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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6 북유럽,러시아-자작나무 천국(完

라트비아 리가행 국제열차

by 깜쌤 2017. 9. 9.

 

나는 무명용사의 묘를 향해 걸었다.

 

 

 알렉산드로프 정원도 마지막으로 눈에 넣어두었다.

 

 

모스크바에 다시 올 수 있을까?

 

 

그건 어느 누구도 모른다.

 

 

크렘린 궁전의 옛모습과 오늘날의 모습을 대조해둔 것일까?

 

 

무명용사의 묘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한명의 장수가 역사에 이름을 남기려면 수많은 병사들의 희생이 필요한 법이다.

 

 

정신이 제대로 박힌 나라라면 <무명용사의 묘>정도는 당연히 만들어서 국민들로 하여금 기리도록 하는 것이 당연하다.

 

 

러시아연방도 예외가 아니었다.

 

 

제단 위의 장식은 아주 간단했다. 군기와 병사의 철모가 전부다. 그 앞에는 영원히 꺼지않는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붉은 색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계단이 병사들의 핏방울처럼 느껴진다.

 

 

러시아인들은 신혼부부들도 여기에 찾아와서 헌화를 하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그런 것은 정말 잘하는 일이다. 조국을 사랑하는 애국심은 국가번영의 기틀을 이루는 법이니까.

 

 

경비병들은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위쪽에 보이는 병사는 제단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을 살피고 있는듯하다.

 

 

이번에는 주코프 원수와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푸른 하늘 아래 우뚝선 기마상과 늠름한 자태를 뽐내는 원수가 조화를 이루었다.

 

 

오후 3시에 호텔로 돌아온 우리들은 배낭을 찾았다. 화장실을 잠시 사용해도 되겠느냐고 부탁을 했었는데 여주인은 매정하게 거절했다. 경비원은 1층 화장실 열쇠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는데....  그렇다면 다음에 다시 오지 않으면 된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 맞은편에는 우리나라 단체관광객들이 머무는 호텔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데 단체관광객들과는 한번도 마주친 적이 없었다.

 

 

마음씨가 좋았던 호텔 경비원과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언제 새로 묵을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 모스크바에 다시 간다고 해도 지금같은 기분이라면 그 호텔에는 안찾아갈 것같다. 

 

 

배낭을 메고 지하철 역을 향해 걸었다.

 

 

호텔 옆 작은 공원을 지나친다.

 

 

기타이고로드 역까지 걸어가서 지하철을 탔다.

 

 

우리는 리가 지하철 역에서 내렸다.

 

 

리가라트비아의 수도다. 리가로 가는 국제열차가 출발하는 곳이기에 리가역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이틀 전에 기차표를 사기 위해 찾아온 곳이었기에 제법 익숙해졌다.

 

 

기차역을 향해 걸었다.

 

 

라트비아의 수도인 리가로 가는 야간 국제열차는 오후 5시 5분에 출발한다. 4시 반경이 되자 개찰을 시작했다. 이런 열차는 일찍 개찰을 받고 나가서 타는게 좋다. 우리나라에서 기차타듯이 출발시간 임박해서 가면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짙은 황색으로 칠해진 기차가 플랫폼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객차 한량마다 승무원이 열차표를 확인해서 손님을 태우고 있었다. 우리가 타야할 객차는 12호다. 비교적 앞쪽으로 - 그러니까 기관차가 붙어 있는 쪽으로 - 객차가 배정되어 있었는데 할머니 승무원은 대한민국 국민은 노비자로 러시아 입국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는 우리 여권을 살펴보더니만 잠시 옆으로 비켜서달라고 했다. 다른 손님들을 다 태우고나서야 비로소 열차안에서 근무하는 뚱뚱한 동료와 의논을 하기도 하고 나중에는 어디엔가 전화를 해보기도 했다. 그러더니 우리보고 입국카드를 보자고 했다. 그런 뒤에도 삼사분 정도 기다려서야 우리는 열차에 오를 수 있었다. 

 

 

모스크바에서 라트비아로 가는 국제열차를 타본 한국인이 그동안 얼마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녀는 러시아와 한국 사이에 비자면제협정이 체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아서 조금 기분이 언짢아졌다.

 

 

기차표에 좌석 번호가 아라비아숫자로 표기되어 있지 않아서 승무원의 안내를 받아 자리에 찾아갔다.

 

 

승무원은 우리 자리에 우리를 안내해주고 난 뒤에도 무엇이 찜찜했는지 우리 열차표를 거두어가서 무엇인가를 확인해보고나서 표를 돌려주었다. 조금 기분이 잡치기 시작했다. 

 

 

침대차 내부구조는 중국에서 타본 경와 침대열차와 분위기가 비슷했다. 침대가 3단으로 배치되어 있었지만 제일 위층은 물건을 올려두는 공간으로 사용한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기차는 정시에 출발했다. 정상적으로만 달려준다면 오늘 밤 안으로 국경을 넘어 내일은 유럽연합국가에 도착할 것이다.

 

 

내 좌석은 통로쪽으로 따로 떨어져 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망설이고 있으려니까 뒤쪽에 있던 러시아인이 친절하게 시범을 보이며 가르쳐주었다. 이제는 다 잊어버렸으니 자세히 묘사할 길도 없다. 

 

 

열차안에는 꾸준히 회람이 돌았다. 서류가 차례대로 돌아오는데 그때마다 무엇인가를 기록해야했다.

표에는 영어단어는 하나도 없으니 무엇을 어떻게 기록해야할지도 모르겠다. 부근에 영어를 조금 아는 아가씨가 있어서 도움을 받아 빈칸을 채울 수 있었다. 기록할게 뭐 그리도 많은지 모르겠다. 관료주의의 극치를 보는듯 하다.

 

 

열차가 출발하고나자 승무원이 맥주잔처럼 생긴 커다란 컵에 차를 가득 담아와서 놓고 갔다. 

 

 

 나는 바깥 경치를  살펴가며 차를 홀짝거렸다.

 

 

기차는 한결같은 속도로 서쪽을 향해 달렸다.

 

 

저녁은 미리 준비해온 빵으로 때웠다. 열차안에서는 음식을 사먹을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다.

 

 

이내 해가 졌다. 나는 침대에 누웠다. 

 

 

곳곳에 빈자리가 보이기도 했다. 덜컹이는 기차 바퀴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해보았다.

 

 

살아가면서 별별 경험을 다해본다. 모스크바에서 라트비아행 국제열차를 타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는 조용히 잠결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깊은 잠에 빠져들지는 못했다. 오늘 밤 중으로 국경을 넘을 때 출입국 수속을 밟아야하기 때문이었다. 그게 작은 압박감을 만들어주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