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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야생화, 맛/경주 돌아보기 Gyeong Ju 2

기림사에서 경주 라이딩 4

by 깜쌤 2017. 12. 5.

 

추령을 넘어가는 길로 들어섰다.

 

 

나는 지금 새길 밑을 지나는 중이다. 

 

 

새길은 통행량이 많아서 자전거를 타고 오르기엔 위험하다. 새 도로도 완공된지 제법 되었다.

 

 

옛길은 운치가 넘치는 대신 운전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꼬불꼬불하게 느껴질 것이다.

 

 

과수원 앞을 지났다. 입구 도로가에 사과를 남겨둔 것으로 보아 나그네를 위한 것 같지만 나는 손을 대지 않았다. 따먹어도 좋다는 말이 없으니 손을 댈 수가 없는 것이다. 

 

 

원래 우리 조상들은 길가의 과실을 길손들 몫으로 남겨두었다. 

 

 

그뿐이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꼭대기 부근의 과실은 장대로도 굳이 털지 않고 겨울을 나는 새들을 위해 남겨두었다.

 

 

그걸 우리들은 까치밥이라고 부른다.

 

 

우리 모두 그런 마음자세로 인생을 살아가면 안될까?

 

 

구절초일까? 마지막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내가 추령 산길을 올랐던 날이 11월 3일이었다.

 

 

경주지방은 11월 첫주와 둘째주가 단풍 절정기이다.

 

 

이따끔씩 차들이 한두대씩 지나갔다.

 

 

가을 운치를 즐기는 분들이리라.

 

 

이제 거의 고갯마루까지 오른듯 하다.

 

 

추령 정상에 오르자 백년찻집에서 울려퍼지는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제법 운치 넘치는 찻집인데 주인은 불심이 깊은 모양이다.

 

 

가을꽃들이 마지막 아름다움을 한껏 피워내고 있었다.

 

 

백년다원!

 

 

전통 기와집으로 꾸민 멋진 찻집이다.

 

 

이집에는 참 오랫만에 와본다.

 

 

이 집에 들렀던 일도 제법 햇수가 지난듯 하다.

 

 

나는 마당만 밟아볼 생각이었다.

 

 

경주시가지까지 가려면 제법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나는 이내 돌아서서 나가야만 했다.

 

 

입구 바깥에 만들어둔 인형 전시공간도 그대로다.

 

 

나는 내 애마에 올라탔다.

 

 

이제부터는 내리막길이다.

 

 

'왕의 길'이라고 들어보셨는지 모르겠다. 통일신라의 왕들이 대왕암을 행차할 때 사용했던 길이라고 알려져 있다. 

 

 

 골짜기로 들어가서 수랫재를 넘어 기림사로 이어지는 길이다.

 

 

골짜기 안으로 들어가면 펜션도 있고 작은 절도 있다.

 

 

거길 가본지도 제법 오래 됐다. 그런 식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끊어가는 곳이 많다.  

 

 

나는 다시 아래를 향해 달렸다. 도로폭이 좁고 커브가 심해서 속도를 내면 절대 안된다.

 

 

무엇보다 겁나는 것은 뒤에서 다가오는 버스와 트럭들이다. 황룡골짜기까지 내려오면 이젠 안심이다.

 

 

갓길도 제법 있어서 안전하기 때문이다.

 

 

덕동댐까지 내려왔다. 호수의 수면 수위가 엄청 낮아졌다. 이런 식으로 비가 안오면 내년 농사는 폐농이다. 마실 물 확보도 염려스러운 상황이 될까봐 슬그머니 걱정이 된다.

 

 

여기서부터는 자전거도로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경주시에서 감포로 이어지는 자전거도로를 만드는 공사가 진행중이라니 너무 반가운 소식이다.

 

 

자전거 도로위로 낙엽이 쌓아고 있었다.

 

 

덕동호는 경주시 시민들의 상수원이다.

 

 

30년도 훨씬 전, 붕어 대물낚시에 눈이 멀었던 나는 어느날 새벽에 여기까지 낚시를 왔었다. 

 

 

다음 골짝 어디에서 호수로 들어갔다가 죽을 고비를 넘겼었다.

 

 

참으로 철없고 뭘 몰랐던 어리석은 청춘이었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가 된다고 했다. 나는 그런 죄를 많이도 짓고 살았다.  

 

 

돌이켜보면 모자람과 어리석음으로 가득했던 날들이었다.

 

 

이만큼 살았는데도 아직까지 철이 덜든 것을 보면 나도 참 어리바리하기 그지없는 사람이다.

 

 

한번씩은 자전거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마침내 댐이 나타났다. 여기까지 오면 이젠 시내가는 것은 너무 쉽다. 댐 아래쪽이 보문관광단지이기 때문이다.

 

 

11월 3일, 처음으로 감포 기림사에서 추령을 넘어 경주시내까지 자전거 라이딩을 해보았다. 끝내고나니 흐뭇했다.

 

 

제가 글 끝부분에 서명 삼아 붙이는 어리버리라는 말은 사투리 발음입니다. 표준어로는 '어리바리하다'라는 것이지만 그냥 서명삼아  사투리 발음으로 쓰고 있으니 흉보시지는 말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