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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7 베트남-월남의 달밤 1(完)

베트남의 작은 계림, 닌빈에 도착하다

by 깜쌤 2017. 6. 23.

 

                                        <닌빈 시외버스 터미널>

 

닌빈역에 도착한 것은 새벽 3시 30분경이었다. 이른 새벽에 도착한 것인데 갈 데가 없다. 문제는 춥다는 것이다.

 

 

역부근이나 시내에 호텔은 많을 것이다. 다만 새벽에 문을 열어둔 곳은 드물다. 배낭을 벗어두고 역 부근 호텔에 찾아가보았지만 하나같이 문이 잠겨 있었다. 비가 슬슬 뿌려서 그런지 날씨조차 너무 춥게 느껴졌다. 베트남에서 춥다고 하면 이상하게 여길 분들에 많지 싶은데 아무리 열대지방에 위치한 나라라고해도 지금은 1월이고 중북부지방이다. 더구나 비까지 뿌리는 새벽인 것이다.

 

 

                                            <닌빈 시외버스 터미널 건물>

 

대합실 문도 열어두어서 너무 썰렁했다. 어제밤 8시경에는 좌석을 바꾸는 소동을 벌였다. 좌석표시가 혼란스럽게 되어 있어서 무려 6명이나 좌석을 재조정해야했는데 우리들 앞에 앉았던 베트남 부부부터 착각을 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들도 밀려서 앉은 셈이 된 것인데 중간 역에서 승차한 똑똑한 베트남 젊은이가 자기 좌석이라고 주장하는데서 일이 시작되었다. 

 

결국 나는 차장에게 재확인을 요구했고 전체적으로 좌석을 조정해야 되었다. 잘 자다가 잠이 깼으니 다시 잠들기가 어려웠다. 거기다가 실내 에어컨이 너무 강해서 겨울옷을 입고 담요를 머리끝까지 덮어썼지만 추위때문에 고통스럽기는 매일반이었다. 

 

 

 좌석 재배치의 원인이 되었던 젊은 베트남 부부도 닌빈에서 내렸고 그들은 곧장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우리는 휑한 대합실 금속 의자 위에 누워 잠을 청했지만 손님을 호객하는 호객꾼들과 마중하러 나온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 때문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거기다가 기차가 도착할 때마다 비상벨처럼 벨이 마구 울어댔으니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빨리 날이 새야만 호텔을 찾아나설 수가 있을 터이다. 사물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날이 새자 나는 일행 한분과 함께 호텔을 구하러 나섰다. 여행 안내서와 스마트폰을 통해 1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호텔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히 문이 열려있었고 빈방이 있었다. 트윈베드 룸 한개를 52만동에 빌리기로 합의했다. 어제 밤에 죽을 고생을 했으니 편히 쉬자는 뜻에서 방 두칸을 쓰기로 했다. 방 두칸 가격은 104만동이다. 우리 돈으로 치자면 5만 2천원이니 1인당 1만 7천4백원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그 정도면 만족한다. 거기다가 아침식사 포함이니 불평할 이유가 없었다.  

 

 

택시를 잡아타고 다시 닌빈역으로 갔다.  

 

 

대합실에 기다리고 있는 한명을 태우고 다시 호텔로 돌아가야했다.

 

 

이젠 쉬어야한다. 호텔 체크인 시간이 오후 2시지만 몸상태가 너무 안좋았기에 양해를 구하고 일찍 들어가서 쉬기를 원했는데 호텔측에서 편리를 봐주었다. 고마웠다.

 

 

몸이 찌뿌퉁할땐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는게 최고다. 내부 시설이 깔끔해서 좋았다.

 

 

창밖을 보니 석회암 봉우리가 보였다. 봉우리를 보는 순간 닌빈 풍경을 대강 상상할 수 있었다. 왜 여기를 두고 작은 계림이라고하는지 대강 짐작이 되었다.

 

 

몸이 안좋을 땐 자는게 최고다.

 

 

나는 짐을 정리해두고 침대에 누워 쪽잠을 청했다. 11시 반경에 일어났다. 잠시나마 눈을 붙이고 쉬었더니 살것 같았다.

 

 

컨디션이 어느 정도 살아났으니 이젠 먹어야한다. 호텔 옆 식당에 들어가서 Egg Noodle Soup을 주문했다. 뜨거운 것이 속에 들어가자 살만 했다. 

 

 

계란국수 한그릇에 5만동이니 우리 돈으로는 2천5백원 정도다.

 

 

바나나도 준다. 역시 베트남은 여행자 천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서 외출 준비를 했다.

 

 

나가기 전에 창가에 붙어서서 경치를 세밀하게 살펴보았다.

 

 

우리 방은 7층이다. 그러니 제법 높은 편에 들어간다. 붉은 지붕을 가진 건물들이 즐비했다. 

 

 

 나는 한층을 더 올라가보기로 했다.

 

 

일행 한분은 8층에 머물고있기 때문이다. 호텔과 산봉우리 사이로 기찻길이 보였다.

 

 

지형지물을 살펴두고는 지도를 꺼내서 재확인해본다.

 

 

위치 파악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 왜 베트남 건물들은 폭이 좁고 앞뒤로 길다란 것일까?

 

 

물론 예외도 있다. 저런 곳은 호텔이다. 

 

 

이제 위치파악과 지형지물 조사는 거의 끝났다. 첫번째 행선지는 항무아로 정했다.

 

 

자전거를 빌려서 가기로 했다. 호텔내부에 보유하고 있는 자전거는 모두 다 빌려갔단다. 남아있는 것 2대는 산악용이고 1대는 도로용이었지만 바람이 빠져있었다. 여직원이 바람까지 넣어주는 성의를 보여주었지만 문제가 생긴다면 힘들 것 같아 포기했다.

 

호텔 부근의 가게에 가서 물어보았더니 반나절에 한대당 5만동이란다. 퀸 호텔에서는 4만동이었는데 말이다. 5만동이면 우리돈으로 2,500원 정도니 공짜나 다름없지만 우리 호텔보다 비싸다는게 문제다. 부근에 있는 다른 가게에 가도 마찬가지여서 시내에 나가서 빌려보기로 했다.

 

나는 뭣이든지 정직하게 대해주기를 원하는 사람이다. 상대가 양심적으로 나오면 기꺼이 사용해주는 것은 기본이고 반드시 팁까지 두둑하게 얹어준다. 정직과 친절만큼 멋진 무기가 인생살이에 또 있던가? 기분이 상한 나는 내가 가진 특유의 고집과 오기때문에 시내에 가서 자전거를 빌리기로 마음먹었다. 

 

"가자! 시내로! 자전거 빌리러!"

문제는 거기서부터 발생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