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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6 북유럽,러시아-자작나무 천국(完

여름궁전을 가다 6

by 깜쌤 2017. 6. 15.

 

Delilah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가 살았다. 오늘날의 그리스영토인 에게해 섬에서 가나안 지방으로 건너온 블레셋 민족의 여자다. 지금부터 3천년 그전에 살았던 여성인데 영어사전을 보면 매혹적인 배신녀라는 설명이 나올 정도이다.

 

 

Delilah의 발음은 여러가지다. 어떤 이는 들릴라라고도 하고 딜라일라라고도 하며 델릴라라고도 한다. 딜라일라라고 발음하면 올드 팝송에 밝은 분들은 단번에 누구인지 알 것이다. 

 

 

웨일즈 출신의 가수 톰 존스가 '딜라일라'라는 노래로 유명하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다. 톰 존스의 그 노래를 얼마 전 그림 대작(代作) 사건으로 하루 아침에 인기 유명인에서 나락으로 추락해버린 조영남씨가 1970년대에 우리말로 번안해서 부르기도 했다. 

 

 

러시아 여행기에 느닷없이 딜라일라 이야기가 나오니 영 생뚱맞을 수밖에 없겠는데 그럴 만한 사연이 있다. 

 

 

 하던 이야기를 계속하자.

 

 

영어가사는 대강 이런 식으로 시작된다.

 

I saw the light on the night that I passed by her window
I saw the flickering shadows of love on her blind
She was my woman
As she deceived me I watched and,went out of my mind.

 

그녀와 엮여 비극적인 삶을 살아버렸던 한 사나이가 분수대 한가운데 버티고 서 있다.

 

 

바로 이 남자다. 천하장사 삼손! 영어로는 SAMSON으로 쓴다.

 

 

그는 구약성경에 등장한다. 맨손으로 사자의 아가리를 찢고 나귀뼈로 사람을 쳤다고 전한다. 그는 왕이 등장하기 전 이스라엘을 다스린 전설적인 판관이며 지도자였다. 

 

 

 여름궁전 앞 분수대에서 가장 볼만한 작품은 삼손분수가 아닐까 싶다.

 

 

  삼손의 힘의 원천은 머리카락이었다.

 

 

들릴라의 간계에 넘어간 삼손은 자기 힘의 원천을 밝혔고 그런 뒤 들릴라의 무릎을 베고 깜빡 잠들었다가 그녀에 의해 머리카락을 모두 잘린 뒤 체포되어 두 눈을 잃었다.

 

 

삼손의 분수대말고도 여름궁전에는 다양한 분수대가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분수대와 폭포를 구경하느라고 모여있었다.

 

 

정말 아름답고 화려한 곳이어서 여름궁전을 안본다면 상트 페테르부르크 여행의 핵심을 놓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는 언덕위에 자리잡은 대궁전으로 다시 올라가기로 했다. 러시아의 영광이 햇살아래 찬연하게 빛났다. 

 

 

크고 작은 분수들이 제정 러시아의 부와 힘의 원천을 자랑하는듯 했다. 

 

 

황제일가의 사치스런 생활이 여름궁전과 겨울궁전이라는 건물로 나타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사실 이 정도의 부를 쌓기도 쉽지는 않다.

 

 

우리나라 왕실의 부와 비교해보면 단번에 그 규모의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한개의 나라가 강대국으로 등장할 때는 원인이 있는 법이다.

 

 

러시아의 부의 원천은 무엇이었을까?

 

 

전통적으로 러시아는 무역으로 부를 창출한 국가가 아니었다.

 

 

지금도 러시아는 자원부국이다.

 

 

나는 이 나라에 대한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함을 느낀다.

 

 

러시아 외교정책의 근간은 남하정책(=남진정책)이었다.

 

 

근대에 들어 중앙아시아로의 진출은 영국과의 충돌을 불러 일으켰고 극동지방으로의 진출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어 러시아가 두만강까지 남하하는데 성공했다.

 

 

 북한을 공산주의 국가로 만든 것도 근본적으로는 러시아 남하정책의 결과가 아니라고 누가 큰소리칠 수 있을까?

 

 

세계제2차대전이 끝난 뒤 왜 패전국인 일본이 남북이나 동서로 양단되지 않고 우리가 갈라져야만 했을까?

 

 

역사의 아이러니일까? 역사의 필연일까?

 

 

나는 착잡한 마음을 안고 출구를 향해 걸었다.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듯 하다.

 

 

나는 아까 들어왔던 입구로 나갔다.

 

 

그런 뒤 다시 윗정원을 향해 걸었다.

 

 

윗정원으로 올라오자 사람들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여긴 제법 조용했다.

 

 

화장실을 가고 싶었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유럽에서는 공중화장실 발견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화장실 표지판을 보고 찾아갔더니 대궁전의 또다른 입장구 부근이었다.

 

 

화장실 찾는 것도 힘들었지만 사용하기는 더 어려웠다.

 

 

나는 옆문으로 나갔다.

 

 

옆문 바깥 정류장에는 입장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그나마 영어가 조금 통했다.

 

 

옆문 부근에는 분위기 좋은 카페들이 조금 보인다.

 

 

화장실 사용이 끝나는대로 우리는 시내로 돌아가야했다. 

 

 

화장실 앞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무료가 아니었다. 1인당 30루블! 하여튼 참.....

 

 

볼일을 본 뒤 우리는 도로를 향해 걸었다. 아까 버스를 내린 그 맞은편에서 시내버스를 탔다. 아이스크림을 팔던 아가씨가 영어를 조금 할 줄 알아서 정류장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차비는 버스를 타면서 운전수에게 직접 지불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