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에 섰다.
옥녀봉에 눈길을 주었다.
강줄기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가을이 강변을 마구 핥고 지나간다.
억새 물결이 일렁이는 강변에 다시 섰다.
강건너 알량한 집몇채 가진 인간들이 헛웃음을 날리며
잰체하는 꼴보기가 그리 싫다.
내 한몸 누일 공간, 남보다 크게 가진게 그리 큰일이던가?
그게 콧대까지 높일만한 큰 자랑이던가 싶었다.
계절이 천지를 이렇게 마구 감돌아가는 날이
슬쩍슬쩍 스쳐지나가는데는 무심하면서도.....
통장에 아라비아 숫자 더 길게 쌓아두었다는게
그렇게도 큰 자랑이던가?
먼저 태어났던 많은 이들이 건너편 모퉁이에서 살다가 갔다.
남은건 남산과 공동묘지에 흩어진
무덤 몇개뿐이다.
그리고 돌비에 새겨진 허명(虛名) 몇글자.....
이름 몇글자에 인생을 거는 너도 나도
다 우습다.
훌쩍 스쳐가는 바람에 억새가 일렁거렸다.
가을도 함께 출렁인다.
나도 이제 이다지도 찬란한 가을을 몇번
더 맞이할 수 있을까?
이 가을이 마지막인 것처럼 여기리라.
사방 모든 것이 다 소중한 것임을 작은 내 가슴에
새겨두고 싶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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