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인드글라스에 박힌 그리스도의 위용이 엄청났다.
압도하는 무게감에 눌려 나는 뒤로 물러섰다.
남색기둥과 청록색의 기둥은 화려함 그 자체였다.
사면 어디를 보아도 기가 질릴만한 화려함 그 자체였다.
여기에서 예배를 드린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하나님은 진정 이런 화려한 성소를 원하셨을까? 이런 엄청난 화려함보다는 낮아진 모습으로 우리 이웃의 헐벗고 굶주린 자를 섬기고 도움을 주며 베풀어주는 것을 원하지 않으셨을까?
모두들 자기만의 추억을 위해 카메라에 성당을 담으려고 필사적(?)이었다.
나는 조용히 물러나고 싶었다.
이 대단한 화려함의 극치에서 벗어나 조용하고 검박한 작은 예배당에서 기도드리고 싶어졌다.
나는 이런 건축물을 만든 사람들을 비난하고 욕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건축물은 건축작품으로 이해하면 되기 때문이다.
러시아인들은 주로 러시아정교를 믿는다. 로마카톨릭도 아니고 개신교도 아니다.
정교도 기독교다. 기독교안에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정교와 로마 카톨릭(=구교라고 말하기도 한다)과 개신교가 들어있다.
나중에 모스크바 인근 황금고리지대를 가보고 나서 깨달은 사실이지만 러시아인들의 신앙심은 정말이지 경외할만 했다.
출구쪽에 기념품 판매대가 있었다. 주로 성화나 작은 아이콘(=이콘)을 파는듯 했다.
밖으로 나오자 많은 인파와 엄청난 크기의 기둥부터 눈에 들어왔다.
뒤를 돌아보자 조각품으로 장식된 청동제 출입문이 육중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성 이삭 성당을 보았으니 니콜라이 1세 기념비를 보고 싶었다.
도로들도 시원시원하다.
나는 아까 돔에서 내려다보았던 니콜라이1세 기념비를 향해 걸었다.
수많은 관광버스들이 조각상 주위에 포진하고 있었다.
돌아다보았더니 이삭성당이 든든하게 뒤를 받쳐주고 있었다.
잔디밭 끝머리에 횡단보도가 보였다.
횡단보도를 건너가야만 동상을 더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
좌대위에 굳건히 올라앉은 이가 니콜라이 1세인가보다.
1825년에 황제로 즉위하여 1855년까지 통치한 인물이다. 로마노프 집안의 11번째 황제로서 한때는 유럽 제일의 미남으로 칭송받기도 했다는데.....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흰색 드레스를 입은 신부는 웨딩촬영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신부의 하얀색 드레스가 끊임없이 내 눈길을 끌었다.
행복하게 잘 살기를 빌어주며 나는 다시 성 이삭성당쪽을 향해 걸었다.
짙은 회색 구름을 배경으로 버티고 선 성당이 어쩐지 음울하게 느껴졌다.
옥색 치마를 입은 여자들이 떼를 지어 도로를 건넜다. 아마 신랑신부의 둘러리거나 친척들일 것이다.
나는 성 이삭성당에서 네바강변으로 이어지는 광장을 끼고 나있는 도로를 걸어갔다.
광장 끝머리에는 네바 강변을 굽어보며 말을 탄 사나이가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 위에 버티고 서 있었다.
광장옆 노란색 건물은 제정 러시아시대의 원로원 건물이다. 잔디가 가득 깔린 이 너른 광장을 원로원광장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모양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말발굽이 뱀을 밟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서 뱀은 악을 상징한다는데.....
말등에 올라앉은 이가 그 유명한 표트르1세다.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건설하기 시작한 인물로서 러시아를 동부 유럽의 강국으로 만든 위대한 지도자이기도 했다.
말굽으로 하중을 지탱하도록 한 조각가의 솜씨가 일품이라는 평을 받는 작품이기도 하다.
광장 옆은 원로원건물이다. 노란색으로 칠해서 우중충하게 느껴지기 쉬운 주위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
러시아에 평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살았지만 그들 역사의 세밀한 부분에 관해서는 나도 제법 어두운 편에 들어간다.
하지만 에카테리나 여제, 니콜라이 1세, 표트르 대제, 이반 뇌제 하는 식으로 대표적인 황제들의 언행은 조금씩 알고 있었다.
그동안 내가 많은 관심을 가졌던 분야는 러시아혁명사였다.
왜 자본주의가 그리 발달하지 못했던 러시아부터 공산주의 국가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런 사회적인 배경이 참으로 궁금했었다.
네바강변까지 나오자 드디어 에르미타쥬 박물관 건물을 마주 대할 수 있었다.
에르미타쥬는 내일 들어가볼 생각이다. 오늘은 건물 옆으로만 지나쳤다가가 내일 새로 올 계획을 세웠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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