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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6 북유럽,러시아-자작나무 천국(完

헬싱키 - 암석교회

by 깜쌤 2016. 11. 19.

 

간단한 엽서같은 기념품을 파는 판매대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곧이어 지하요새같은 느낌을 주는 둥근 공간이 나타났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앉아있다. 성당에는 많이 들어가보았어도 현대식 교회안에 들어가본 것은 드문 경험이다. 적어도 유럽에서 말이다. 

 

 

암석교회는 루터교회라고 들었다.

 

 

의자들은 하나같이 짙은 청색과 분홍이 어우러져 산뜻한 대비를 이루었다.

 

 

둥근 구리 지붕이 하늘에 떠있고 시멘트(?) 기둥들이 그 지붕을 떠받친 형상인데 기둥 사이로 스며든 빛이 교회안에 신비스런 기운을 더해주었다.

 

 

왼쪽 암벽엔 파이프 오르간이 박혀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쇼팽의 곡이라고 생각되는 피아노 소리가 예배당 안을 가득 해우고 있었다. 

 

 

전면은 강단이다. 구교 성당에서 보이는 화려한 장식은 하나도 없는 간결함이 순수하게 느껴졌다. 

 

 

간결미라는 것이 이런것인가보다.

 

 

지붕은 아무리 봐도 구리판이다.

 

 

거대한 바위를 파내고 사방에서 비스듬하게 천장 한가운데로 올려세운 기둥들 위에 구리판을 얹은듯하다.

 

 

암반 그 어디에선가 솟아나온 지하수를 따로 한곳으로 모아서 밖으로 퍼내는 모양이다.

 

 

간결미와 자연미를 살린 교회!

 

 

모두들 조용히 앉아 영롱하게 울려퍼지는 음악을 듣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는 어떤 식으로 예배가 드려질까?

 

 

연주가 끝났다. 예배당 안에는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잠시 숨을 고른 연주자는 다음곡을 연주했다. 피아니스트는 동양인 같았다. 가까이 다가가서 연주자를 촬영하는 것은 금지란다.

 

 

나는 이층으로 올라가보았다. 예배당 전체를 한눈에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거룩한 예배당이 단순한 호기심거리로 전락하는 것은 나도 극히 싫어하는바다. 그러길래 나는 극도로 행동을 조심했다.  

 

 

위에 올라오자 연주자가 그랜드 피아노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강대상 뒤편을 유심히 살폈더니 암벽이 보였다. 그제서야 구조 전체를 이해할 수 있었다.

 

 

거대한 바위 덩어리를 파내고 기둥들을 세워 천장을 떠받친 후 자연광선이 스며들도록 했다. 북위 60도가 넘는 지역의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서 유리같은 것으로 사방을 둘러쳤으리라.

 

 

거대한 구리판(?)이 천장을 이루었다. 놀랍다.

 

 

전체를 세밀하게 살핀 뒤에야 나는 이 암석교회가 기념비적인 건축물로 인정받는 이유를 조금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건축분야에는 완전 문외한이다. 교회를 보고 느낀 감정은 순전히 내 주관적인 것이기에 여러분들이 다 믿을 것은 못된다. 

 

 

잔잔한 감동을 안고 밖으로 나갔다.

 

 

나같은 감동을 공유하고 싶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많은 이들이 교회 안으로 몰려가고 있었다.

 

 

백인 단체 관광객들도 꽤나 많이 몰려들었다. 

 

 

누가 타고 온 차일까?

 

 

귀엽고 깜찍하다.

 

 

교회안에서 느낀 감동과 여운을 더 오래 간직하고자 나는 교회에 바로 붙어있는 카페를 찾아나섰다.

 

 

카페는 정문 왼쪽으로 조금만 돌아가면 이내 나타난다.

 

 

출입문을 찾기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찬찬히 살피면 의외로 쉽게 발견할 수도 있다.

 

 

예배당 의자 색깔과 기조를 맞춘 탁자와 의자들이 손님을 맞이해주었다.

 

 

카운터에는 온화한 표정을 가진 아가씨 혼자서 카페를 지키고 있었다. 나는 아메리카노를 한잔 마셨다. 핀란드에서 마시는 커피는 하나같이 품질이 좋았다. 같이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가 건강상의 이유로 못오신 분으로부터 문자연락이 왔다.  

 

 

검진결과 위암이라고 했다. 순간 머리가 띵해지면서 슬픔이 북받쳐 올랐다. 그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슬픔과 진한 연민같은 감정이 마구마구 밀려들었다. 

 

 

기념품 가게가 늘어선 가게들을 지날 때도 별다른 감흥이 생기지 않았다.

 

 

그분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꼭 한번 타고 싶어했다. 나중에 우리가 가게되는 러시아의 상크트 빼쩨르부르 에 있는 에르미타쥬 박물관도 꼭 보고싶어했다.

 

 

내가 마음을 진정시키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핀란드에서는 순록고기를 먹어봐야한다고 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순록 고기를 먹어도 그 맛을 모를 것 같았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