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성 건물 앞쪽 네바강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를 걸어 에르미타쥬 박물관 옆까지 걸어온 우리들은 박물관 옆을 따라 계속 걸어나갔다. 네바라는 말은 '여자의 마음'이라는 뜻이라고 하던데.... 어디가 어디인지 구별이 안되는 분들을 위해 지도를 올려드린다. 클릭해서 보는 것이 이해하기 편할 것이다.
지도 좌측 하단부에는 축척까지 표시되어 있으므로 거리 계산도 가능할 것이다. 크게 띄워두고 봐야 지명을 이해하기 편하다.
러시아 관광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다.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갔다면 반드시 에르미타쥬(혹은 에르미타쥐, 에르미타주)는 둘러봐야 한다. 시간이 맞질 않아 박물관 속에까지 들어가 볼 수 없다면 마당이라도 밟아봐야한다.
박물관이라고 해서 건물 한채만 달랑 있는게 아니다. 몇채가 된다는 말이다. 실제 박물관은 5채의 건물로 구성되어있다. 분수대와 정원이 함께 만들어져 있어서 기막힌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옥색끼가 살짝 도는 푸른색 벽면을 지닌 아름다운 건물이 네바강변에 웅장하게 자리잡았다.
누가 봐도 쉽게 짐작하겠지만 이 건물은 원래 박물관 용도로 지은게 아니다. 그럼 원래의 사용목적은 무엇이었을까? 당연히 궁전이었다. '겨울궁전"으로 알려졌기에 한자로는 동궁(冬宮)으로 번역하기도 했다. 한쪽 공간을 이용해 자동차 커피가게를 차린 청년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또다른 청년은 간식거리를 팔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인물화를 그려주기도 했다. 건물 모퉁이를 돌아서자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거대한 광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광장 한모퉁이에 자리잡은 날씬한 차를 처음 보는 순간 ,나는 그게 최신형 전동차인줄 알았다.
그런데 구조를 가만히 살펴보니 개량형 인력거같아 보였는데......
어떤 이들은 이 광장을 궁전광장이라고 부르기도 하던데 영어로 번역한 것을 보면 Palace 광장이라고 했으니 과연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궁전광장 한가운데 높이 솟은 기둥은 알렉산드로프 전승기념비다. 영어로 단순하게 번역하면 알렉산더 칼럼 정도가 되겠다.
광장 서쪽은 구해군성 건물의 일부가 차지하고 있다.
광장 남쪽을 둥글게 감싸듯이 둘러싸고 있는 건물은 구 참모본부 정도로 번역하면 될 것이다.
구참모본부 건물 아치 위에는 멋진 6마리의 말이 박진감있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궁전광장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예쁜 마차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앙증맞은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이 마차가 공주용이라면....
이건 왕자용 마차일까?
애니메이션 슈렉에 이와 조금 닮은 모양의 마차가 등장하지 않았던가? 다만 <슈렉2>에서는 이 마차처럼 화려하진 않았다.
이런 마차를 타면 저절로 사랑이 샘솟아 오를까?
광장바닥은 체크무늬모양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하늘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야구경기장의 홈플레이트와 조금 닮은 듯하다.
광장 곳곳에 사람들이 이런 저런 모습으로 추억을 담고 있었다. 옛날 귀족 복장을 하고 어슬렁거리는 사람들은 유료모델들이다.
하늘로 우뚝 솟은 이 기둥의 높이는 47.5미터 정도가 된단다. 아파트 15층 정도의 높이다.
기둥 꼭대기에는 십자가를 안고 있는 천사가 고개를 숙이고 서있다.
광장에 서서 보았더니 한쪽에 성 이삭성당의 황금 돔이 우중충한 회색 먹구름 밑에서 빛나고 있었다. 햇살이 환하게 쏟아진다면 눈부신 위용이 엄청나지 싶다.
궁전을 둘러싼 사방으로 이 정도의 건물을 가지고 치장하려면 러시아제국이 가졌던 부(富)도 실로 엄청났을 것이다.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침공하고자 했을 땐 단순히 정치적인 이유나 영토확장의 욕심때문만이었을까?
그는 자기 인생의 절정기에서 총력을 다해 러시아를 침공했다. 나폴레옹이 영국을 견제하기 위해 내린 대륙봉쇄령을 무시하는 러시아를 응징하기 위해 1812년 60만(어떤 이는 80만이라고도 한다) 대군을 이끌고 직접 러시아 원정에 나섰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모스크바를 점령하는데까지는 성공했다. 하지만 엄청난 추위와 보급로 차단으로 인한 물자부족으로 후퇴를 거듭했고 기습작전에 나선 러시아군대에게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엄청난 타격을 입고 말았다.
나폴레옹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역사적인 쾌거를 기념하기 위해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황제가 건립한 것이 바로 이 기념탑이다.
탑 아래부분은 무게 6백톤의 자주색 대리석이 받치고 있다. 사면을 장식한 부조작품들이 꽤나 세밀했다.
이 광장에 영광만이 존재했던 것은 아니었다.
1905년 1월 9일 일요일 아침, 이 광장에서는 피의 대학살 사건이 벌어졌다.
여기는 러시아제국의 황제인 차르의 폭정에 항거하기 위해 평화적인 시위를 벌였던 4천여명의 군중을 향해 차르가 무차별 발포 명령을 내려 대학살의 참극을 벌인 비극의 장소이기도 하다.
어느 창문인지는 모르지만 그날, 황제는 겨울궁전이라는 이름으로 쓰였던 궁전 발코니에서 사격명령을 알리는 손신호를 보냈다고 전한다.
그로부터 12년 뒤 10월, 러시아 혁명이 발발했고 황제는 체포되어 퇴위당했다. 마지막은 혁명군에 의한 시베리아 오지에서의 총살이었고.... 그리하여 유명한 아나스타샤 공주사건이 발생했던 것이다.
여기 이 광장은 그런 역사가 묻혀있는 현장이다.
많은 이들이 찾아오는 궁전광장에는 그런 엄청난 역사가 숨어있는 장소인 것이다.
나는 구 참모본부 건물의 아치밑을 통과해서 넵스키 대로로 나가고 싶었다.
전세계에서 몰려든 젊은이들이 광장 여기저기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추억을 만들며 저장하고 있었다.
나는 부지런히 셔터를 누르는 방식을 택했다.
그냥 떠나기기에는 너무 아쉬워서 말이다.
하늘이 꽤나 어두침침해지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하염없이 앉아서 멍때릴 시간이 없었다.
나는 아치를 향해 걸었다.
겹으로 된 아치를 걸어나가면 넵스키 대로와 연결될 것이다.
1905년의 <피의 일요일> 사건때 시민들은 넵스키 대로를 걸어 궁전광장으로 들어왔었다.
1959년작 영화 <벤 허>를 연상시키는 6두 전차가 아치위에 올라가 있었다. 영화 <벤 허>속에는 4마리 말이 이끄는 4두 전차가 등장했었다는 정도는 참고로 꼭 알아두자. 나는 아치 위를 올려다보았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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