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구역으로는 망호리였다. 소호리교회 옆으로 고가 몇채가 보였다.
황토벽 기와 담장 너머로 겹벚꽃이 피어있었다. 사람이 살고 있는가보다. 부근에 몽실마을 지역교류센터가 있다고 했다. 권정생 선생이 남긴 힘이 엄청나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다시 5번 국도 갓길을 달렸다. 다음 목적지는 단촌이다.
중앙선 철길이 아래로 지나가는 다리 위에 잠시 자전거를 세웠다.
철길가에 양산을 세워두고 무엇인가를 점검하는 분이 보인다. 11년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저멀리 산밑 마을에 정말 공부를 잘했던 중학교 후배가 한명 살았다. 남씨 성을 가진 후배였으리라. 워낙 내가 어리바리해서 선배답지도 못했으니 후배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우습다.
중학교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는 저쪽 산밑에 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모두들 매일 아침 저녁으로 기차를 타고 통학하며 대처(大處)인 안동으로 가서 공부했었다.
나는 계속 달리기로 했다. 저 모퉁이를 돌면 단촌면사무소 소재지가 나타날 것이다.
나는 국도를 벗어나 면소재지 마을로 들어갔다.
단촌초등학교에도 들어가보기로 했다.
나와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학교다.
하지만 이 학교 출신 친구도 제법 된다. 너무 오랫동안 못만났으니 친구라고 할 것도 없지만.....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부장판사로 물러난 이누구누구도 이 학교를 나왔고,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던 동생 친구이자 내 후배 김아무개도 이 학교를 나왔다.
정말 잘 생긴 미남 친구 김모도 이 학교를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돌이켜보면 하나같이 그리운 얼굴들이지만 이젠 모두 남이 되어 살고 있기에 기억 한조각으로만 남아있다.
나는 마을을 벗어났다. 도로가 다시 합쳐진다. 차량들이 모두 고속으로 달리고 있어서 겁이 날 지경이었다.
영덕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가 마을 끝머리를 지나고 있었다.
나는 다시 예전 5번 국도로 들어섰다. 이 고개만 넘으면 의성읍이 될 것이다.
도로가로 분홍색 꽃잔디가 만개했다.
고개 정상 부근에 있는 휴게소로 들어가서 자전거를 세웠다.
커피 한잔이 그리웠다.
커피가게 주인은 내가 자전거를 타고 들어서는 것을 지켜보았던 모양이다.
선글래스를 벗자 내 얼굴 표정에 놀랐다는 반응을 보인다. 왜 그랬을까?
공룡 한마리가 고개를 흔들며 손님을 맞아주었다. 여기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의성군 금성면 제오리는 공룡 발자국 화석으로 유명한 곳이기 때문에 공룡을 앞세워 미리 인사를 하는 것일까?
나는 잠시 쉬었다가 다시 출발했다. 바로 옆에 또다른 휴게소가 있는 것을 몰랐다.
이젠 내리막길이다.
고개를 다 내려오면 다시 중앙선 철길과 마주친다. 이제 의성읍까지는 4킬로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의성역에 들어가서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남행 열차가 있는지를 물었더니 지금 이 시간에는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영천을 거쳐 경주로 당일에 가는 것은 포기하고 계속 자전거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야한다.
오늘 영천까지 가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의성역 구내를 빠져나왔다.
그 다음 행선지는 탑리다.
곳곳에 마늘밭이 가득했다. 의성은 마늘이 유명한 곳이다.
구룡저수지가 저밑에 보이는 지점에 자전거를 잠시 세웠다.
밀밭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잠시 멈춘 것이다.
다시 안장에 올라 고개를 넘었다.
담배건조장을 가진 농가를 멀리서 바라다보았다. 담배농사가 그리 힘들다고 하던데 나는 천만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지만 담배밭에서는 한번도 일한 적이 없었다.
간이역이었던 비봉역이 있는 골짜기를 지난다.
도로가에 자리잡은 마을들이 하나같이 정겹기만 하다.
나는 깔끔하게 정비된 시골마을을 내려다보며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너무 멋진 풍경이다.
계속 달려야한다. 발써 오후 5시 반이 넘었다.
야산을 깎아 과수원을 만들었다. 의성은 자두가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밭에서는 늙은 할머니가 일을 하고 계셨다.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났다.
마침내 금성산이 나타났다.
조금만 더 내려가면 조문국 유적지가 나타날 것이다.
왼쪽으로 꺾어들면 공룡발자국을 볼 수 있겠지만 그리로 갈 형편이 못되었다.
새로낸 927번 도로가에 시골마을이 자리잡았다.
지금 내가 달리고 있는 길은 28번 국도다.
왼쪽으로 보이는 산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화산인 금성산이다.
조문국의 왕릉들이 거대한 언덕모습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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