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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내가 만났던 하나님 Confess (간증)

(간증) 회심 6

by 깜쌤 2017. 10. 23.

 

나는 칠불암을 그냥 스쳐 지나갔습니다. 죽음의 유혹이 참으로 강했던 시절,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젊었던 날, 나는 낚시를 한없이 좋아했습니다. 누가 낚시를 가자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쫓아가던 시절이었는데 특히 봄철에는 낚시를 가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봄철은 붕어의 산란기입니다. 산란기에는 조심성 많은 붕어들도 짝짓기에 신경쓰느라고 주의력이 떨어져 활발하게 입질을 해주었습니다. 남부지방의 경우에는 식목일만 지나면 모든 저수지에서 붕어입질이 활발하게 이루어졌기에 집에 가만히 처박혀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경주 덕동호에 가서 새벽낚시를 하면 커다란 붕어가 많이 물릴 것이라는 느낌이 너무도 강했기에 어느 일요일 새벽에 일어나 자전거를 타고 출발했습니다. 꼭두새벽에 출발해서 거의 두시간 정도는 자전거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는 이른 아침이었습니다.


 

 

덕동호는 보문호 위쪽 산간에 자리잡은 거대한 저수지인데다가 경주시의 상수원이어서 낚시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말이 있었지만 대물 붕어에 눈이 뒤집힌 저에게는 그런 것이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한 나는 낚싯대를 양손에 들고 물속에 보이는 명당 자리를 향해 옷을 입은채로 저수지 안으로 걸어들어갔습니다. 물이 제법 차가웠지만 붕어 욕심에 눈이 멀었기에 견딜 수 있었습니다.

 

호수에서는 물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나는 무엇에 홀린듯이 안으로 자꾸 들어갔습니다. 바닥이 진흙밭인지 한번씩은 발이 밑으로 푹푹 빠져내려가기도 했습니다. 그럴 땐 물이 목까지 차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나는 점점 더 깊은 곳을 향해 안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붕어는 구경도 못한채 블루길이라는 이름을 가진 외래종 고기만 계속 걸려올라왔습니다. 이윽고 물이 가슴 부위에 오는 곳까지 들어가서 이삼십분 가량 낚싯대를 휘두르다가 문득 정신이 번쩍 들면서 공포감이 밀려왔습니다.

 

"지금 내가 왜 이러고 있는거지? 내가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는거야?"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진 나는 돌아나가기로 했습니다. 돌아나갈땐 물이 턱부근에서 찰랑거리기도 했습니다. 조금만 발을 헛디디면 물속 깊이 끌려들어갈 것만 같았습니다. 간신히 물바깥으로 나온 뒤 물가 비탈진 언덕에 누워서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습니다. 

 

 

안개가 걷히고 해가 떠오르자 물속 형상이 대강 짐작이 되었습니다. 그 순간 나는 놀라서 뒤로 자빠질뻔했습니다. 내가 걸어 들어가서 낚시를 했던 장소 부근에는 물색깔이 특히 짙어보이는 함정 같은 곳이 사방에 이리저리 수도없이 깔려있었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니 물속에 잠긴 마을 터에 들어갔던 게 확실했습니다. 구식 화장실터나 부엌같은 곳을 밟았더라면 그대로 내몸이 물속에 가라앉았을 것입니다. 

 

갑자기 소름이 끼쳐오면서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기적적으로 옛날 마을길만 골라서 밟고 들어갔다가 그대로 돌아나온 것이었습니다. 그 생각을 하면 지금도 소름이 끼칩니다. 나는 그날 확실하게 그 무엇엔가 홀려있었습니다. 죽음으로 끌고 가고자 하는 그 어떤 존재에 끌려 새벽부터 미친 짓을 한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회심하기 몇년전의 일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나는 확실한 죽을 고비를 세번 넘겼고 소소한 죽을 고비는 서너번은 더 넘기면서 살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참으로 용하게 살아남았습니다. 나를 죽음으로 몰아넣고자 했던 어떤 존재들, 그러니까 마귀들의 간교한 꾀를 그때마다 용하게 피할 수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한번, 고등학교 시절에 한번, 대학시절에 한번, 그렇게 도합 세번은 죽음 일보직전까지 갔었습니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죽음을 피해간 것이었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그것은 제가 잘나서 피한게 아니었습니다. 모두가 다 하나님의 은혜였건만 제가 깨닫지를 못했던 것이죠. 그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꺼내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마침내 칠불암 뒤에 깎아지른듯이 세워진 절벽 위에까지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절벽에 서서 뛰어 내릴 일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그때쯤부터 내 마음에 참으로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지금의 이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 인생이 어디에선가부터 심각하게 꼬여버린 것 같았습니다. 내 속에 들어있는 어떤 더러운 존재때문에 일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 같았습니다. 이젠 남의 불행을 알아보는 신비한 힘도 다 싫어졌습니다. 갑자기 나는 새출발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새롭게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슴깊은 곳에서부터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1987년 8월 3일, 나의 최종 목적지는 건너편에 보이는 저 절벽이었습니다. 다시 새출발해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건너편에 보이는 저 절벽에 가는 것이 갑자기 정말 싫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너무나 기묘한 변화였습니다. 

 

더이상 피해나갈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나는 죽음이라는 최후의 선택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산에 오른 것이었지만 참으로 신기하게도 새출발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마구 솟아오르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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