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을 좋아한다. 사실을 말하자면 좋아하는 정도를 넘어선다.
그러니 서재를 가지고 산다. 자동차는 없어도 서재는 가지고 살아야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며칠 전에는 오래된 싱크대를 뜯어내고 소파를 뒤로 옮겼다.
소파 좌석부분을 20년전 인도네시아에서 구해온 바틱천으로 감쌌다.
소파옆에는 30년간 모은 리더스 다이제스트만 옮겨두었다. 1978년 창간호부터 모았으니 처음 나온 책은 약 40여년 전의 것이다.
컴퓨터가 있는 앞부분은 물건 정리만 새로 했다. 그 동안 사용했던 CD와 테이프를 따로 분리해서 정리했다.
LP판도 다시 정리했다. 빨간색 전화기는 32년전에 구한 것인데 며칠 전부터 반응이 없다. 수명을 다한 것인지도 모른다.
방안의 책도 조금 정리했다.
얻어서 잘 사용해오던 백과사전과 여행잡지를 묶어서는 폐지를 수집하는 동네분에게 연락해서 아무런 대가없이 넘겨드렸다. 책무게가 엄청났다.
백과사전과 여행잡지를 넘겨드리고나자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어쩌랴? 공간이 부족한걸.... 배낭여행 갈때마다 한권씩 써온 여행일기장도 차례대로 정리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일기장 크기도 맞추어서 구할 걸 그랬다. 크기가 들쭉날쭉해서 보기가 흉하다.
나는 1960년대 교과서부터 2010년대까지 초등학교에서 사용했던 다양한 교과서를 가지고 있다.
내가 직접 사용했던 1960년대 교과서와 자식들이 사용했던 것과, 학교에서 가르칠 때 사용했던 교과서를 거의 다 가지고 있는 셈이다.
거실과 방이 거의 책으로 덮혀있다. 그동안 책을 사보는데 돈을 엄청 들였다. 서재에 있는 책은 거의 다 읽어본 것들이다.
남자에게 서재는 사랑방과 같은 구실을 한다. 여기서 책을 보고 음악을 듣고 기도도 드린다. 손님이 오시면 서재에서 차를 대접한다. 한번씩은 외국인들이나 나그네들에게 무료로 개방하기도 했다.
물론 블로그 글쓰기도 이 공간에서 한다. 서재에 있는 가구들 중에는 길에서 주워온 것도 제법 된다. 남들은 내가 부잣집 아들이어서 여행다니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피나는 절약생활을 해서 모은 돈으로 여행을 다녔다. 최근 십여년간은 강의료를 모아서 여행을 갔다.
한번씩은 바깥을 보며 멍하게 앉아있기도 한다.
그게 내가 가진 작은 행복이다. 아, 참! 일년에 한번씩 참하게 꽃을 피워주는 양란 화분은 거의 다 학교 쓰레기장에서 주워온 뒤 정성을 다해 살린 것들이다. 믿거나말거나.....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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