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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안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나라안 여기저기 in Korea

경상감영공원

by 깜쌤 2017. 4. 3.

 

3월 27일이었던가보다.

 

 

따로국밥을 먹고는 바로 곁에 있는 경상감영공원으로 갔다. 

 

 

서기 1601년부터 이 자리에 경상감영이 설치되어 있었다고 전해진다.  임진왜란이 서기 1592년에 발발했으니 대강 그 연대를 짐작할 수 있으리라.

 

 

하얀 목련꽃잎이 벌써부터 떨어져내리고 있었다.

 

 

안내도 위치를 촬영할 때 설명하는 부분을 놓치고 말았다. 어리바리하기 그지없는 내 행동 때문에 건물 이름을 기억할 수 기회를 놓쳤으니 할 말이 없게 되었다. 

 

 

 대구 중구는 참으로 많이 정비되었다. 그 바람에 구경거리가 정말 많이 생겼다.

 

 

경상감영이 있던 자리였으니 한때는 대구시청사도 여기에 있었다고 한다.

 

 

1960년대에 대구시청사건물을 경북대학교부근의 산격동으로 옮기고 나서부터는 공원으로 바뀌었다. 

 

 

그게 바로 중앙공원이다.

 

 

과거 역사를 되살리고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사방을 에워싸고 있던 담장을 다 헐어내고 공원을 재정비한뒤 경상감영공원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게 1997년의 일이다.

 

 

벌써 20년 전의 일이지만 아직도 어떤 이들은 중앙공원으로 기억하고 있기도 하다.

 

 

도심 중앙에 자리잡은 공원이다보니 아무래도 노인들의 발걸음이 잦은 편이다.

 

 

3월 말경이어서 그런지 산수유와 목련같은 꽃들이 가득했다.

 

 

어른들은 벤치에 앉아 해바라기를 하고 계셨다.

 

 

나는 조각작품들이 놓여진 부근을 맴돌았다.

 

 

모자상인지 모녀상인지 정확하게 구별은 안되지만 이런 주제는 항상 가슴을 아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나이가 되어서도 엄마라는 낱말을 떠올리면 항상 가슴이 뭉쿨해진다.

 

 

여성으로 태어난 분들이 가장 행복한 것은 엄마가 된다는 사실 때문이 아닐까?

 

 

엄마와 아기라는 말 속에는 인간의 지고지선한 가치가 담겨있다고 여긴다.

 

 

여성은 약해도 엄마가 되기 때문에 강해지는 것이고, 아기는 약해도 그 순수성 때문에 가치있는게 아닐까?

 

 

감영건물 뒤쪽으로는 홍매가 꽃망울을 가득 매달고 있었다.

 

 

그리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공원은 아니지만 한번쯤은 거닐어볼만한 가치가 있다.

 

 

연산홍이 피는 계절이 오면 그 화사함이 더해지리라. 지금은 목련의 고귀함이 한결 돋보이는 계절이다.

 

 

나는 이리저리 거닐어보았다.

 

 

나같은 사람들이 제법 된다.

 

 

경삼감사 선정비를 살펴보았다. 선정비라는 이름 그대로 정말 선한 모습으로 백성을 사랑하고 다스렸을까?

 

 

조선시대의 지방관들이 선정만 베풀었다면 나라가 그 지경이 되었을까?

 

 

선정비! 다 부질없는 짓이다. 이름 석자는 돌비석에 남아있을지 몰라도 국민으로부터 얼마나 기억되고 칭송 받을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는 이번 탄핵사건을 겪고나서는 그 민망함과 부끄러움 때문에 더더욱 고개를 숙이고 다닌다. 

 

 

 나는 윤동주 시인의 시를 떠올렸다. "죽는 날까지 한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바랐지만.......

 

 

높아지려고 하는 것도 다 부질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공원을 벗어난 나는 다시 시중의 번잡함 속으로 뛰어들었다. 부끄러움을 잊어버리고자 말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