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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옛날의 금잔디 Long Long Ago (고향)

천방둑에서

by 깜쌤 2017. 11. 11.

 

시골에서 자란 나는 천방에 얽힌 다양한 추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천방을 한자로는 川防으로 쓰기도 하는데 이는 '냇가에 쌓은 둑'을 말합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도시인들 입장에서는 냇가에 쌓은 둑을 보기가 그리 흔한 일도 아니거니와, 본다고 해도 둑 위에 만든 아스팔트 길을 보는 것이 능사여서 강변도로 정도로 밖에 생각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시골에서 유년기나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들 입장에서는 아주 친근한 존재가 천방입니다. 강변이나 냇가에 둑을 쌓아서 농토를 확보한 뒤 개울이나 강을 가로지르는 보를 쌓아서 농사지을 물을 확보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말이지 라는 존재는 농사를 짓는데 절대로 필요한 시설입니다. 

 

 

짧은 통치기간 안에 역사에 남을 업적을 남기겠다고 무리수를 둔 어떤 정권에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큰 강 넷에다가 보를 만들어 녹차라떼라는 유행어를 남기며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강변에 쌓은 둑이 없으면 농토확보는 불가능한 것이 당연하고 농토를 확보한 이상 보가 없으면 농사짓기는 포기하는 것이 옳은 일입니다. 물론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에만 의지하여 농사를 짓는 천수답이나 밭도 존재합니다만 가뭄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농부들의 애타는 마음과 그 고통을 느끼기조차 어려울 것입니다.

 

 

사대강에다가 보나 운하라는 것을 그런 식으로 무리하게 만들 일이 아니라 '운하는 이런 것입니다'하고 정밀한 계획을 세워 발표한 뒤 시범사업을 해볼 필요가 있었습니다만 무엇이 그리 급한지 서둘러서 일을 추진하다보니 많은 국민들에게 욕을 얻어먹는 무리수가 되고 만 것입니다. 

 

 

원님 지나간 뒤 나팔부는 격이 되었습니다만 사대강 사업을 추진할 때 나는 이런 의견을 주위 사람들에게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먼저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인 포항으로 흘러 들어가는 형산강과 울산공업지대의 젖줄이라고 할 수 있는 태화강 정도를 골라 개발사업을 먼저 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형산강 상류와 태화강 상류는 아주 가깝게 맞닿아있는데다가 양쪽 강 모두 하류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공업도시가 존재하므로 정밀한 계획을 세워 강변을 체계적으로 개발하고나서는 바닥이 넓고 안정적인 평저선이 다닐 수 있는 운하를 건설해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유럽의 라인강이나 도나우강처럼 일년내내 수량이 풍부한 강에서는 평저선 운행이 가능하지만 강수량이 여름 한철에 집중되는 우리나라에서는 운하 건설과 운용이 처음부터 무리라는 의견이 압도적이었습니다.

 

운하가 안된다면 강과 강변을 잘 개발해서 '이런 식으로 국토를 개조하겠습니다'하고 시범사업을 해 본 뒤 희망하는 지역을 골라 한두군데 정도만 개발했더라면 지금쯤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도 무리한 추진은 저항을 불러일으키는 법입니다. 천방 이야기를 꺼냈다가 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흘렀습니다만 강변에 만든 둑과 보를 볼 때마다 그런 아쉬움이 가득하길래 꺼내본헛소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요즘은 천방둑길을 거니는 사람이 거의 없는듯 합니다. 가을에는 억새꽃이 피고 코스모스가 가득해서 정취를 살려주고 낭만을 불러 일으켰던 그런 길들이 이제는 주변에서 거의 사라지고 없습니다.

 

 

둑위에다가 도로를 건설해서 무엇이 그리 급한지 자동차들이 줄지어 허겁지겁 달리기만 하는 모습으로 바뀌어지고 말았습니다. 

 

 

나는 그날 이 제방 사이 수로에 숨어사는 많은 새들을 보았습니다. 윈앙이라고 여겨지는 귀한 새도 제법 많이 보았습니다. 수로에는 물고기들도 많았습니다. 

 

 

위치는 밝혀드리지 않는 편이 낫겠지요. 물고기만을 탐내 몰려드는 인간들은 꼴도 보기 싫으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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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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