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16 중국-대륙의 오지:중경,귀주,광서(完)

장가계 금편계곡

by 깜쌤 2016. 12. 23.


노부부가 건너편에서 다가오는 보트를 타기 위해 선착장 계단을 내려가는 것을 본 뒤 나는 도로를 따라 안으로 더 걸어들어갔다.

 

 

바이두 지도에 나타난 자료를 보면 아마 채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몰려사는 마을인듯 하다.

 

 

부근에 있는 골짜기 이름이 채가곡(蔡家谷)이기에 그렇게 여겨본 것이다.  

 

 

도로를 마을 안쪽으로 휘어졌다가 호수 끝자락을 슬며시 건넌뒤 아까 보았던 다리가 있는 산자락으로 이어져 있었다.

 

 

작은 버스 정류장이 나타났다. 삼소로구 차참(三所路口 車站)이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젊은 셋이 보였는데 영어로 말을 걸어보았더니 그 중 한명은 우리말을 할 줄 알았다. 이름은 증경무, 강서성 길안대학교 4학년이라고 했다. 작년 전주에서 공부를 했단다. 이내 버스가 왔기에 사진 한장을 남긴채 그는 황급히 자리를 떠야만 했다.

 

 

우리는 거기에서 돌아서기로 했다. 그가 떠나간 자리엔 고요만이 남았다.

 

 

여기에서 더 내려가면 무릉원구 문표참이 된다는 말이지? 무릉원구 문표참이라고 했으니 아까 우리가 표를 샀던 거기를 말하는 것이리라.

 

 

채가곡에서 안으로 들어가면 십리화랑 삭도가 나타날 것이다.

 

 

그러니 여기까지 버스가 다니는 것이리라. 담계(=비수기)에도 무릉원구에서 버스가 움직여야 하지만 그쪽 도로가 공사중이어서 운행을 중단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려오는 길은 항상 쉬운 법이다. 우리는 문표를 지나 무릉원구 번화가를 향해 걸었다.

 

 

출구 부근에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 백인 한쌍은 독일인들이었다. 그들의 말을 들어보니 금편계에서 걸어온 듯 했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로컬 버스 정류장의 위치를 묻길래 가르쳐 주었다.

 

 

곳곳에 한글이 보였다. 장가계 관광산업은 한국인이 유지시켜 준다더니 빈말은 아닌듯했다. 여기까지 놀러와서도 비아그라를 사간단 말이지? 정력에 좋다면 죽자고 덤벼드는 일부 한국 남성들이나 몸에 좋다면 무엇이나 잔뜩 사가는 일부 몰지각한 여성들을 보면 침을 뱉어주고 싶은 심정이다.

 

 

벌써 6시가 되었기에 터미널 부근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삼하과(三下鍋)를 주문했다. 3가지 재료를 넣은 찌개정도로 이해하면 될듯하다. 우리가 들어와서 자리를 잡자 갑자기 다른 사람들이 몰려들어왔다. 확실히 우리(우리라고 해봐야 두사람뿐인 미니 팀이지만)에게는 기묘한 복이 있는듯 하다.

 

 

찌개와 밥만 있으면 저녁 한끼 때우는 것은 일도 아니다. 고기 양은 많았지만 가격이 비쌌다. 78원! 거기에 180을 곱하면 한국돈으로 환산할 수 있다.

 

 

저녁을 먹고나서는 호텔로 직행했다.

 

 

괜히 바깥에서 빈둥거릴 일이 없다. 쉬는게 제일이기 때문이다. 안전에도 최고이고...

 

 

눈을 뜨니 아침이었다. 2016년 1월 26일 화요일, 벌써 여행 21일째다.

 

 

오늘은 아침을 먹은 뒤 장가계국가삼림공원쪽으로 가 볼 생각이다.

 

 

터미널 부근 음식점에 가서 국수를 먹고가기로 했다.

 

 

국수와 삶은 계란이다. 나야 국수라면 자다가도 일어나서 먹을 사람이니 술술 잘도 넘어간다.

 

 

그 정도로 먹어도 아침식사로는 딱 알맞다. 버스를 타고 삼림공원으로 이동했다. 버스요금은 10원이었고 무릉원구 로컬버스 터미널에서 출발했다. 요금은 버스 안에서 받았다. 무릉원구에서 삼림공원쪽으로 가기 위해서는 터널을 두개나 지나야했는데 지겹지 않아 좋았다. 도로 사정도 양호했다.



화가 오관중은 늘상 그자리에 우뚝 서서 웃으며 맞아주었다. 



그가 장가계를 서방세계에 널리 알린 일등공신이라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장가계의 우뚝우뚝 솟은 기암을 그림으로 그렸더니 모두들 비현실적인 풍경이라고 입을 댔다고 그러지 않던가?



한번 산 표를 가지고 4일 정도 사용할 수 있으니 어찌보면 139원이라는 거금이 아깝지 않을 수도 있다.



지문인식을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작년 겨울에 이어 두해 연속 입장하는 것이다.


 

화국봉의 글씨를 보고 안으로 걸었다. 작년에는 여길 와서 황석채에 올라갔다가 내려와서 금편계를 걸었었다.



삼림공원안의 나무들은 규암 돌기둥처럼 위로만 솟는 것 같다.



입구에서 조금 걸어내려가면 홍군정이라는 정자를 만나게 된다. 뜬금없이 여기에 왜 갑자기 홍군이 등장하는가 싶지만 한술 더 떠서 길 이름도 홍군로다. 홍군(紅軍)은 한자 뜻 그대로 붉은 군대를 의미한다. 붉은 군대라면 당연히 모택동이 조작한 공산혁명군을 나타낸다. 러시아 혁명사에 등장하는 군대는 적군이다. 아군 적군할때의 적군이 아니고 붉을 적(赤)자를 써서 가르게 표현하는 것이다.   



중국인들에게 홍군은 이미 전설이 되었다.



금편계곡을 흐르는 이 물이 무릉원구 안에 있는 거대한 호수로 모여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계곡으로 이어지는 길만 따라가도 무릉원구로 나갈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다음에 한번 더 갈 수 있다면 꼭 그렇게 걸어보고 싶다.



금편계 너머로 우뚝 솟아오른 규암 덩어리 절벽 앞에는 주은래의 양자였던 이붕이 쓴 글씨가 바위 덩어리에 새겨져 있었다.



이붕(李鵬 리펑)은 국무원 총리를 십년간이나 역임한 거물 정치인이었다. 이제 아흔이 다되어갈 것이다.



나는 황석채를 포기하고 금편계를 따라 걸었다.



나는 이런 바위 덩어리들을 볼 때마다 중국인들의 미의식에 새삼스레 감탄하고 만다.



장가계에는 수직으로 솟아오른 수많은 규암덩어리들이 즐비하다. 단순한 바위덩어리에 불과하지만 이름을 붙이는 순간부터 지울 수 없는 가치를 지니게 된다.



바위뿌리 밑에는 며칠 전에 흩날린 눈흔적들이 묻어있었다.



여름철 푸른 잎들이 만들어낸 녹색의 짙은 그늘도 좋지만  겨울 흰눈이 살짝 묻은 이런 풍경도 좋기만 하다. 



사람들은 황석채로 오르는 계단길을 오르고 있었다. 한번은 걸어서 올라가볼 만하다.



나는 동료에게 양해를 구하고 금편계곡을 따라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황석채를 다녀오고나면 오늘 목적지로 잡은 천하제일교를 보는 것이 불가능해지고 말기에.....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에는 눈이 쌓여있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밟아버려 얼음길로 변했다는게 문제였다.



길은 끊임없이 계곡을 따라 이어지고 있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