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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7 베트남-월남의 달밤 1(完)

하노이에서의 첫날 - 호안끼엠 호수 2

by 깜쌤 2017. 2. 16.

 

응옥선 사당 앞에는 작은 쉼터가 있어서 호안끼엠호를 감상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저번 글에서부터 계속  호안끼엠, 호안끼엠이라는 소리를 되풀이했는데 한자로 표기하면 훨씬 알아보기 쉬울 것이다. 

 

 

호안끼엠은 환검(還劒)이라는 말이니 '검이 돌아왔다'는 뜻이다. 베트남의 고유명사를 이해하는데는 한자를 알면 훨씬 유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칼)이 돌아오다니 이게 무슨 소린가 할 수 있겠다. 이런 이야기에는 전설이 빠질 리가 없다. 대월(大越)국의 태조는 레러이라는 사람이다. 레러이는 한자로 黎利 려리라고 쓴다. 비엣족의 발음으로 소리내면 레러이가 되는 것이다.

 

 

레 왕조를 세운 레러이는 호수에서 거북으로부터 용왕의 보검을 얻었다고 한다. 물론 전설이다. 거북이 전해준 검으로 명나라와의 전투에서 승리하고 왕조를 열었는데 나중에 다시 만난 거북에게 검을 반환한다는 의미에서 호수 속의 작은 섬에 칼을 묻고 그 위에 탑을 세웠다고 한다. 그래서 붙여진 호수 이름이 환검호(호안끼엠)라는 것이다.  

 

 

 사당 건너편의 호수 한쪽을 보면 작은 섬위에 탑이 세워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연이 이러하니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이 호수가 예사로운 존재가 아닌 것이다.

 

 

실제로 이 호수에는 라페투스 레러이라는 학명을 가진 거북이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1968년에 발견된 거북이는 몸무게만도 약 250킬로그램에 육박하여 그 박제를 응옥선 사당에 모셔두었다. 지난 글에서 소개한 바로 그 거북이다.  

 

 

사당이 있으니 향불이나 촛불을 피우는 곳이 있어야한다.

 

 

중국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향의 크기도 작은 게 아니었다. 

 

 

나는 테훅다리(棲旭橋 루욱교, 누욱교)를 건너 바깥으로 나갔다. 13세기 원나라의 침입을 물리친 명장이 쩐흥다오라고 알려져 있는데 한자식으로 표기하면 진흥도(陳興道)가 된다. 진씨나 려씨는 베트남에 특히 많은 성씨로 알려져 있다.

 

 

나는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길을 걸었다. 사진만으로 보면 우리나라 공원풍경이라고 해도 의심하지 않으리라.

 

 

동남아시아 여행을 해보면서 느낀 것 가운데 하나가 동남아시아 사람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얼굴 생김새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백인들 입장에서 보면 다 비슷하게 보일지 모르나 내 눈에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이제는 크메르 계열의 사람들과 중국계열의 사람들을 거의 틀리지 않고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호수가로는 제법 많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어서 나름대로 짙은 그늘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나는 지금 시계바늘 방향으로 호수를 돌고 있는 중이다.

 

 

하노이시 안에는 제법 많은 숫자의 호수가 존재한다. 어떤 이들은 그 숫자가 약 300 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홍강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아까 우리가 들어갔다가 나온 응옥썬 사당이 벌써 저만큼 물러나 있었다. 구글 지도를 보면 응옥썬 사당을  Ngoc Son 이라 쓰고 곡손 사당이라고 표기하기도 하는데 이는 아마도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오(吳)씨를 으로 발음하고 영문자로 표기할 때 발음기호나 비슷하게 소리나는 단어에서 착안하여 Ng라고 쓴 것을 이해하지 못한데서 생긴 결과가 아닐까 한다.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를 한자로 표기하면 하내(河內)가 된다. 강안에 자리잡은 도시라는 뜻이리라.

 

 

옛사람들이 도읍을 정할 때 그냥 정했겠는가?

 

 

 나름대로는 다 이유를 가지고 있는 법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걷다가 보니 리따이또 동상이 있는 광장부근까지 와버렸다. 우리는 도로를 건너갔다.

 

 

리따이또를 한자로 나타내면 어떤 글자가 될 것 같은가?



동상 앞 너른 공터에는 청년들이 모여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동상이 세워져있는 공간으로 올라가는 돌계단 양쪽에는 용을 닮은 조각이 버티고 있었다.



이 분이 리타이토 혹은 리따이또이시다. 어디서 많이 본 모습같지 아니한가? 곤룡포를 입고 면류관을 썼다.

 


우리나라 이씨 성 가운데 정선 이씨와 화산 이씨의 시조가 베트남 출신이라는 사실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이타이토는 이태조(李太祖)라는 말이다. 974년에 즉위하여 1028년에 사망했으니 우리나라 역사로 치자면 고려초기에 해당한다. 

 

 

서기 2009년은 하노이를 수도로 정한지 1000년이 되는 해여서 베트남에서는 크게 행사를 베풀고 기념했다고 한다. 오늘날의 하노이를 수도로 정한 분이 리타이토다.

 

 

동상 뒤편으로 가보았더니 작은 정자가 보였고 정자 바닥에는 팔자좋은 양반이 퍼질러누워서 자고 있었다.

 

 

나는 다시 광장으로 나갔다.

 

 

 젊은 여성 두사람이 멋지게 대비되는 옷차림새로 광장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그림그리기를 전공하는 학생들이리라. 솜씨가 좋았다.

 

 

 우리는 도로를 건너 다시 호숫가 길로 나왔다.

 

 

베트남 전통 의상 아오자이를 갖추어 입은 중년부인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인도 한가운데 탑이라니.....  일부러 그렇게 만들어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궁금증을 안고 가까이 가보았다. 

 

 

한쪽에 보은문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1800년대 탑이라고 한다.

 

 

남쪽에서 보면 보의문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그러니까 북쪽에서는 저 탑의 작은 문이 보은문이고 남쪽에서는 보의문(報義門)이 되는 것이리라. 

 

 

호안끼엠 호수 제일 남쪽에는 꽃밭 속에 시계가 누워있었다. 나름대로 공을 들인 시설물이지만 최근에 중국인이 자기들 도시를 미화하면서 만들어놓은 여러가지 시설물에 비하면 수준이 제법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