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 생각이 간절했기에 사방으로 눈길을 돌리던 중 무심코 찾아들어간 곳이 대박이었다.
론리플래닛 최근 판에서 맛있는 집이라고 추천했던 맛집이었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 서양음식, 베트남 음식을 팔고 서점까지 겸하는 그런 가게였다.
나는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 크레마가 황금색으로 곱게 떠있었다.
가게 상호를 찍어두는 것을 잊어버렸다. 그러니 바보가 따로 없다. 커피잔에 새겨진 것이 상호였을까?
커피를 마시면서 강쪽을 살펴보았다. 구시가지에는 몰려든 관광객들로 인해 활기가 돌고 있었다.
주인이 혼자서 청소를 하고 있었는데 영어가 잘 통했다.
느낌상으로는 이탈리아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단정할 수는 없다.
실내를 사진찍어도 되겠느냐고 했더니 흔쾌히 허락해주었다.
책자와 액자가 마음에 들었다.
책 한권에 6만원 짜리가 있었다. 사진첩이었다.
책과 그림과 사진액자, 음식을 파는 복합가게다.
거기다가 커피까지....
에스프레소가 주는 진한 맛 뒤에 깊은 향기가 묻어있었다.
나는 다시 거리로 나왔다.
이탈리아인들이 왜 에스프레소에 집착하는지 알 것 같았다.
거리에 전시해둔 사진들 중에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었다.
나는 천천히 감상했다.
일행과 만날 시간이 되어간다.
오늘따라 풍경이 유난히 평화스러웠다.
이런 나라에서의 전쟁은 결국 제국주의 세력의 욕심때문이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가만히 놓아두면 될걸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남의 것을 훔치고 탐내는데서 인간세상의 악이 만들어져가지 않던가?
물론 세상 일이란 것이 단순하고 순진한 생각으로 해결되는게 아니라는 것쯤은 나도 안다.
하지만 순수해지면 그만큼 더 평화스러워진다.
섬안에도 제법 멋진 가게들이 많았다.
한번쯤은 다리를 건너 가서 구경해볼 일이다.
나는 이런 방황을 참 좋아한다.
섬안에도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강가에 자리를 깔고 치성을 드리는 모습이 있었다. 무엇을 비는 것일까?
사람들 희망과 소원은 나라마다 민족마다 크게 다르지 않지 싶다.
차이점이 있다면 누구에게 비느냐는 것 정도가 아닐까?
제상이 제법 그럴듯하게 차려졌다. 나는 조금 지켜보다가 발걸음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구시가지로 되돌아나갈 시간이 되어간다.
나는 다리 위에 서서 여기저기를 살폈다. 강물이 천천히 흘러갔다.
다리목에 제법 깨끗한 레스토랑이 자리잡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촛대가 눈길을 끌었다.
어느 정도의 초를 태워야 이렇게 될까?
건물 외관은 허름해도 실내는 하나같이 깨끗했다.
호이안의 매력은 곳곳에 수줍은듯이 숨어있다.
크게 화려한 곳은 결코 아니다.
소박함과 수수함과 평화로움이 있는 곳이다.
이런 곳이라면 휴식을 취하기에 딱 알맞다. 나는 이 도시를 떠나기가 싫어졌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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