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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6 북유럽,러시아-자작나무 천국(完

여름궁전을 가다 2 - 윗정원

by 깜쌤 2017. 5. 29.

 

우리가 타려는 버스는 K424번이다. 사진에서 보는 이런 미니버스를 마르쉬루트카라고 부른다. 꼭 기억해두자.

 

"마르쉬루트카"

 

 

그런 이름 비슷한 미니버스는 조지아( 그루지야 혹은 그루지아)에서도 볼 수 있고 아르메니아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조지아나 아르메니아는 다 옛날 소비에트연방(=소련)의 멤버들이었다.

 

 

 마르쉬루트카(=미니버스)를 타고나서는 요금은 운전기사에게 직접 냈다. 요금은 70루블이었다. 손님이 거의 다 차자 미니버스가 출발했다. 도로 옆으로 최신형 트램이 달리고 있었다.

 

 

행선지가 어디냐고? 빼쩨르고프다. 거길 가야 여름궁전(=夏宮 하궁)을 갈 수 있다. 아래 지도를 보기로 하자.

 

 

 

 

지도를 더블 클릭하면 더 크게 확대해서 볼 수 있다. 지도 왼쪽의 노란색 점이 뻬쩨르고프다. 여름궁전을 보려면 거길 가야한다. 여행 경비에 여유가 있는 분들이라면 네바 강변에서 강물 위를 질주하는 고속정을 타기 바란다. 우린 가난한 여행자들이므로 1400원 정도를 투자해서 미니버스를 탔다. 아래쪽 노란색 점은 푸시킨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거기가 그 유명한 황제마을이다.

 

 

우리는 여름궁전을 찾아가는 중이다. 뻬쩨르고프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교외에 자리잡은 멋진 장소다. 거길 안보고 돌아서면 상트페테르부르크 관광은 헛방이 되는 M16소총 방아쇠를 당긴 것이나 다름없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교외 풍경이 우리를 따라왔다. 어딘가 어설프고 가난한 냄새가 나는 그런 곳이다.

 

 

건물 자체는 멋지지만 주위 환경은 정돈되지 못한 그런 기분이 들지 않는가?

 

 

나는 자꾸만 영화 <닥터 지바고>를 떠올렸다. 미니버스는 중간중간에 서면서 손님들을 내리기도하고 태우기도 했다. 불에 태우는 게 아니고.... 아재 개그같은 용어를 구사하는 나는 천상 꼰대다. 

 

 

 교외로 나갈수록 잔디밭이 아름다웠다. 자작나무가 보이기 시작했다.

 

 

한번씩은 멋진 집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저런 집에는 도대체 누가 사는 걸까?

 

 

여름궁전의 윗정원과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은 쁘라블롄스카야라고 한다. 발음하기도 어렵고 외우기도 어렵다. 아무튼 우린 거기서 내렸다.

 

 

우리만 내리는게 아니었다. 여기서 내리는 사람들은 거의 다 여름궁전으로 가는 사람들이라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니다. 여기서 내렸으니 갈땐 반대편에서 타면 될 것이다.

 

 

근교마을인데도 예쁘기는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담장을 끼고 조금 걸었다. 정원으로 이어지는 정문이 나타날 것이다.

 

 

정문 맞은 편 숲에도 거대하고 멋진 호수 공원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구경갔다.

 

 

바보가 따로 있는게 아니다. 미리 구글 지도를 보고 확인해두었어야하는데 그걸 못한거다. 공부를 덜 했으니 당해도 싸다.

 

 

곧바로 정문이 등장했다. 많은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을 표를 끊어서 들어가는 입구를 정문으로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다.

 

 

저 멀리 보이는 하얀색 건물 왼쪽에 입구가 있으니 여기서도 제법 멀다. 

 

 

정문을 들어서서 뒤를 돌아다보면 대강 이런 모습으로 나타난다. 위용이 제법 그럴듯하지 않은가 말이다.

 

 

멋진 정원이 눈앞으로 펼쳐진다. 이름하여 윗정원(웃정원)이다. 한국 단체관광객들이 흔히 거닐어보는 정원은 아랫정원이다.

 

 

시설물 하나하나가 모두 다 예술품이다.

 

 

하얀색 건물이 여름궁전이다. 대궁전이라고도 부른다. 건물 앞에서 보는 모습과 뒤에서 보는 것과는 완전히 차이가 난다. 뒷모습도 아름답지만 앞모습은 정말이지 아름답기 그지없다. 윗정원에 배치된 분수가 넵튠분수다.

 

 

그냥 슬며시 지나치기엔 너무 아까운 장소다.

 

 

넵튠은 바다의 신이다.

 

 

분수대 너머로 정원이 이어진다.

 

 

여기 사는 새들과 오리들은 사람 겁을 안낸다. 길들여진 가축은 분명 아닐텐데....

 

 

유럽의 정원들은 인공적이 아름다움이 너무 강하다. 지나칠 정도라는 느낌이 든다.

 

 

그게 그들의 취향이라면 내가 탓할 일이 아니다.

 

 

정원과 궁전을 만든 이는 우리가 잘 아는 표트르 대제다.

 

 

윗정원을 러시아말로 베르흐니이 싸드라고 하고 아랫 정원은 니즈니이 빠르끄라고 한단다. 빠르끄는 혹시 영어발음의 Park 아닐까싶지만 글쎄다.

 

 

표트르 대제 자신이 기본 설계를 하고 분수대 위치까지 정했다고 하니 미적인 감각이 대단했던 황제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세계 제2차대전때 독일군의 폭격으로 인해 상당히 피해가 심했다고 하는데 1945년 2차대전 종전 후부터 복원하기 시작해 30여년의 세월을 보낸 끝에 작업을 완료했다고 한다.

 

 

터무니없는 생각이긴 하지만 전쟁이 나더라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물들은 때려부수지 않기로 약조하면 어떨까?

 

 

아무리 약속을 해도 지키지 않으면 소용없는 법이다. 탈레반들은 '바미안의 대석불'을 우상파괴라는 명분하에 포격해서 날려버리지 않았던가? 그런 것을 보면 어디까지나 약속보다는 이성의 문제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정원 군데군데 배치된 조각품 하나하나조차도 모두 예술작품들이다.

 

 

나는 윗공원의 여기저기를 세밀하게 훑고 다녔다.

 

 

이제 넵튠의 뒷모습이 나타났다.

 

 

나는 분수대를 한바퀴 돌았다.

 

 

혼자 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좋은 곳에 내 구미에 맞는 가족만, 내 신하만 데리고 산다면 무슨 재미로 살까? 내가 심혈을 기울여 잘 가꾸어둔 비밀스런 장소를 그 가치조차 모르는 남이 마구 훼손하는 것을 참지못한다는 아픔은 있지만, 이왕이면 남과 함께 즐기는게 낫지 않을까?

 

 

나는 내가 정말 아끼는 것을 두고 남이 마구 어지럽히는것을 못견뎌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말이다.

 

 

생각해보면 인생은 유한한 것을.....  그걸 깨닫지 못하면 인생살이가 헛것이나 마찬가지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