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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내가 만났던 하나님 Confess (간증)

(간증) 회심 2

by 깜쌤 2017. 8. 8.

젊었던 날, 잡학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주역공부에 덤벼들었습니다. 전문적으로 한문을 배운게 아니었기에 한문과 한학에 조예는 없었지만 학창시절에 익힌 어설픈 실력으로 성균서관에서 나온 빨간 표지로 된 <주역>이라는 책에 도전해서 점치는 법을 익히기도 했습니다. 

 

대나무로 만든 산가지를 가지고 효를 뽑고 괘를 만들어 그 변화하는 모습을 봐가며 점을 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동전을 가지고 간략하게 점을 칠 수도 있었습니다. 목욕재계(沐浴齋戒)하고 바르게 앉아서 정신을 통일하고는 천지신명께 빌어가며 동전의 앞면과 뒷면을 두고 임의로 음양을 택한 뒤 뽑아서 나오는 효()로 괘()를 만들어서 해석을 하는 중서법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지금와서 돌이켜 생각하면 터무니 없던 시절이었지만 그땐 나름대로 제법 진지했습니다. 새해 1월 1일 정초에는 반드시 그렇게 점괘를 뽑은 뒤 친구들에게 '올해 자네 운세는 이럴 것일세'하고 엽서에 깨알처럼 적어 보내주기도 했으니 정통 크리스찬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어리석음의 극치를 달린 인생이었습니다. 

 

나는 지금 경주 동남산 마을을 지나 칠불암으로 오르는 길을 가고 있습니다.

 

이 길에는 잊혀지지 않는 끔찍한 추억이 남아있습니다. 여러분들 가운데 혹시 살인의 충동을 느껴본 적이 있나요? 사람이 너무 싫어서 죽이고 싶도록 미워지고 저 인간을 요절내고야 말겠다는 그런 충동을 받는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행동하겠습니까?

 

 

1986년 여름, 그러니까 제가 회심(回心)하기 1년전 일이었습니다. 나를 특별히 아끼고 사랑해주신 선배선생님이 계셨는데 평소에도 잠잖은 행동과 온화한 언행으로 다른 동료선생님들과 선후배선생님으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많이 받으셨던 분으로 기억합니다.

 

그 분이 여름방학 때 어느날, 전화를 통해 남산 등반이나 한번 즐겨보자고 제안을 해왔습니다. 평소에 따르고 존경하던 선배교사가 부르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경주 남산 칠불암을 다녀오는 간단한 산행이었으니 서너시간만 투자하면 될 일이었습니다.

 

 

산에 갔다가 내려올 때 그 분은 저에게 신앙생활을 해보기를 권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재주와 열정은 있지만 그 무엇인가가 조금 부족해보였던 저에게 예수님을 믿어보라는 권유를 하신 것인데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저는 감당하기 어려운 분노를 느꼈던 것이죠. 

 

그 어떤 존재가 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다가 예수님을 믿으라고 권하는 그 순간에 맹렬한 분노가 솟구쳐 오르도록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분노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선생님을 돌로 쳐서 죽이라고 명령하는 것이었습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그것은 제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그런 생각이나 행동을 결코 하고 싶지 않았지만 내속에 들어있는 그 어떤 존재가 나에게 불러 일으키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분노와 증오와 적개심 때문에 일시적이지만 거의 미쳐버릴 것 같았습니다. 나에게는 너무나 견디기 어려웠던 순간이었습니다.

 

 

그 존재는 나에게 부근에 보이는 돌을 찾아서 옆에서 함께 걸어가는 그 선배선생의 머리를 쳐버리라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선배선생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으로는 길가에 있는 돌을 찾고 있었습니다. 주먹만한 돌은 보이지 않고 사람 머리통만한 돌들이 길가로 놓여있었습니다. 위 사진에서 보는 바로 그 장소였습니다. 

 

나도 이성을 가진 인간이었던지라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이 까닭없는 분노로 말미암아 돌로 선배선생을 치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며 참고 또 참았습니다. 그러나 가슴 한편에서 치밀어오르는 맹렬한 분노 때문에 나는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느낀 살인적인 분노는 그 분이 나에게 예수님 믿으라고 권한다는 그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다른 이유는 없었습니다.

 

 

햇살이 너무 뜨거웠던 날이었습니다. 땀은 비오듯이 온몸에 흘러 속옷 속으로 마구 흘러드는데 나는 살인충동에 사로잡혀 돌을 찾아 두눈을 희번덕거리고 있었던 것이죠. 그러면서도 이러면 안된다는 생각에 주먹을 꽉 쥐고 몸을 부르르 떨어가며 참아야만 했습니다. 그런 시간이 한 1,2분 정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나는 두주먹을 꽉 쥐고 이를 악물어가며 그 순간을 넘겨야했는데 천만다행으로 조금 뒤에는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선배선생님은 내가 순간적으로 그런 맹렬한 살의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르실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그건 분명 내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어떤 존재가 찰나적으로 나를 지배하고 명령을 내렸던 것이 확실합니다.

 

 

나는 그런 경험을 제법 많이 했습니다. 내 속에 있는 어떤 존재가 나를 지배하고는 끊임없이 어디론가 떠나기를 속삭여왔습니다. 그럴 땐 내 자신이 충동적이 되어 어디론가를 향하여 떠나가야했지만 막상 거기를 가고나면 현장에서는 죽을 정도로 개고생을 하는 그런 체험을 참 많이 했습니다.

 

지금의 나는 점쟁이나 박수 무당같은 사람들의 심리나 사고방식을 제법 이해하는 축에 들어갈 것입니다. 아니 그런 분들의 언행이나 행동 양태를 특별히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가 십여년 이상이나 스스로 겪어보았으니 거의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내 속에 자리잡고 있는 그 존재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나중에 기적을 체험하고 난 뒤 깨달은 것이지만 그것은 크리스찬들이 흔히 말하는 마귀, 즉 사탄의 앞잡이들인 악령들이었던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가운데는 너무 황당한 이야기여서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함부로 지껄여대느냐는 식으로 저를 비웃거나 매도할 수도 있지 싶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나는 그런 존재에 사로잡혀 10여년 이상이나 죽을 고생을 했었습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일 것입니다. 어쩌면 저를 정신병자 취급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만 실제로 한두달 뒤에는 정신분열 일보직전까지 갔었습니다. 그때는 내가 스스로 생각해도 확실히 나자신이 미쳐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크리스찬의 입장에서 말한다면 저는 귀신 들린 사람이었던 것이죠. 귀신에 사로잡혀 영혼이 지배당하는 그런 존재였다는 말입니다. 귀신이나 마귀, 천사같은 영적인 존재를 부인하는 사람들에게는 어이없는 황당한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만 기적을 체험하고 난 뒤 저는 귀신을 직접 보기도 했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하면 그때의 체험은 너무나 끔찍하고 괴로운 일이어서 두번다시 겪어보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30여년 전의 일을 생각하면서 천천히 걸었습니다. 살인충동을 겪었던 현장 부근을 지나면서 그 일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그때 만일 그 짧은 순간을 참지 못했더라면 저는 선생으로서 사람을 죽인 살인범이 되어 인생 자체를 망쳐버렸을 것입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가지 더 말씀을 드려보겠습니다. 1980년 5월, 나는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을 뵈러 시골 집에 갔습니다. 저녁 식사후 밤하늘의 별들을 쳐다보다가 문득 이상한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우리나라에 엄청나게 큰 일이 곧 일어날 것이라는 느낌이 아주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날 저녁 9시 뉴스시간에 나오는 톱뉴스는 최규하 임시대통령이 석유문제 수급을 의논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 뉴스를 보면서 고개를 가로 저었습니다. 그리고는 중얼거렸습니다. 

 

"저 소식은 아니야. 이제 곧 엄청 큰 일이 일어날거야."

 

  

그로부터 한 일주일 뒤였던가요? 뉴스시간에 눈빛이 아주 날카로운 전두환 장군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광주 민주화 운동(다시는 광주사태라고 불렀습니다)이 처음으로 텔레비전 뉴스에 나오는 순간이었던 것입니다. 전쟁터처럼 참혹하게 변해버린 광주의 모습이 등장하는데 정말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습니다. 나는 텔레비전 화면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습니다.  

 

"그렇지. 바로 저거야. 저게 바로 큰 일이라는 바로 그 사건이야. 그런데 말이지,  저 사람이 앞으로 대통령이 될거야. 저 사람 친구가 그 다음 대통령이지. 저 사람들은 앞으로 당을 하나 새로 만들거야. 당 이름엔 반드시 정의라는 이름이 들어가지. 그리고 저 사람들이 만드는 당 깃발은 이렇게 될거야."

 

 

 

                                                     <자료 출처 : 한국 위키피디어>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나는 종이를 꺼내 민주정의당 깃발을 아주 정확하게 그렸습니다. 민주정의당이라는 당이 등장한 것은 그보다 더 나중의 일인데 나는 당이름과 당 상징을 정확하게 미리 알아맞추었던 것이죠. 그게 제 의지로 가능한 일이었을까요? 

 

아닙니다. 나는 어떤 존재가 알려주는대로 말하고 그렸던 것뿐입니다. 지어낸 이야기가 아닙니다. 경험을 했으니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제가 회심을 한 것은 그로부터 7년후의 일입니다. 그러면 그 사이에 어떤 일이 더 벌어졌던 것일까요? 그 이야기를 자세히 하자면 한권의 소설을 써야할 정도입니다. 이제 그때 경험했던 일들을 조금씩 꺼내어보겠습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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