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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6 북유럽,러시아-자작나무 천국(完

호반에서 2

by 깜쌤 2017. 3. 23.

 

나는 다시 숲길을 걸었다.

 

 

핀란드에도 이슬람을 미워하는 사람이 있는가보다. "이슬람! ××끼"란다. 

 

 

호반에는 멋진 정자가 숨어있었다.

 

 

말레이지아 발음으로 하면 제티가 되리라. 작은 선착장이 앙증맞을 정도로 예뻤다. 군사박물관과 성채가 숲너머로 숨어서 고개만 빠끔 내밀고 있었다.

 

 

이 아름다운 풍경속에 증오가 숨어있다니....  하기사 그들이 저지르는 자폭테러와 총기난사와 인질 참수하는 짓거리를 보면 욕을 얻어먹어도 싸다.

 

 

바람이 슬슬 불면서 잔잔했던 호수에 물결이 일어났다. 하늘조차 검게 변하기 시작했다. 

 

 

 비가 오려나보다. 멀리서 여객선 한 척이 달려오고 있었다.

 

 

선착장 앞을 지나 달리기 시작했다.

 

 

해멘린나에서 탐페레까지는 뱃길이 연결되어 물길로 갈 수 있다고 하더니 사실인가보다.

 

 

배가 지나가고나자 이번에는 기차가 북으로 달려갔다.

 

 

호반 곳곳에 벤치가 놓여있어서 쉬어가기에는 정말 딱이었다.

 

 

그리 크지 않은 집들이 숲 여기저기에 숨어있었다.

 

 

사방으로 이어진 검은 숲들과....

 

 

다양한 교통기관들....

 

 

호수를 가로질러 철교가 놓여있었다.

 

 

숲속 주택단지에 사는 사람들이 보트의 주인들인가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곳곳에 보트선착장이 설치되어 있다.

 

 

핀란드의 매력은 끝이 없다.

 

 

우리는 철교를 건너 호수 건너편 길로 가보기로 했다.

 

 

모든 집들 하나하나가 전원주택같다.

 

 

그렇지 아니한?

 

 

자세히 살펴보니 철교옆으로 인도가 마련되어 있었다. 위험하다고 무조건 못건너가게 할게 아니라 사람이 안심하고 걸을 수 있도록 해주면 된다.

 

 

그게 발상의 전환법이다.

 

 

우리나라 법과 규정은 왜 "하지말라, 안된다"라는 규제 투성이인가말이다.

 

 

"생각을 바꾸면 미래가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나는 철교옆에 설치된 인도위를 천천히 걸었다.

 

 

철로는 전철 복선이었다.

 

 

철교에서 보니 자작나무가 제법 많이 보였다.

 

 

또 한대의 기차가 지나갔다. 기차 운행편수가 상당히 많은듯하다. 

 

 

이쯤에서 시 한 수 감상하고 가자.

 

 

‘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메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감로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산 너머는 평안도 땅도 뵈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제목은 백화(白樺)다. 백화는 자작나무를 의미한다.

 

 

지은이? 백석(白石)이다. 그의 원래 이름은 백기행(白夔行)이었다.

 

 

백석과 자야(子夜)라는 별명을 가진 여인과의 사랑은 유명한 이야기다.

 

 

지금 내가 걷고있는 호수주변은 자작나무 천지다.

 

 

 

자작나무 숲안으로 통나무를 켜서 만든 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시커먼 침엽수림속에 자작나무가 섞여 자라면 자작나무의 고결함이 한껏 드러난다.

 

 

나는 이런 길을 한없이 좋아한다. 정말이지 미치도록 좋아한다.

 

 

자작나무 하얀 수피(樹皮)와 하늘거리는 이파리를 사랑하는 것이다.

 

 

나는 일부러 뒤처져서 걸었다. 팀 멤버 두분은 훠이훠이 앞서나가고 있었다.

 

 

나는 숲 냄새를 맡았다. 공기는 달콤하기만 했다.

 

 

허벅다리가 튼실한 여성이 맞은 편에서 달려와 내곁을 스쳐지나갔다. 

 

 

나는 그녀를 두고 얼핏 백석이 사랑한 자야같다는 생각을 했다.

 

 

자야라는 별명을 가진 그 분의 본명은 김영한여사다. 기생출신이었다고 하는데 그녀는 나중에 대원각이라는 요정을 경영했다.

 

 

법정 스님에게 대원각을 기증하여 오늘날의 길상사로 바꾸게 한 분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사람이 많지 싶다.

 

 

비가 오기 시작했다.

 

 

보라색 들꽃이 풀숲 속에서 자기 존재를 슬며시 뽐내고 있었다. 

 

 

 예쁘다. 그리고 청초하다.

 

 

비안개가 몰려왔다.

 

 

나는 뒤를 돌아다보았다. 아무도 없다.

 

 

이런 길이라면 하루종일 걸어도 좋다.

 

 

아쉽게도 자작나무 숲길이 이제는 끝날 것 같다.

 

 

아쉬워진 나는 호수 건너편 성채를 보며 작은 위안을 삼았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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