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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7 베트남-월남의 달밤 1(完)

하노이에서의 첫날 - 호안끼엠 호수 1

by 깜쌤 2017. 2. 13.

 

어느 나라 여행이든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방법을 알아둔다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기차나 버스로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들어갈 경우에도 최종 종착지의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이 시내 어디쯤에 자리잡고 있는지는 반드시 파악해두어야한다. 이건 여행의 기술 가운데 기본중의 기본이다. 

 

 

공항이라고 하는게 시내 한가운데 있을 수도 있지만 외곽에 위치하고 있는게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이동수단을 이용해서 공항에서 도심지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나는 꼭두새벽부터 공항건물 밖에 나가서 대중교통편들의 위치를 파악해보았지만 시내로 들어가는 17번 버스의 정확한 출발지점을 찾을 수 없었다. 

 

 

책에는 17번 버스가 국제선 청사를 나와 왼쪽편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한다고 되어 있었지만 배차 시간에 못맞추어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찾을 수도 없었고 안내판에는 17번 버스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나를 제외한 몇몇 다른 백인들도 멍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결국 우리들은 택시와 공항버스사용을 포기하고 국제선 청사 바로 앞에 있는 중앙차선에서 86번 버스를 탔는데 이제 가장 멋진 선택이었다.

 

 

공항을 출발한 버스는 시내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달려 구시가지로 바로 달려주었기 때문이다. 요금은 한사람당 3만동이었는데 남자차장이 버스 안에서 돈을 받고 연노랑색으로 인쇄된 차표를 끊어주었다. 아래 지도를 살펴보기로 하자.

 

 

 

지도를 누르면 크게 뜬다. 지도 위쪽 붉은 점이 하노이의 노이바이 국제공항이다. 86번 버스는 거기에서 새로 만든 멋진 도로를 달려 시가지로 곧장 달렸다. 지도 아래쪽의 붉은 점이 있는 곳이 하노이 관광의 핵심인 구시가지다. 우리는 파란색 점이 있는 부근에서 내렸다.

 

 

위 지도에 보이던 누런 강이 바로 홍강이다. 86번 버스는 홍강을 건넜다. 

 

 

도로가로는 작은 집들이 이어져 있었다.

 

 

어떤 곳은 4,5층 정도 되는 건물들과 제법 높은 건물들이 들어차있기도 했다. 

 

 

 이따끔씩 유럽스타일의 건물이 나타나는 것은 프랑스의 영향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번에 처음 사용하는 와이파이 도시락을 켜두고 거기에 휴대전화를 연결해서 현재 우리 위치를 파악해가며 창밖을 살폈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구시가지 부근이다. 쯔엉즈엉 대교부근의 아무 버스 정류장에서 나 내리기로 했다.

 

 

여기다 싶어 내리고보니 4차선 대로변의 혼잡한 곳이었다. 스마트폰에서 구글 지도를 불러낸 뒤 대강의 위치를 파악하고 방향을 잡았다. 버스 안에서 노트북을 켜고 정보를 검색하던 백인 청년도 우리와 함께 내렸다.

 

 

시민들에게 호안끼엠호수 위치를 물었더니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르쳐주었다. 우리는 호안끼엠 호수 부근에서 아무 호텔이나 잡을 셈이었기 때문이다.

 

 

하노이 구시가지는 사람과 오토바이 천국이다. 워낙 많은 오토바이가 길거리를 누비고 다니는데다가 아무 곳에나 주차시켜 두었으므로 걷는 것 자체가 힘들 지경이었다.

 

 

이리저리 엉긴 꼬불꼬불한 도로를 따라 구시가지 한복판에 들어온 나에게 눈에 띄는 작은 집이 보였다. 처음 들어가본 호텔 두군데에서는 하루밤에 우리 돈으로 7만원에서 8만원 정도의 가격을 불렀기에 그보다 더 싼 방을 구하고 싶었다.

 

 

그렇게 찾아낸 집이 하노이 센트럴 홈스테이였다. 자그마한 공간을 이용해서 지은 미니 홈스테이다. 침대 3개짜리 방이 있다고 해서 따라가보았더니 백인청년들이 자고 있었다. 하룻밤 숙박료가 35달러라고 해서 묵기로 했다. 1달러를 약 1,200원으로 보면 4만 2천원 정도지만 베트남 돈으로 하면 80만동이었기에 베트남화폐로 지불하기로 했다.

 

 

베트남 돈을 우리돈으로 환산해보는 방법은 아주 쉽다. 호텔 요금이 80만 동이라고 할 경우에 일단 동그라미 하나를 제외하면 8만 동이 된다. 그걸 반으로 나누면 우리 돈 가치가 된다. 방 하나에 4만원이라는 말이다. 카운터에서 일하는 아줌마는 영어가 제법 된다. 그녀는 우리들에게 커피와 작은 과일을 내어주었다.

 

 

평생에 처음 마셔보는 베트남 커피인데 첫맛이 달달했다. 강하고 자극적이며 달달하니 이게 커피 맞는가싶었다. 녹색 과일은 베트남 사과란다. 사과와 대추를 섞은 그런 맛이 났다.

 

 

큰 배낭은 호텔(?)에 맡겨놓고 작은 가방을 둘러맨 뒤 시내로 나섰다. 구시가지답게 도로는 좁고 사람과 오토바이가 마구 엉겨서 혼돈상황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길거리 간판은 모두 알파벳이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영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알파벳으로 베트남어 발음을 임차하여 쓰는 것 뿐이다. 

 

 

4,5십여년 전에 미국과 전쟁을 치뤘다고는 하나 영어식 낱말도 이제는 제법 많이 보였다. 

 

 

우리가 첫 목적지로 잡은 곳은 호안끼엠호수다. 베트남, 특히 하노이에서는 도로를 건너는게 큰일이었다. 신호등이 있다고해도 숫자가 적은데다가 지키는 사람이 적으니 존재하나마나한 상태이고 워낙 많은 오토바이들이 인정사정없이 돌진하는 스타일이므로 길건너기가 쉽지 않았다. 

 

 

간신히 길을 건너보보니 녹차 라떼 수준의 호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부터 실망감이 앞섰다.

 

 

그렇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여긴 우리나라가 아니며 유럽은 더더구나 아니다.

 

 

호수가에 서서 방금 건너온 도로쪽을 쳐다보았더니 한글 간판이 보였다. 말로만 듣던 하일랜드 커피점 간판도 등장한다. 

 

 

나는 다시 호수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호수 한가운데 빨간색 다리로 연결된 섬이 보였다.

 

 

그래, 저기부터 가보자 싶었다.

 

 

청춘남녀들이 많이 보였다. 호수 주위는 최고의 데이트 명소인가보다.

 

 

 

구글 지도를 가공했다. 클릭하여 크게 띄워두고 보는게 유리할 것이다. 파란색 점이 우리가 묵고있는 홈스테이의 대강 위치다. 우리는 지금 분홍색 점으로 표시한 호수 안의 섬을 찾아가는 길이다.

 

 

도교사원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확실히 말하지만 절은 아니다.

 

 

응옥썬 사당이다. 입구 양쪽에 써둔 한자글씨가 베트남 전통문화를 보여주는듯 하다. 

 

 

 중간쯤에서부터 그냥 불쑥 사당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제일 앞쪽부터 보고 싶었다.

 

 

나는 도로쪽으로 조금 걸어나갔다. 도로쪽에서부터 새로 들어가보았다.

 

 

옥산사(玉山祠)다. 복을 받고 벼슬자리에 오르고 싶은 것은 어느 나라 사람 누구나 다 간절히 바라는 일이리라. 복록이라는 두글자가 빨간색으로 선명했다.

 

 

안으로 들어서면 작은 바위 위에 붙어 자라는 나무 뒤쪽에 있는 기념탑을 만나게 된다. 

 

 

베트남은 원래 한자문화권 국가였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사당이니 향을 피우고 초를 켜두는 공간은 반드시 필요할 수밖에 없다.

 

 

빨간색으로 칠해놓은 나무 다리를 건너면 돌로 된 작은 섬이 나타난다.

 

 

바위섬에서 나무가지 사이로 시가지를 보았다.

 

 

아주 작은 섬이지만 한바퀴 돌 수있도록 했다.

 

 

많은 사람들이 좁은 공간속으로 몰려드는 상황이므로 조심해야했다. 나는 사람들이 모두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셔터를 눌렀다.

 

 

사당 건물 앞쪽까지 왔다. 이젠 안으로 들어가볼 차례다.

 

 

고양이 한마리가 관광객들을 피해 한쪽에 웅크려서 쉬고 있었다.

 

 

사당 안에는 박제된 거북이 한마리가 앞 뒤 다리를 펴고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호안끼엠호수에 얽힌 전설을 알고 있어야만 거북이가 왜 이런 모습으로 보호되고 있는지를 이해하기가 쉽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꺼내기로 하자. 

 

 

"천고위인". 위인은 수천년 세월동안 빛난다는 그런 말일지도 모르겠다. 사당 안에 무슨 무기가 다 전시되어 있느냐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나도 처음엔 그게 수상했다.

 

 

고려말기 삼별초는 몽골인들이 세운 원나라의 침입에 대항하여 투쟁하다가 장렬한 최후를 맞이했다. 베트남도 예외가 아니었던가보다.

 

 

그들도 원나라 군대의 침입을 받았지만 용감하게 투쟁하여 물리쳤단다. 그때의 중심인물인 쩐흥다오를 이 사당에 모셨다고 한다.

 

 

과자와 돈, 과일을 제물삼아 올려두었다.

 

 

사당내부는 상당히 화려했다. 사당안에는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관우도 함께 모셨다는데....

 

 

나는 밖으로 나왔다. 향로에는 수명을 다하고 사그라진 향의 밑둥치만 수북하게 남아있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