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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6 북유럽,러시아-자작나무 천국(完

네바강을 건너서.....

by 깜쌤 2017. 6. 27.

 

나는 모스크바역 부근에 있는 호텔까지 걸어갈 생각이었다. 추억을 만드는데는 그게 최고다. 하지만 추억을 위해서 걷는게 아니라 지형지물을 익혀두기 위해서라는게 나을 것이다.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가 있는 자야치섬의 끝부분에서 걷기 시작해서 에르미타주 미술관옆을 지난 뒤 넵스키 대로로 들어가서 모스크바역부근까지 걸어간다는 것이 내 계획인데 약 한시간 반정도면 될 것 같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네바 강에 걸린 다리를 두개 건너고 나중에 또 다른 다리를 더 건너야할 것이다.

 

 

이런 때 아니면 언제 그런 경험을 해볼 수 있으랴?

 

 

자야치 섬의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예배당은 뒤로 남겨두었다.

 

 

하지만 워낙 높이 솟은 탑이어서 그런지 한동안은 우리 뒤를 따라 왔다. 나는 뾰족탑을 떼어놓으려는듯이 더 빨리 걸었다.

 

 

순양함 오로라호를 가까이서 못본 것이 기어이 마음에 남았다.

 

 

그런 아쉬움을 위로해 주려는듯 바실리섬 끝머리의 라스트랄(등대)이 내 눈길을 잡아당겼다. 

 

 

 트롤리 버스가 다리 위를 지나간다.

 

 

강변에 세워둔 저 범선은 카페와 식당으로 쓰이는듯 했다.

 

 

앞에 보이는 나무 있는 섬이 바실리 섬 끝자락이다.

 

 

바실리섬 너머 제일 오른쪽에 보이는 연하늘색 건물이 에르미타주 미술관의 메인 빌딩인 것이다.

 

 

걸으면서 위치를 확인해두면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네바강의 섬들은 강하류에 만들어진 삼각주들이다. 토끼섬(자야치) 안녕!

 

 

그 삼각주들을 개발하여 도시로 만들어나간 러시아인들의 끈기가 놀라울 정도다.

 

 

빨간색으로 칠해진 라스트랄(등대)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기울어져가는 저녁 햇살을 받은 빨간 등대가 짙은 회색 하늘을 배경으로 멋지게 서 있었다.

 

 

반대쪽 하늘은 푸르기만 한데.....

 

 

등대에는 4개의 조각작품이 붙어있다. 네개의 조각작품은 네바강, 발호프강, 드네프르강, 볼가강을 상징한다고 한다.

 

 

프랑스의 건축가 장 프랑수아 뒤망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일이었다. 서울에서 시골로 잠시 내려오신 선생님으로부터 <볼가강의 뱃사공>이라는 영화 이야기를 듣고 언젠가는 반드시 볼가강을 한번 가봐야지 하는 꿈을 키워왔었다.

 

 

하지만 이 나이가 되도록 볼가강은 가 볼 수도 없었고 <볼가강의 뱃노래>라는 러시아 민요는 합창단 활동을 하면서 무대에서 몇번이나 신나게 불러제꼈다.

 

 

나는 섬 끝부분에서 네바강물의 흐름을 살폈다. 시골 촌놈이 이 정도까지 와봤으면 작게나마 출세한 것이나 다름없다.

 

 

등대 맞은편에는 중앙해군 박물관 건물이 버티고 섰다.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마음먹고 돌아보려면 일주일을 주어도 다 못볼 것만 같다.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이다. 한때는 북유럽을 제패했던 제정 러시아의 수도가 아니었던가?

 

 

궁전다리가 등장했다.

 

 

에르미타주도 함께....

 

 

에르미타주는 언제봐도 아름답다. 

 

 

저 건물은 동물학 박물관일 것이다.

 

 

마침내 오른쪽 앞으로 에르미타주가 다가왔다.

 

 

제정 러시아 시대의 인민들은 저 궁전 속이 보물로 가득 채워져 있다는 사실을 짐작이나 했을까? 궁정 출입을 했던 일부 귀족들로부터 그런 사실을 귀동냥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일부는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았겠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증오심 가득한 시선으로 쳐다보지 않았을까?

 

 

남아메리카 잉카산맥에 살았음직한 인디오 복장을 한 사나이가 팬파이프를 연주하고 있었다. 사내의 그 화려한 복장과 팬파이프가 만들어내는 애절한 음색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한쪽에서는 귀공녀 차림을 아리따운 어린 소녀가 역시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채고 있었다.

 

 

아이의 표정도 깜찍했지만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귀품(貴品)이 넘쳐났다.

 

 

누구는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타고난 재능으로 초상화를 그려야만 했고.....

 

 

이 업종에서도 경쟁은 치열하리라.

 

 

나는 궁전광장으로 나갔다.

 

 

저번에 자세히 설명했으니 새삼스레 이야기를 풀어나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광장에는 선들이 그어져 있었다. 어떤 행사를 할때 필요했던 것일까?

 

 

십자가를 붙들고 선 저 천사는 언제쯤 허리를 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광장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광장에 깔려있는 돌 무늬하나조차도 여기서는 예사롭지 않았다.

 

 

나는 아치를 향해 다가갔다.

 

 

문학 카페가 부근 어딘가에 있다던데.....  결국은 찾지 못했다. 거기서 커피 한잔을 꼭 마셔두고 싶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우리들은 넵스키 대로를 따라 걸었다.

 

 

피의 구세주 성당이 운하에 붙어있었다.

 

 

확실히 러시아는 예술을 사랑하는 나라같다.

 

 

뭔가 깊이 있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가득 모여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쉽게 호텔까지 올 수 있었다.

 

 

가난한 여행자인 나는 컵 라면 하나와 햄 몇조각과 요구르트 한잔으로 시장기를 속여두었다. 그리고는 싸구려 호텔의 낡은 더블 침대에 남자둘이 쓰러져잤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