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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2 My Way

최고로 멋진 성탄 선물, 그들의 천생연분

by 깜쌤 2016. 12. 27.

 

2016년 12월 20일 화요일, 커피숍 로벤피스에서 그들과 마주 앉았다. 그들을 31년 전에 가르쳤으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딱 30년 전에 졸업시킨 아이들이다.



여자아이(?)는 그동안 몇번 만날 수 있었는데 남자아이(?)는 30년만의 만남이었다. 



하루 전날, 신부가 될 제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누구누구와 결혼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단번에 신랑이 될, 또랑또랑했던 남자아이의 얼굴이 떠 올랐다. 



결혼식 날짜는 12월 24일이란다. 참으로 공교롭게도 그날만은 오전에 다른 일정이 없었기에 반드시 가보리라고 마음먹었다.



신부가 혼기를 놓쳐버린 노처녀라는 사실은 확실히 알고 있었는데 신랑에게는 노총각인지 아니지를 대놓고 물어보기가 너무 망설여졌다. 혹시 재혼이라면 아픈 상처를 건드릴 수도 있기에 말꺼내기가 그렇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나의 궁금증을 짐작했었는지 신랑이 속시원하게 미리 털어놓았다.



놀랍게도 신랑도 노총각이었다. 해바뀌면 마흔다섯되는 노처녀와 노총각이 결혼한다니 대단한 경사가 틀림없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 다음에 드러났다. 



두 사람이 초등학교 6학년 시절에 한학기동안 짝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나는 너무 놀랐다. 세상에 어찌 그런 일이 다 있는지 모르겠다. 초등학교 시절 짝으로 앉아있다가 세월이 흐른 뒤 짝짓기로 맺어졌으니 이런 인연이 어디 있는가 싶었다. 그 둘이 지금까지 결혼을 못하고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섭리였으리라.



그렇다. 그들은 천생연분이었던 것이다. 졸업후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마흔이 넘은 나이에 초등학교 동기 모임에 나갔다가 서로의 처지를 알게 되었단다. 



결혼에 이르기까지는 옆에서 친구들이 바람을 넣은 탓도 있었겠지만, 거기까지 간다는게 누가 부추긴다고 될 일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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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기대가 되었기에 일찍 결혼식장에 찾아가서 위치를 확인해 놓은 뒤 커피숍에 가서 향긋한 커피 한잔으로 마음을 진정시켰다.



시간이 되어 예식장에 찾아갔더니 제자들이 제법 모였다.



품위있게 진행된 멋진 예식이 끝난 뒤 사진을 찍는 모습을 슬며시 지켜보았다. 결혼식 사회는 서울에서 교편을 잡고있는 제자가 보았는데 깔끔하게 진행해주었다. 그는 어려운 처지를 이겨내고 서울에서 교육대학교를 나왔으니 어찌 대견스럽지 않으랴?   



부케를 받는 아가씨도 노처녀인 모양이다.



몇명의 노처녀들은 하나같이 골드미스들이란다.



이들의 결혼이야말로 지금껏 살아오면서 성탄절 전날 받은 선물치고는 내 인생에서 가장 멋진 선물이었다.



내가 괜히 설레임에 빠져들었다. 눈이라도 왔으면 더 멋졌을텐데....  부디 행복하기 바란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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