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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옛날의 금잔디 Long Long Ago (고향)

내성천 연가 4

by 깜쌤 2017. 11. 27.

 

현대문명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댐이 필요하다는 것 정도는 나도 잘 안다.

 

 

문제는 어느 장소에 어떻게 어느 정도의 규모로 건설하느냐하는 것이다. 

 

 

 내성천의 가치를 어떻게 말해야할까?

 

 

하천개발을 추진하는 분들 눈에는 내성천같은 모래강이 가지는 의미가 어느 정도였을까?

 

 

우리 인간이 마음만 먹으면 인공적으로 얼마든지 복원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우리나라 강의 상당수는 모래가 제법 쌓인 모래강이었다. 그런 중에서도 내성천 상류는 압권이었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해보는 소리다.

 

 

인간은 어차피 자연을 조금씩 개조해가면서 살아야하는 숙명을 지닌 존재다.

 

 

논밭을 개간하기 위해서는 강변을 개발해야하고, 아파트를 짓기 위해서는 산을 허물어뜨려야하며, 고속도로와 철도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철교도 놓고 굴을 뜷고 다리도 건설해야한다. 

 

 

그럴 때마다 환경평가를 하고 개발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기도 한다.

 

 

하지만 말이다, 산업화 도시화 현대화의 논리로 자연이 가지는 소중한 의미와 가치를 다 상쇄시킬 수 있을까? 

 

 

나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호수가로 만들어진 도로를 따라 걸었다.

 

 

이젠 엎질러진 물이어서 다시 주워담을 수조차 없게 되었다.

 

 

댐은 만들어졌으며 물이 차오르고 있다.

 

 

예전에는 기어 오르기조차 힘들었던 산비탈을 따라 새도로가 만들어져 차들이 왕래하고 있었다.

 

 

금강(금광리)마을 뒷동산에 해당하던 산이 섬처럼 조금 남아있었다.

 

 

상전벽해라는 말은 이럴때 쓰는 말인가보다.

 

 

그렇다. 예전의 모습과 비교해보면 정말 상전벽해같은 변화가 이루어졌다.

 

 

해가 기울고 있었다.

 

 

호수가 새로 생겨서 그런지 기온도 더 빨리 떨어지는 것 같았다. 사진속에 보이는 작게 휘어진 길이 옛날엔 아래 사진과 같은 모습이었다.

 

 

모든게 다 꿈인듯 하다.

 

 

물속으로 다 들어가버렸다.

 

 

이런 풍경들이 다 사라져버렸다.

 

 

발바닥을 간지럽히던 모래의 흐름조차 이젠 고여있는 물속에서 멈추어버렸을 것이다. 

 

 

구절초였을까? 들국화로만 알고 있었던 꽃들이 마지막 가을을 장식하고 있었다. 

 

 

 무섭게 세력을 떨쳐나가던 칡넝쿨이 시들고 있었다.

 

 

나는 옛날에 찍어둔 사진을 보며 허무함을 달랬다. 

 

 

 눈을 뜨면 현실은 물바다였다.

 

 

이 잔잔한 물흐름이 쌓이고 쌓이면 저렇게 거대한 덩어리가 되는구나 싶었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저지른 야만도 이런 야만이 없지 싶다. 우리들 대부분은 어쩌면 '현대화된 야만인'일 것이다.

 

 

2010년에 찍어둔 사진들이다.

 

 

까닭모를 분노가 자꾸 치밀어 올랐다.

 

 

나는 평생을 환경보호론자로 살았다. 서기 2천년, 중국 내륙지방에서 대기오염의 무서운 실태를 본 뒤로는 아직까지도 자동차를 안사고 버텨왔다.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이 싫어서 어지간하면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해가며 살아왔다. 

 

 

목욕하고 남은 물, 머리감고 남은 물도 함부로 버리지 않고 철저하게 재활용하며 살았다. 이젠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절망감에서 나온 분노의 표출일지도 모른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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