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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6 북유럽,러시아-자작나무 천국(完

러시아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붉은 광장으로

by 깜쌤 2017. 7. 3.

모스크바! 마침내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역건물 밖으로 나오자 스탈린 시대에 건축되었음직한 건물 몇채가 우리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예약해둔 호텔을 찾아아가는 것이다. 옛날에는 예약없이 무작정 찾아가서 방을 구해도 구할 가능성이 높았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더구나 지금은 여행 성수기다. 그래서 우리는 어제 미리 예약을 해두었었다. 레닌그라드 역 건물 앞에는 광장이 펼쳐져 있었다.  

 

 

그렇게 큰 광장은 아니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제법 많이 모여든다고 느꼈다. 그런데 지하철 역이 어디에 있더라?

 

 

지하철 역을 찾느라고 기차역 건물 주위를 뱅글뱅글 돌았다. 지하철 표지는 보이는데 역을 찾을 수 없는 기묘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우리가 예약한 곳은 히트로프카(Hitrovka) 호텔이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후진 호텔방때문에 고생을 조금 했었기에 이번에는 그보다는 더 나은 호텔을 잡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4성급 호텔이었다. 배낭여행자 주제에 4성급 호텔이라면 조금 과하다. 

 

 

저렇게 지하철 표지판은 보이는데 지하철 역 입구는 찾기 어려운 상황이니 조금은 황당했다. 아니면 우리가 너무 어리석은 것인지도 모른다.

 

 

심지어 기차역안에까지 다시 들어가 보았지만 도저히 지하철 역 입구는 찾을 수가 없었다.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다. 그런데 말이다.....

 

 

지하철 입구는 우리가 걸터앉아 쉬었던 바로 밑 계단밑에 있다는 사실을 미쳐 몰랐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우리가 바로 그 꼴이다. 그러면 이쯤에서 지도를 보기로 하자.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분들은 지도가 작다고 불평하지 말고 클릭해보시기 바란다. 그러면 크게 뜬다. 

 

 

 

위 지도에서 빨간색 점으로 표시된 곳이 우리가 도착한 레닌그라드 역이다. 레닌그라드를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개명한지가 오래전 일인데 왜 아직도 레닌그라드 역이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참고로 러시아에서는 행선지 이름을 따서 기차역 이름을 붙이는게 관행이라고 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기차가 출발하는 역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역으로 부르는 식이다. 

 

분홍색 점이 있는 곳이 모스크바 관광의 핵심지역이다. 붉은 광장을 비롯해 모스크바궁과 바실리 대성당 같은 역사적인 명소가 거기에 다 몰려있는 것이다. 초록색 점으로 표시된 곳이 쿠르스카야 기차역인데 우리들의 목표이기도 하다. 그 부근에 있는 호텔을 예약해두었기 때문이다. 지도를 보면 모스크바는 모스크바 중심부를 관통하는 모스크바 강을 중심으로 발달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위 지도는 첫번째 지도를 확대한 것이다.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쿠르스카야 역까지 간 뒤 지상으로 올라가서 호텔이 있는 거리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모스크바에서 며칠 머무르기 위해서는 역사적인 명소 부근에 있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도심부에 있는 호텔을 예약해둔 것이었다.

 

 

지하철 입구를 찾았으니 문제의 반을 해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을 통해 안으로 들어섰더니 화려하고 웅장한 시설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매표소를 찾아 표를 샀다. 빨간색 카드 비슷하게 생긴 1회용 회수권이 50루블이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보다 15루블이나 더 비싸다. 거기나 여기나 지하철은 이름 그대로 지하 깊숙한 곳에 자리잡았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참이나 내려갔다.

 

 

우리는 5호선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5호선은 모스크바 시내를 둥글게 한바퀴 도는 환상선이나 마찬가지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지하철을 이용해보았으니 요령은 깨달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기가 바로 콤소몰스카야 역이라는 말이지? 우리는 5호선을 타고 시계방향으로 달린다고 볼 때 다음 역인 쿠르스카야역( 혹은 츠카로프스카야)에서 내리면 된다.

 

 

지하철 공간 한쪽에서는 거리악단이 공연을 하고 있었다.

 

 

역시 젊음만큼 좋은 밑천은 없는듯 하다.

 

 

드디어 지상으로 다시 올라왔다. 스마트폰을 켜두고 구글 지도를 떠 올려두고 역 구내밖으로 나갔다. 거기까진 좋았다. 그 다음엔 진행 방향을 찾아야한다. 우리나라도 그렇지 않은가? 지하철 역에서 바깥으로 나갈 때 출구를 잘못 택해서 나가면 죽을 고생을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 말이다.

 

 

우리가 딱 그런 꼴을 만난 것이다. 출구를 통해 밖으로 나가다가 중국집을 발견했다. 11시에 모스크바 도착해서 지하철을 타고 왔으니 점심시간이 되었다.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중국집을 발견했으니 들어가서 먹고가기로 했다.

 

 

간자를 중국어 발음으로도 소개해두고 러시아 언어로도 표시를 해둔 독특한 실내장식이다. 러시아 현지인 젊은이들이 심심치않게 찾아왔다. 

 

 

세트메뉴를 주문했다. 200루블 짜리 닭고기 볶음밥이다. 우리돈으로 치자면 4천 원 짜리 밥이라고 보면 되겠다. 단품요리를 먹고 힘을 냈다.

 

 

점심을 먹고 예상한 방향으로 걸었는데 스마트폰에서 지도상의 위치가 점점 멀어지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방향을 잘못 짚은 것이다. 날은 더운데 땀은 나고....

 

 

우리가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자 어떤 여성이 다가와 도움을 주려했지만 그녀 역시 역부족이었다. 그녀의 영어가 짧은데다가 우리가 가진 영어지도를 보고 방향을 찾기가 어려웠으리라. 

 

 

그래도 그녀의 친절이 고마웠다. 아까 내린 지하철 역 입구까지 다시 돌아가봐도 길이 막혀있으니 묘책이 없다. 분명 뭐가 잘못되도 잘못된 것은 확실하다.

 

 

길바닥 광고를 보고 힌트를 얻으려해도 찾을게 없었다. 속이 바짝 타들어가는데 일행중 한분인 ㄱ장로가 아까 중국집 앞에서 곰 인형복을 입고 손님을 끌던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곰인형이 탈을 벗고 짧은 영어로 뭐라고 설명을 해주만 너무 복잡해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결국 직접 안내해달라고 부탁했다. 아르바이트 일 규정상 곰인형을 벗어도 안되고 장소를 벗어나도 안된단다. 그런 규정을 어겨가면서까지 열심히 설명을 해주었지만 알아듣기가 너무 어려워서 이제 그만 들어가서 일하라고 권했다.

 

 

그러자 그 청년이 인형을 덮어쓰더니 마침내 스스로 앞장서서 걸었다. 아까 우리들이 나왔던 출구로 들어가서 반대편으로 올라가자 기차역 플랫폼이 나오고 거기에서 집찰구를 통해 바깥으로 나가자 드디어 쿠르스카야 역 앞이 되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는 것을 누가 짐작이나 할 수 있었으랴? 그러니 설명이 그렇게 복잡했던 것이다. 역으로 새로 들어가라는 말을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알고보니 그렇게 간단한 것을.... 

 

나는 고마움의 표시로 그의 손에 300루블을 집어주었더니 몇번이나 고맙다는 표시로 고개숙여 인사하고 돌아갔다. 사실은 우리가 더 고마운 일 아니던가? 쿠르스카야 기차역 앞은 혼잡했다. 다시 아래 지도를 보기로 하자.

 

 

 

빨간색 점안에 노란색 점이 찍힌 장소가 쿠르스카야 역이다. 빨간 점은 호텔 위치고 초록점들은 붉은 광장 부근의 명소들이다. 지도 왼쪽 밑에는 축척이 나타나있으므로 거리 계산하기는 정말 쉽다. 이제부터는 걸어가면 된다. 

 

 

일단 큰길을 따라 걸었다. 그런 뒤 샛길로 빠지면 될 것같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걷는 것이 부담스럽기 하지만 그건 배낭여행자의 숙명이다.

 

 

횡단보도에 흰색과 노란색을 섞어 칠했다. 독특한 아이디어다. 신호등에 숫자가 나타나니 너무 편하다. 살짝 비탈진 길 옆에는 대형트럭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멀리서는 고층빌딩들이 하늘 위로 치솟아오르고 있었다.

 

 

대부분의 건물들은 낮춤해서 보기가 좋았다.

 

 

지도에 보이던 작은 공원이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제 다 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호텔은 공원 부근에서 살짝 꺾어진 도로옆에 붙어있었다. 호텔 출입구가 도로에 면해있었다. 

 

 

시계를 보니 오후 2시 15분이었다. 체크인을 하고 돈을 지불했다. 1박당 3천루블이고 아침식사 포함이다. 당시 환율이 1루블에 우리돈 18원 정도(하지만 나는 이 글에서 계산하기 좋게하기 위해 항상 20원 정도로 생각했다)였으니 방 한칸에 5만4천원 정도라는 말이 된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팀 멤버는 세명이다.일행 분들이 이번에는 내가 방 한칸을 단독으로 사용하도록 결정해주었다. 너무 미안하고 황송했다. 이런 멋진 방을 혼자 쓰다니.....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방도 작고 더운데다가 침대가 좁아 나는 바닥에 침낭을 깔고 잤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빨래도 못했기에 여기서 다하기로 했다. 3시 반에 모이기로 했으니 샤워할 시간도 충분했다.

 

 

3시 반에는 옥상에 모여 우리나라에서 가져간 카누 커피를 한잔씩 즐겼다.

 

 

호텔은 5층과 6층이다. 커피를 마시고 난 뒤 외출을 하기로 했다.

 

 

첫번째 행선지는 붉은 광장이다. 우리 호텔 맞은 편에는 우리나라 유수의 여행사와 손잡은 호텔이 있었다.

 

 

 

저런 곳은 병원인가보다. 간판이 요란하지 않아서 좋았다.

 

 

아까 올때 보았던 작은 공원을 끼고 계속 걸어갔다.

 

 

건물 사이에는 적당한 간격을 두고 아름다운 교회들이 하나씩 박혀있었다.

 

 

이번 러시아 여행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러시아에 대한 편견 타파였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지려고 평생동안 노력했지만 그게 잘 안 됐다. 돌이켜보면 나도 편협한 면이 제법 많았다.  

 

 

이번 러시아 여행은 그런 면에서 아주 유용했다. 도로를 따라 걷다보니 지하철 표지가 보였다. 기억해두어야지....

 

 

솔리안카 거리라는 말이지? 지명과 도로명과 건물명을 기억해두는 것은 여러 모로 유리하다. 많은 사람들이 걸어다니고 있었다.

 

 

지극히 러시아적인 냄새가 풍기는 경치가 앞으로 다가왔다.

 

 

양파 모양의 둥근 돔 위에 십자가가 박힌 교회들이 줄지어 등장했기 때문이다.

 

 

양파돔과 뾰족탑들이 아예 도열해서 우리를 맞아주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다 왔다. 이 부근에 붉은 광장이 있을 것이다.

 

 

그랬다. 마침내 모스크바궁을 둘러싼 붉은 담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를 다시 와보려고 얼마나 벼루고 견주고 했었던가?

 

 

도로 한쪽이 공사중이어서 임시로 만든 지하도로 걸어내려갔다.

 

 

컨테이너로 만들었음직한 통로가 한없이 길게 느껴졌다. 통로를 다 벗어나자......

 

 

마침내 그 유명한 역사적인 건물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건물 바로 밑에는 담장을 끼고 임시로 만든 게 확실한 천막시설이 보였다. 군인들 막사일 가능성이 높다. 막사 담장 위 오른쪽 옆에는....

 

 

내가 그렇게도 다시 한번 더 보고싶어했던 성 바실리 대성당 건물이 버티고 서있었던 것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