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예약했던 호스텔은 럭키13 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터미널에서 걸으면 25분 정도 소요된다고 나와있다. 구글 지도로 검색되지 않아서 주소 Sauna 1을 입력했더니 뜨긴 떴다.
버스터미널은 구시가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걸어서 25분 정도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그 정도 거리라면 걸어가도 된다. 지도를 클릭하면 더 크게 뜬다.
노란색 점 : 탈린 기차역
초록색 점 : 구도심(구시가지, 올드타운)
빨간색 점 : 버스 터미널
배낭을 메고 걸었다. 탈린에서도 시내버스들이 언제쯤 도착할지 여부를 알려주는 시스템을 사용하는 모양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오늘은 장거리 버스를 9시간이나 탔다.
여름철이어서 낮이 길기에 아직까지 환하다. 여름 여행의 좋은 점은 이런데 있다.
시내 구경에 편리를 보기 위해 우리들은 구시가지 안에 있는 호스텔을 골라서 예약했다.
여기도 트램이 다닌다. 신형같다.
구시가지가 가까워지면서 건물들 디자인이 달라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에스토니아가 이번 여행의 마지막 종점이다.
우리는 골목으로 들어섰다.
초밥은 여기까지도 진출해있었다. 한쪽은 김밥 같은데....
골목으로 들어서자 스마트폰은 호스텔의 위치가 여기라고 알려주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호스텔 간판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골목에 출동해있는 경찰에게 물었더니 바로 가르쳐준다. 정말 코앞에 두고도 못찾았던 것이다. 호스텔이라고 조그맣게 써두었으니 우리같은 나그네가 찾을 수나 있던가? 럭키 13 호스텔은 3층에 있었는데 리셉션은 임시로 2층에 옮겨두고 있었다.
화장실이 있는 더블룸 하나와 공용화장실을 사용하는 더블룸을 이틀동안 사용하는데 220유로였다. 우리돈으로 치자면 약 28만원이다. 방하나에 7만원 정도니 헐한게 아니다. 예약할때 카드번호만 입력해두고 결재는 현금으로 하겠다고 했는데 카드결재가 되었다고 한다. 뭔가 수상했다. 호스텔 분위기도 그렇고 하는 짓도 그렇다.
어디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카드 사용에 문제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귀국후에 카드회사로부터 보내온 청구서를 본 나는 기절할듯이 놀라고 말았다. 어떤 녀석이 내 카드를 복사해서 유럽을 돌아다니며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내가 가지도 않은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마구 그어대고 있었으니 문제가 엄청 커졌다.
예약 사이트에서 내 정보를 빼내간 것인지, 아니면 와이파이를 사용해서 예약할 경우 중간에서 누가 인터셉트해서 해킹을 하고 카드를 복사해서 만드는 수법을 쓰는지는 알길이 없지만 카드를 도용당한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배낭여행자들이 찾는 여행에서의 낭만은 점점 사라져가는 추세다. 예전에는 무작정 호텔을 찾아가도 방을 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유럽 여행에서는 성수기의 경우 무조건 예약을 하는게 편하다. 유선을 사용해서 예약을 할 땐 안전이 조금은 보장받을 수 있었는데 와이파이를 사용할 경우에는 그렇지 못한 모양이다.
저녁은 햄버거와 과일로 떼웠다. 하루 종일 이동했으니 피곤해서 일찍 쉬고 싶었지만 푹 쉴 수가 없었다. 호스텔 선택을 잘못한게 확실하다. 밤 10시부터 불타는 금요일 파티가 벌어지면서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 때문에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돈 몇푼 아끼려고 호스텔을 찾았다가 고통만 가중받게 되었다.
파티때문에 시끄럽긴 했지만 반대급부로 방은 제법 컸다. 일행 중 다른 한분은 더블 침대에서 주무시게 하고 나는 바닥에 잠자리를 만들었다.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침낭을 깔고 커튼을 치니 나만의 공간이 만들어졌다. 침대에서 두명이 같이 부대끼는 것보다는 이게 훨씬 더 편하고 좋다.
파티는 밤새도록 이어졌다. 어느 나라나 젊은이들은 흔들어대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잠을 이룰 수 없었던 나는 일어나서 골목을 살펴보았다. 골목에서 올라온 빛이 발코니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젊은이들만이 지나다니는 골목 같았다. 젊음은 좋고 화려한 것이다. 당부하노니 부디 낭비하지 말기바란다.
골목 맞은편 집에도 오랫동안 불이 켜져 있었다. 그쪽도 잠이 오지 않았기 때문일까?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언제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새벽 4시까지 음악이 울렸던 것까지만 기억난다. 일어나니 햇살이 환하게 스며들고 있었다. 8월 27일 토요일이다. 북유럽 여행 이십일째 날이 밝아온 것이다.
오늘은 탈린을 뒤져야할 날이다. 8시에는 아침을 먹었다. 어제 저녁에 사다두었던 초밥 도시락으로 아침을 떼운 것이다. 맥도널드 콜라를 담아왔던 플라스틱 큰 컵에 끓인 물을 조금 식혀서 붓고 삼양라면 스프를 듬뿍 넣어서 풀었더니 얼큰한 국물이 되었다. 속이 확 풀리는듯 하다.
불금 파티가 끝난 골목은 조용했다. 10시가 되어서야 시내구경에 나섰다.
에스토니아도 그리 큰 나라는 아니다.
냉정하게 따져 보자면 이 나라도 독일 상인들이 개척한 나라나 마찬가지다. 물론 원주민이 먼저 터잡고 살았다.
수도는 탈린이다. 구 소련의 그 유명했던 독재자 스탈린이 아니고.....
에스토니아는 발트 삼국 가운데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나라다. 면적 4만5천 제곱킬로미터에다가 약 150만 정도의 인구를 가진 나라이니 인구 규모만 따진다면 우리나라의 대전광역시와 비슷하다. 대전광역시 정도의 인구가 경상남북도와 전라남북도를 합한 크기의 지방에 흩어져 사는 나라라고 여기면 되겠다. 이해가 잘 안되는 분들을 위해 지도를 가지고 설명드린다.
지도 한가운데 있는 나라가 에스토니아다. 바다 건너 위에 있는 나라는 핀란드이고 에스토니아 동쪽은 러시아다. 남쪽은 라트비아, 그리고 발트해 건너 서쪽편은 스웨덴이다. 우리는 지금 에스토니아의 수도인 탈린에 와있고 마지막 행선지는 타르투라는 도시다.
주민들은 백인들이 주류를 이룬다. 그러니 금발이 많다. 기찻길은 러시아가 자랑하는 세계문화유산인 상트 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와도 연결되어 있다. 이 나라 안을 돌아다니는데는 기차보다 버스가 편하단다.
배를 타면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도 오갈 수 있고 핀란드의 수도인 헬싱키와는 이웃 도시를 드나든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가까운데다가 페리보트 왕래가 많다.
구경거리는 주로 구시가지(올드타운)에 몰려있다.
구시가지는 고지와 저지로 나눈다고 한다. 저지대는 해안쪽으로 가까워서 일반 상인들이 살던 저택과 길드 건물들이 중심을 이루고, 고지대에는 당연히 지배층들이 살았기에 성이나 대저택이 몰려있다고 보면 된다.
우리가 묵었던 호스텔에서 구도심은 바로 이웃이었다.
조금만 걸으면 되니 구경하기에는 너무 편하다.
돌로 포장한 좁은 골목을 두고 양쪽으로 삼사층짜리 집들이 늘어섰다.
구도심을 에스토니아말로 바날린이라고 부른단다.
연한 파스텔조로 칠한 건물들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건물에 붙여놓은 간판 디자인만 봐도 뭘 파는 집인지 단번에 짐작할 수 있겠다.
칵테일 바일 것이다.
이 집은 무엇을 파는 가게일 것 같은가?
간판 디자인은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가 정말 인상적이었었는데......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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