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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6 북유럽,러시아-자작나무 천국(完

여름궁전을 가다 4 - 분수

by 깜쌤 2017. 6. 7.

 

대궁전 앞에는 워낙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차있어서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난간 기둥에 박아넣은 장식물조차 예술적인 감각이 가득하다.

 

 

대궁전 앞 분수대는 아직도 잠잠했다. 이렇게 운집한 관광객들이 간절히 기다리는 것은 분수가 분출하는 첫모습이다.

 

 

시계를 보니 오전 11시가 다되어간다.

 

 

11시 정각이 되면 분수가 물을 뿜기 시작할 모양이다. 나는 대궁전의 정면을 지나 우측으로 걸어갔다.

 

 

기다리는 시간동안 하나라도 더 보고 싶었다.

 

 

아직도 물줄기는 뿜어나오지 않고 있었다.

 

 

공기가 맑아서 그런지 나뭇잎에도 먼지가 보이지 않았다. 하얀 나비가 여름 햇살을 만끽하고 있는듯 하다.

 

 

중앙의 큰 분수를 기준으로 하여 아랫정원 양쪽으로 멋진 분수대가 마련되어 있다.

 

 

대궁전 오른쪽 끝머리에도 입장구가 있었다.

 

 

나는 정원의 모습을 세밀히 훑어보았다.

 

 

11시 정각이 되자 드디어 물줄기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거나말거나 나는 건물의 아름다움을 살폈다. 방금 입장한 관광객들은 무슨 일인가 싶어 발걸음을 재촉하기도 했다. 

 

 

 궁전 오른쪽 끝이다.

 

 

그러니까 여름궁전의 입장구는 두군데로 나뉘어져 있다는 말이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하여 옆으로 길게 늘어선 노란색과 흰색으로 칠한 건물이 기막힌 아름다움을 선사해주고 있었다.

 

 

건축가는 모든 자연의 법칙처럼 이 건물도 좌우대칭이 되도록 시도한 것 같다.

 

 

대궁전 앞 중앙부의 삼손 분수대에서 물줄기가 하늘로 치솟아오르고 있었다.

 

 

나는 언덕 밑으로 내려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단을 따라 정원쪽으로 내려갔다.

 

 

대궁전 건물 가운데 창문이 하나 열리는 걸 보았다.

 

 

저런 건물 안에 살면 어떤 기분이 들까?

 

 

너무 호화로우면 슬프거나 두렵지 않을까? 자기가 가진 이 모든 것이 언젠가는 무너져내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불안해지지 않을까? 인간이라면 절대로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 누구나 다 불안해지는 것처럼..... 

 

 

이 세상에서 모든 걸 다 가진 사람들이야 그런 무너짐을 염려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모여있던 관람객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나는 반쯤 내려와서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백청홍의 세가지 색으로 이루어진 러시아 삼색기가 게양대 꼭대기에서 자랑스레 펄럭이고 있었다.

 

 

하늘이 저렇게 푸르고 구름이 그렇게도 하얄 수 있다는 것은 자연의 신비 그 자체다. 

 

 

자연과 인공 구조물의 조화가 극치를 이룬 곳이 바로 여기다.

 

 

마침내 아랫 정원 바닥까지 내려왔다.

 

 

그냥 걸어내려오면 1분도 안걸리는 짧은 거리지만 나는 그 시간조차 최대한 늘여서 천천히 아끼면서 걸어내려왔다.

 

 

바로 이 계단을 그렇게 천천히 걸어내려왔던 것이다.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이런 화창한 아름다움이 러시아의 자랑이자 자긍심의 밑천일지도 모른다.

 

 

지도자 한두사람의 호화로운 삶은 후손들에게 돈벌이가 되게 해준다.

 

 

그게 역사의 진리였다.

 

 

여름궁전이 그랬고 베르사이유 궁전이 그랬으며 자금성이 그랬다.

 

 

밑에서 대궁전을 쳐다보는 게 훨씬 더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러시아! 참 매력적인 나라다.

 

 

전통적인 서구주의자 입장에서 보면 후진적이라고 평할 수도 있지만 러시아인들 자체적인 입장에서는 견해가 달라질 수도 있다.

 

 

중국도 그렇다. 민주주의적인 입장에서 보면 중국은 세계 최후진국 가운데 하나다. 하나 중국인들 입장에서 보면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

 

 

무엇을 기준으로 어떤 잣대를 들이대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세상은 단순하지 않다는 말이 틀리지 않는 것이다.

 

 

나는 될 수 있는대로 천천히 걸었다.

 

 

여긴 두번째 여행이다.

 

 

처음 왔을 땐 뭐가 뭔지도 모르고 허둥대기만 했다. 그땐 윗정원에 발도 들여놓지 못했다.

 

 

관람객들이 사방으로 흩어져나가고 있었다.

 

 

자세히 보면 곳곳에 분수대가 숨어있다.

 

 

큰 분수, 작은 분수....  여긴 분수 천국이나 다름없다.

 

 

물이 솟아오르는 분수가 있는가 하면 흘러내리는 분수도 있다. 

 

 

미녀가 가진 수병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분수대 앞에서 나는 한참을 맴돌았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