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이 다섯번 바뀌면 어떻게 될까?
천지가 개벽을 할까?
나는 북으로 올라가는 기차를 탔다.
두시간을 지나자 안동에 이르렀다.
낙동강 모래는 다 사라지고 없다.
강변 경치는 개벽을 한것 같은데 역은 그대로인것 같다.
안동을 지나면 경치가 조금 달라진다.
안동과 영주 사이의 산천은 조금 푸근하다는 느낌을 준다. 이 부근의 산들은 거의가 모래나 마사토로 이루어져있다.
옹천역은 간이역이 되어 열차가 교행을 하기 위해 잠시 머무는 정도로만 사용되는듯 하다.
옹천역 부근에는 진주강씨들이 많이 살았다.
터널을 빠져나오자 납닥고개라고 불렸던 작은 고개가 나온다. 저 고개를 넘어가면 무섬마을로 가는 길이 이어진다.
영주에서 흘러오는 서천과 내성천이 무섬마을 부근에서 만난다. 여기도 모래가 거의 사라져버렸다.
서천과 내성천의 합류점이 보인다.
문수 간이역에는 컨테이너를 실은 열차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나는 영주역에서 내렸다.
역광장으로 나오자 열두시가 넘었다. 경주에서 두시간 반이나 걸렸다.
나는 시내버스 터미널을 향해 걸었다. 중앙선밑으로 파놓았던 지하도가 메워져 있었다. 중앙선 복선화 및 철로이설 공사 때문이란다.
천지가 개벽한 것은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반세기동안 참 많이도 변했다.
남산초등학교다. 이 학교를 나온 친구들도 더러 있을터인데....
일년에 한번 찾아가는 김밥집에 가서 김밥 두줄을 샀다. 주인 아줌마는 나를 알아봐주었다. 이번에는 일년하고도 반만에 온 것 같다.
점심을 준비했으니 계속 걸으면 된다.
영주여객 시내버스 터미널까지 왔다.
내가 타고자 하는 버스는 30번이다.
미림가는 버스다. 예전엔 미림이라고도 불렀다. 발음상으로는 단순히 미리미로 했었던가보다.
버스를 탔다. 이내 출발한다.
나는 영주댐부근을 찾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버스는 새뱅이라는 마을에 들렀다. 여기는 평생에 처음으로 온듯하다. 친구들 몇몇은 이 마을에서 학교를 다녔을 것이다.
문제는 그 친구가 누구인지 이제는 기억조차 안난다는 것이다.
새뱅이 마을을 돌아나온 시내버스는 산허리로 난 새 도로를 달렸다. 바로 밑에 물에 잠겼다가 잠시 옛날 모습을 드러낸 도로가 햇살에 말라가고 있었다. 내성천가를 막은 천방둑이 슬며시 나타났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녔던 곳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나는 미림에서 하차했다. 오늘은 여기서부터 걸을 생각이다.
30번 시내버스는 나를 내려주고 휑하니 꽁무니를 뺐다.
햇살이 따가웠다. 10월의 마지막 날이다.
미림 마을 앞산 꼭대기 부근에 진월사라는 절이 숨어있다.
산 위 진월사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이렇게 미림마을이 보였다. 2008년 5월 24일에 찍은 사진이다.
모래가 사라진 마을 앞 내성천엔 억새가 무리지어 살고 있었다.
처음 구했던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인데 성능이 좋지 않아 몇년을 쓰자 이런 식으로 색깔이 바래기 시작했었다.
돈을 더 보태서 좋은 카메라를 구해둘 것을...... 산천이 이렇게 변하리라고는 상상을 못했다.
마을 모습이 달라졌다고는 해도 옛모습이 조금은 남아있었다. 가장 많이 사라진 것은 은모래 금모래밭이다. 이젠 어디가서도 되살릴 길이 없다. 천지개벽을 하면 가능하려나.....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