 한참동안이나 텔레비전을 보다가 깜빡 잠이 들었습니다. 새벽에 눈을 떠보니 옆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술을 마시러 간 소사 아저씨가 그 시간까지 돌아오지 않았던 것이죠. 그러다가 오토바이 엔진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방에 들어온 아저씨는 어떤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얼굴이 하얗게 질린 상태로 내게 뜬금없는 소리를 해대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선생님, 아무래도 큰 일이 난 것 같습니다. 포항에서 분병히 술을 마시고 오토바이 뒤에 뒷자리에 친구를 태운 것 같았는데 한창 오다가보니 사람이 없는 겁니다. 어찌 된 것일까요?"


술을 엄청 마신 상태로 취해서 친구를 오토바이 뒤자리에 태운 것 같은데 나중에 보니 사람이 없더라는 이야기입니다. 포항시내에서 학교로 오려면 7번 국도를 사용하는 수밖에 없는데 거긴 교통량이 엄청 많은 곳이니 만약 오토바이에서 사람이 떨어졌다면 그는 심야에 질주하는 대형 트럭이나 다른 자동차에 깔려 즉사했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내가 찬찬히 설명을 해주자 뒤늦게야 상황이 파악되었는지 그는 말까지 더듬으며 어찌 할 바를 몰라했습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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