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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2 My Way

친구집에서 삶의 가치를 찾았다

by 깜쌤 2017. 5. 15.

 

나는 자전거를 타고 경주 시가지를 벗어났다.

 

 

외곽 마을로 나가는 중이다.

 

 

먼산에는 신록이 가득했고 모량천에는 유채꽃들이 활짝 피었다.

 

 

포항으로 가는 고속철도가 개울을 가로질러 지나고 있었다.

 

 

 페달을 밟은지 한시간만에 친구집에 도착했다.

 

 

봄이면 꽃이 만발하는 집이어서 멋진 광경을 놓치기 싫었던 까닭에 한번 가보기로 했던 것이다. 멍멍이가 가르릉 거리는 소리를 뱉어냈다. 개도 감기가 들면 목소리가 변하는 모양이다.

 

 

친구는 어르신이 돌아가시면서 남기신 집을 멋지게 손보아 산다.

 

 

돈으로 치장한게 아니라 몸으로 직접 수고해가며 공을 들였다. 그러길래 어디 하나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곳이 없다.

 

 

수명을 다한 나무를 잘라냈는데 그루터기에 청개구리가 살림을 차렸다.

 

 

정원에 가득찬 식물들을 하나하나 살피는데 그저 청개구리 천지였다. 이 마당 안의 생태계가 엄청 건강하다는 증거다. 

 

 

붓꽃들이 벌써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게 4월 말의 일이었다.

 

 

청개구리가 어디 숨었는지 한번 찾아보시기 바란다.

 

 

안으로 조금 더 걸어들어가자 모란이 나를 반겨주었다.  

 

 

철쭉 색깔이 이렇게 진하고 고울 수가 있는가 싶다.

 

 

하나하나 살펴보면 야생화 천지다. 여기저기에 귀한 꽃들이 가득 숨어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모란 곁으로 다가갔다. 중국인들이 그렇게 좋아한다는 꽃이다.

 

 

30년은 확실하게 넘긴 석류나무가 집 정원을 지키고 있었다. 그렇게 단정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존재한다.

 

 

친구는 단아한 성품을 지니고 있다.

 

 

젊었던 날 신앙생활을 함께 하며 사귀어 온 친구여서 그런대로 잘 안다. 이 모란은 고목이 되었는데 벌써 60년이 넘었다고 한다. 

 

 

 친구지만 아직도 말을 놓지 못하고 지낸다. 내 주위에는 그런 믿음의 동지들이 많다.

 

 

현관 입구엔 멋진 향기를 풍기는 허브 종류들이 가득했다.

 

 

종려도 한그루 자라고 있었다.

 

 

어느 한군데 빈틈이 없다.

 

 

그러나 간결하다. 그게 이 집 정원의 특징이다.

 

 

돈자랑질한 흔적은 전혀 없다. 내가 알기론 오히려 돈이 없는 친구다.

 

 

내가 아는 이 친구의 특징은 단아함과 곧음이다. 옳곧다는 묘사가 제일 적확할 것이다.

 

 

워낙 치밀하니 집안 가꾸어둔 것에서부터 선비의 삶이 그대로 묻어난다.

 

 

 나는 그저 감탄만하며 이곳 저곳을 둘러보았다.

 

 

은방울꽃이 꽃망울을 달고 있었다. 이젠 벌써 다 졌다. 

 

 

할미꽃도 수북하게 번져가고 있었다.

 

 

단풍나무도 제법 참하다.

 

 

친구는 서각에도 일가견이 있다.

 

 

 뒷뜰에는 갖가지 채소가 소복소복했다.

 

 

서각 작업실 문을 열어 실내를 보여주었다. 청백이라는 작품은 나도 하나 가지고 있다. 물론 친구에게서 선물로 받는 것이다. 심히 낯간지럽고 부끄러운 표현이지만 내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면서 새겨준 것이다. 

 

 

 애용하는 도구들도 하나같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물이 너무 맑으면 친구가 없다고 하지만 이 친구는 예외일 것이다.

 

 

그는 남의 일을 성심성의껏 살펴봐준다. 한번이라도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그저 감탄할 지경이다.

 

 

나는 그의 삶을 통해 배운게 정말 많다. 이런 글에서는 도저히 밝힐 수 없는 일들이 너무도 많았다.

 

 

정원을 둘러본 뒤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안에서 바깥을 내다보는 정원도 일품이다.

 

 

커피를 내어왔다. 직접 내렸다는데 보통사람의 솜씨는 분명 아니다.

 

 

친구가 그날 아침에 직접 만들었다며 작은 목걸이를 내어왔다.

 

 

나는 하나 골라서 목에 걸었다. 확실히 손재주가 뛰어나다.

 

 

부근에 있는 철도관사를 살펴보기 위해 함께 잠시 나섰다.

 

 

구경을 하고서는 점심을 즐긴 뒤 헤어졌다. 이런 날은 너무 개운하다. 살맛이 나는 것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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