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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6 북유럽,러시아-자작나무 천국(完

빌니우스 올드타운 3

by 깜쌤 2017. 10. 16.

 

시청광장을 뒤로 남겨두고 떠나야한다.

 

 

그늘과 어둠이 이 도시를 완전히 뒤덮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봐두어야한다.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급해졌다.

 

 

노란색 택시는 만국공용인가보다.

 

 

빌니우스에는 정말 교회가 많았다.

 

 

대신에 분수는 처음 마주친 것 같다.

 

 

한번 더 뒤돌아보며 구시청건물을 눈에 넣어두었다. 

 

 

성 미칼로유스 성당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카톨릭 성당으로 지어졌으나 러시아 정교회로 변한 특이한 이력을 지닌 건물이다. 그런 이면에는 리투아니아인들이 겪은 가슴아픈 과거사가 숨어있는 법이다.

 

 

저번 글에서도 조금 언급하다 치웠지만 빌니우스에서 내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게토와 우주피스 지구를 놓친 것이다. 

 

 

다 아시다시피 게토는 유대인 밀집지구를 의미한다. 선한 의미가 아니라 나쁜 의미에서 만든 유대인들만의 거주제한구역이라고 보면 된다. 스티븐 스필버스 감독이 만든 영화 <쉰들러즈 리스트>에 그들이 겪은 혹독하기 그지없는 참상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었다. 

 

 

거리의 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예술가와 성직자들과 아이들이 길거리로 나앉아야한다는 것은 비극이다.

 

 

사회적인 약자들이 서글픔을 느끼지 않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리라.

 

 

작은 광장들이 도시 중간중간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 곳에는 어김없이 장사치들이 보인다.

 

 

이곳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는 법이다. 엄마와 함께 있는 아이들을 보는 것은 즐거움이다.

 

 

골목골목마다 종탑이 있고 교회가 있었다.

 

 

얼굴에 주근깨가 잔득 박힌 소녀는 제법 연주 솜씨가 좋았다. 초등학교 2학년 아니면 3학년일 것이다.

 

 

평생토록 아이들을 봐왔으니 아이들 나이를 맞추는데는 거의 이력이 붙었다.

 

 

거리의 꼬마 예술가들에게 넉넉하게 집어주지 못했으니 아직도 아쉬움이 진하다.

 

 

PVC파이프로 만든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다. 입과 손으로....

 

 

가게 앞을 장식한 나무 인형들이 매력 만점의 미를 자랑하고 있었다.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나는 리투아니아인들을 새로 보기 시작했다. 

 

 

자전거 디자인과 색상도 정말 신선하다.

 

 

자동차모양으로 틀을 짠 자전거 거치대가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나무가지위로 올라온 성탑을 보고 이 거리가 끝나감을 느꼈다. 

 

 

정말 그랬다. 이내 앞이 탁 터지면서 너른 광장이 나타났다.

 

 

광장 제일 끝에는 제법 웅장하게 보이는 건물들이 가로막고 있었다.

 

 

빌니우스 대성당이다. 너른 공터는 우리나라로 치자면 광화문 광장 정도의 구실을 하는 곳이다.

 

 

대성당과 연이어 서있는 건물이 대공작 궁전이란다.

 

 

그렇다. 여기가 빌니우스 탐방의 마지막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좌대 위에 올라앉은 말과 갑옷입은 장수가 현대적인 감각을 가지고 서 있었다.

 

 

직선적이고 남성적인 느낌을 주는 저 남자는 누구일까? 게디미나스라는 이름을 가진 역사적인 인물이다.

 

 

게디미나스는 빌니우스로 천도를 한 사람이란다. 동상을 받치고 있는 아랫부분 벽면에는 리투아니아를 빛낸 공작들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대공작 궁전 옆에 세워진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깊을 것이다.

 

 

게디미나스 공작은 1275년에 태어나서 1341년에 죽은 인물이다. 당시 교황 요한 12세에게 북방으로 향하는 십자군의 목적을 폭로하는 서한을 보내어 문제를 해결한 공로를 세웠다고 한다. 십자군 운동은 참으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던 모양이다. 

 

 

대공작 궁전을 놓아두고 일단 앞쪽에 있는 대성당 건물부터 둘러보기로 했다. 

 

 

광장에는 스포츠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나이들면서 깨달은 것이지만 젊음은 그 자체로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대성당 앞쪽에는 종탑이 따로 서있다. 성당에 붙어있지 않고 홀로 서있는 것이다.

 

 

현재는 전망대로도 활용하고 있단다.

 

 

대성당의 정식 이름은 조금 색다르다. '성 스타니슬라브와 블라디슬라브 대성당'이란다.

 

 

종교를 아편 정도로 생각했던 구소련 시절, 이 건물은 원래의 기능을 상실하고 인물화 박물관으로 개조되어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건 인간의 교만이었다. 인간을 단순한 물질 덩어리로 보는 무신론자들에게는 충분히 가능한 생각이긴 하다. 그건 인간에게서 신을 찾고자 열망하는 신비한 심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애써 무시한데서 나온 처사에 지나지 않는다.  

 

 

광장에 명상하듯이 홀로 우뚝 선 이 사람이 찾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단순한 아름다움이었을까?

 

 

우리들 그림자가 길게 눕기 시작했다.

 

 

원래 이 자리는 고대 리투아니아인들이 자기들 고유의 신에게 제사를 드리던 장소였다고 전한다. 

 

 

종탑 아랫부분은 공사중이었다.

 

 

대성당 위에는 세사람의 인물상이 서있다.

 

 

소련의 지배를 받고 있을때 세 성인상은 철거되었다가 독립직후에 새로 만들어 세웠다고 한다. 

 

 

신의 존재를 애써 부인했던 구 소련이었지만 러시아인과 다른 소수민족들의 마음 밑바닥에 깔린 신앙심을 완전하게 지우는데는 철저하게 실패했다. 

 

 

성당 전면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그렇게 화려하지 않은 외관이 오히려 더 마음에 와닿았다.

 

 

파란 하늘과 흰색의 대비가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다.

 

 

젊은이들이 성당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파란 하늘에 하얀 동체를 가진 비행기가 고도를 높이고 있었다.

 

 

나는 다시 광장으로 돌아나갔다.

 

 

종탑에 올라가기는 포기해야 한다. 시간이 급했다.

 

 

대신 대공작 궁전 뒤편에 있던 성채에 올라가야만 한다. 

 

 

 우리는 광장 옆을 빠른 걸음으로 지나갔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