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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3 - 바람부는 언덕에 오르다

by 깜쌤 2016. 10. 31.


해변 절벽위를 걷는 기분은 각별하다. 절벽 부근을 살필 수 있는 조망대에는 밤색의 납닥한 판석을 깔아두었는데 비를 맞아 차분한 분위기를연출해주었다. 

 

 

절벽 아래를 보면 동굴처럼 보이는 구멍이 있다. 왜놈들이 1945년경에 뚫어놓은 인공구조물이라고 한다. 해군 자살 특공대를 위한 기지용으로 만들었단다. 

 

 

이슬람국가에서 운용하는 자폭특공대의 원조는 왜인들인 셈이다. 어쩌면 이슬람권에서 운용했던 마약에 취한 암살집단이 그 원조인지도 모르지만.....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았더니 그길에도 운치가 가득 묻어있었다. 



멀리 보이는 산방산과 사계해변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노란색 구조물 부근에서 바다가 조금 끓어오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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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물속에서 잠수함이 솟아 올랐다. 노란 잠수함이다.



비틀즈가 불렀던 노란 잠수함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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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우 서브마린! 옐로우 서브마린!"



잠수함은 모선으로 향했고 이윽고 모선 속으로 몸을 숨겼다. 



나는 그 광경을 절벽 위에서 무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해안의 절벽도 한번씩은 무너지는 모양이다.



잠시 끓어오르던 바다는 평온해졌고 모든 것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갔다. 백년초가 절벽위에서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있었다.



아! 여기가 '바람부는 언덕'인가보다. 밥 딜런은 '바람만이 아는 대답'이 있다고 했었는데.....



'폭풍의 언덕'도 있다던데. ....  스코틀랜드 어디에 그런 곳이 있다고 하던데....  히스가 가득한 평원위에 폭풍우가 불어가는 모습이란! 어쩌면 그곳 풍경도 이런 모습과 조금 닮아있는지도 모르겠다.



에밀리 브론테가 쓴 <폭풍의 언덕>을 읽어본지가 언제였더라?



지금은 아스라히 사라지고 만, 먼 옛날의 과거사가 되었다. 저 앞에 보이는 섬이 가파도인 모양이다.



그 왼쪽에 떠있는 더 작은 섬이 마라도인가보다.



물속 깊은 곳에서 솟아오른 존재가 섬이다.



섬은 덩치가 작은 육지다. 그렇게만 생각하면 유치하긴 하지만 통상적으로 그렇게 여기지 않을까?



우리가 대륙이라고 여기는 땅덩어리도 사실은 거대한 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인간들은 모두 섬에 사는 존재들이다.



모두들 섬에서 태어났다가 죽는 인간들이지만 대부분은 자기가 그런 운명을 지니고 태어났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산다.



바람의 언덕을 둘러본 뒤 나는 해발 104 미터밖에 안된다는 송악산에 올라보기로 했다.



해수면에서 바로 솟아오른 높이 104 미터이기에 육지에서 느끼는 감각과는 제법 차이가 났다. 



 잠수함 기지(?)와 해안 산책로가 쬐그맣게 드러났다. 



송악산 분화구와 가파도 마라도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분화구 안쪽으로 짐승들이 다닌 길들이 누비이불 무늬처럼 보인다.



분화구 바깥으로는 잡초와 몇그루의 나무들이 자기터를 이루었다.



 이런 것도 오름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송악산 분화구는 나로 하여금 제주도가 화산섬이라는 사실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멀리 모슬봉이 옆으로 길게 누웠다.



송악산 볼 밑에 송악목장이 있다.



이 부근까지 말들이 오르내리는 모양이었다.



작년 가을에 피어서 아직까지 버티는건지 계절을 잊고 생뚱맞게 먼저 핀 녀석인지 구별이 안된다. 



 

송악공원에 자라는 몇그루의 나무들은 바람의 언덕에 터잡은 녀석답게 한쪽으로 누워서 모진 삶을 엮어나가고 있었다.



그게 삶의 지혜이리라. 바람에 맞서지 아니하고 불어가는 바람의 방향으로 몸을 눕힐 줄 아는 것 말이다.



인생이라는게 그런 것 같았다. 바람에 맞서지 말며, 우산이 없을 때 소낙비가 내리면 피할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다. 



 

나는 다시 삼방산이 있는 해변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걸었다. 



 주인과 함께 산책을 즐기는 개를 만났다. 나는 처음에 티벳산 장오인줄 알았다.



장오는 아니란다.



품종이 뭐였더라? 왜 이리 잘 까먹는지 모르겠다. 사자개였나?



녀석과 헤어지고 나서 나는 천천히 해변도로를 따라 걸었다.



차를 탈 일이 없다. 이 길도 올레길 가운데 하나이니 올레길을 걷는셈치자 싶었기에 그냥 걸었던 것이다. 



조금 더 가면 용머리 해안이 된단다.



군데군데 만들어놓은 쉼터가 나그네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엉덩이라도 조금 붙이고 가라는 말이겠지만 녀석들의 초청을 거부하고 그냥 걸었다.



해안에 마구 널부러진 돌들은 검은색 일색이었다.  



해변에 낯익은 식물들이 나에게로 얼굴을 드리밀고 있었다. 해국이지 싶다. 꽃은 지고 줄기만 남았다. 벌써 잎사귀가 파릇파릇했다. 남도의 봄은 확실히 일찍 찾아오는갑다.





어리

버리